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2년간 과잉저축 등 1천800조원 추정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최근 2년간 미국인들이 과잉저축 등의 형태로 쌓아둔 현금이 1조6천억 달러(1천885조4천400억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언제 어떤 상황이 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뉴욕 연방준비은행 자료를 인용해 이같이 전하고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아니라면 저축되지 않을 돈으로, 이는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3~6개월의 비상금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저축률은 앞서 4분기 연속 최고 기록을 경신한 이후 지금은 2019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최악의 상황에 대한 공포감이 워낙 커 저축을 쓰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전했다.

현재 코로나19 새 변이인 오미크론으로 미국 경제가 다시 위협받는 상황에서 미국인의 돈 쌓아두기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금 쌓아둬야 덜 불안" 코로나 장기전에 미국인 소비보다 저축
하지만 과잉저축 등은 인플레이션이 계속된다면 개인의 장기 재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소비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 더욱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됐을 때부터 미국인들은 비상 자금을 위해 저축을 늘리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도 세 차례에 걸쳐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많은 미국인은 비상 자금 확보 차원과 함께 집에 갇혀 있는 상황 때문에 계속 저금을 하게 됐고, 결국 2차 세계 대전 이후 가장 높은 개인 저축률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불경기 때에 저축이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저축이 늘어나는 상황은 다른 경제적 요인과 배치된다고 WSJ은 지적했다.

지금은 노동시장은 호황이고 소득은 늘어나고 있지만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고 재워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조금씩이나마 돈을 쓰기 시작한 분야는 카드 소액결제다.

뉴욕 연준에 따르면 10월 27%의 미국 소비자들이 최근 1년간 새 신용카드를 신청한 적 있다고 밝혔다.

10월에 미국인의 고가 상품이나 그보다 작은 상품에 대한 지출은 2.2% 늘어났다.

금융기술 회사인 '미션 레인'의 CEO 세인 홀더웨이는 "많은 이들이 현금 보유를 통해 유동성을 지키면서도 신용카드를 통해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부채 잔고는 팬데믹 이전 수준보다는 낮지만 금액은 올 3분기 170억 달러 늘어나 8천억 달러(941조6천800억원)로 올랐다.

연령대별로는 40대와 50대의 신용카드 부채 잔고가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AIM 투자자문의 파트너 니나 오닐은 "지난 2년간 겪은 경제 기복 때문에 현금 저축을 조금씩이나마 꺼내 쓰는 것에 대해 걱정하는 고객이 있었다"고 말했다.

금융사 '실버 패니' 대표 샤롯 겔렛카는 "인플레이션이 계속 진행된다면 현금을 쌓고 있는 것은 단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수준이 지금처럼 높으면 은행에 들어 있는 돈은 그만큼 가치가 줄어들 수 있다"며 "반면, 쉽게 처분할 수 있는 현금은 사람들에게 재앙이 일어났을 때 빨리 움직일 수 있다는 안도감을 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