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법동 남양 홍씨 집터 담장…99칸 저택은 도시개발로 사라져
사라질뻔한 400살 전통담장 일부 복원…문화재 지정도 추진
400년 역사를 뒤로하고 무너진 99칸 저택 집터에서 사라질 위기에 있던 전통 담장이 복원됐다.

2일 남양 홍씨 가문과 대전 대덕구 등에 따르면 대덕구 법동에 있는 남양 홍씨 집터 담장 복원사업이 마무리됐다.

병자호란 패전 이후 벼슬을 버리고 태백산에 은거해 후학을 양성한 태백오현 중 한 명인 손우당 홍석(1604∼1680년)이 은거 전 왕세자의 시위(侍衛)를 맡은 공로로 하사받은 집터에는 99칸 저택이 있었다.

하지만 도시개발에 밀려 1988년 강제수용된 뒤 저택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180m 길이의 담장만 남아 집터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는데, 점점 허물어져 10여m만이 제 모습을 유지하다가 그마저도 지난해 거의 무너지고 말았다.

일반적인 전통 담장 높이가 1m50㎝ 안팎인데, 이 집터 담장은 기와를 포함해 2m20㎝나 돼 저택의 위용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짐작게 해준다.

담장까지 무너진 것을 안타까워한 손우당 후손들의 요청에 대덕구가 예산을 투입해 지난 10월 27일 복원 작업을 시작했다.

사라질뻔한 400살 전통담장 일부 복원…문화재 지정도 추진
일단 담장 15m가 복원됐다.

후손들이 지니고 있던 사진 등을 토대로 최대한 원형을 살렸다.

후손들은 3일 오후 조상에게 담장 복원을 고하는 제례를 올릴 예정이다.

담장이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시나 구 등록 문화재 지정도 추진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공원시설물로만 관리돼 거의 방치돼 왔다.

복원 작업을 맡은 대전시 문화재돌봄사업단의 김정호 단장은 "남양 홍씨 집터 담장은 그 역사나 남다른 높이 등으로 볼 때 문화재적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며 "문화재는 한 번 사라지면 영원히 흔적을 찾을 수 없는 만큼, 문화재로 지정하고 충분한 고증을 거쳐 제대로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라질뻔한 400살 전통담장 일부 복원…문화재 지정도 추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