수훈 선수로는 홍정호 꼽아…"베테랑들 희생하니 모두가 팀을 위해 희생"
"박지성 위원 논의해 앞으로 10년 책임질 선수 영입할 것"
데뷔 시즌 우승한 김상식 전북 감독 "선수 시절 우승보다 기뻐"
사령탑 데뷔 시즌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통산 9번째 K리그1 우승을 지휘한 김상식(45) 감독은 "선수 때보다 감독으로 우승한 오늘이 더 기쁩니다"라고 감격했다.

전북은 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21 파이널A 최종 38라운드에서 후반전 한교원과 송민규의 연속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 우승을 확정했다.

전북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한 것은 김 감독이 최초다.

K리그의 약체였던 전북은 '선수' 김상식을 영입한 직후인 2009시즌 첫 K리그 우승을 일궜다.

김 감독은 이를 포함해 선수로 2차례, 코치로 6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그리고 지휘봉을 잡은 올해 우승까지 달성했다.

김 감독은 "때로는 질책을 받으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그런 힘든 시간이 우승을 가져다준 것 같다"면서 "마음이 시원하다.

선수 때보다는 감독으로서 우승한 오늘이 더 기쁘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훈 선수로는 중앙수비수이자 주장인 홍정호를 꼽았다.

김 감독은 "부상 없이 팀을 잘 이끌어 준 홍정호를 수훈 선수로 꼽겠다.

최철순, 이용 등 다른 고참 선수들에게도 고맙다"면서 "이들이 희생하니, 모두가 팀을 위해 희생했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의 일문일답.
데뷔 시즌 우승한 김상식 전북 감독 "선수 시절 우승보다 기뻐"
-- 우승 소감은.
▲ '설레발' 같아서 특별히 우승 소감을 준비하지 않았다.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 펼쳐서, 우승이 팬들께 특별한 선물이 된 것 같아서 기쁘다.

--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

이중 가장 기쁜 우승은 뭔가.

▲ 5연패를 이루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담을 안고 시즌을 시작했다.

좋지 못한 경기력을 보일 때도 있었다.

때로는 질책을 받으면서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그런 힘든 시간이 우승을 가져다준 것 같다.

마음이 시원하다.

선수 때보다는 감독으로서 우승한 오늘이 더 기쁘다.

-- 전북 소속 선수, 코치, 감독으로 모두 우승한 것은 처음이다.

이제 구단 레전드가 된 것 같다.

▲ 2009년 이동국과 처음 전북에 왔을 때가 생각난다.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함께 우승을 만들어나갔다.

올해 이룬 팀 통산 9번째 우승과 리그 5연패는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수 있다.

선수로, 또 감독으로 모든 우승의 순간에 함께해 기쁘다.

박지성 위원, 구단과 힘을 합쳐서 K리그를 넘어 아시아 최고의 팀으로 발전시키는 게 주어진 숙제인 것 같다.

-- 올해 7경기 연속 무승 등 힘든 시간도 있었다.

▲ 전북은 4-0, 5-0으로 이기면 주변에서 당연하게 여기고, 0-1로 지면 '졸전 끝에 비겼다', '전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 같은 소리를 듣는 팀이다.

그게 힘들었고, 선수들도 그랬다.

어떻게 하면 팀을 잘 이끌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마무리가 잘 됐으니 이제 힘들었던 시간은 잊혀질 것 같다.

-- 최고 수훈 선수를 꼽아달라.
데뷔 시즌 우승한 김상식 전북 감독 "선수 시절 우승보다 기뻐"
▲ 부상 없이 팀을 잘 이끌어 준 홍정호를 수훈 선수로 꼽겠다.

최철순, 이용 등 다른 고참 선수들에게도 고맙다.

이들은 경기에 못 나갈 때도 후배들을 챙기면서 팀을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희생하니, 모두가 팀을 위해 희생했다.

-- 선수, 코치 시절 여러 감독으로부터 지도를 받았다.

가장 큰 영향을 준 감독은.
▲ 최강희(전 전북·현 상하이 감독) 감독과 김학범(전 성남 감독) 감독, 두 명장이 나를 만들어줬다.

두 분은 장단점이 있다.

그중 장점만 잘 배워서 팀을 잘 이끌어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 준우승해야 한다면 초보 감독인 올 시즌이 '적기'였다.

그런데 덜컥 우승해버렸다.

내일부터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

▲ 일단 오늘만 즐거우면 된다.

(웃음) 5연패 못 이루면 얼굴을 들지 못할 거로 생각했다.

우승 확정 뒤 울분의 댄스를 춘 것도 그 때문이다.

내년 일은 내년에 생각하겠다.

일주일만 쉬겠다.

(웃음)
우리 선수들이 지난 10여년, 9번의 우승을 일궈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 전북을 이끌어 갈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

그것 또한 나의 몫이다.

박지성 위원, 구단과 잘 상의해 내년 준비 잘하겠다.

데뷔 시즌 우승한 김상식 전북 감독 "선수 시절 우승보다 기뻐"
-- 우승한 뒤 '지성과 상식이 통했다' 플래카드를 들고 경기장을 돌았다.

▲ 백승호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그런 플래카드를 많이 봐서 정겹게 느껴졌다.

오늘 우승으로 그런 일(백승호 영입 논란)도 잊히는 것 같다.

-- 감독상 욕심이 있나.

▲ 솔직히 욕심 없다.

우승 메달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게 생각한다.

-- 울산의 반격을 전북이 매년 이겨내고 있다.

그 원동력은.
▲ 우리 선수들이 '우승의 맛'을 알기 때문이다.

먹어 본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찾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우승 DNA'다.

홍명보 울산 감독이 우리와 라이벌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것 같다.

울산과 비교해 보자면 전력과 전술, 선수들의 자세 등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들었다.

두 팀의 선의 경쟁이 K리그 흥행과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

-- 앞으로 일주일 동안 쉰다고 했는데, 뭘 하며 쉴 생각인가.

▲ 사실 쉬지도 못한다.

8일부터 P라이센스 교육을 받는다.

곧 결혼기념일인데 가족도 챙기면서 휴식을 취하고 싶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