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 봉쇄령 가능성 작아 경제 피해 심각하지 않을 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확산함에 따라 여행·항공·외식업 등을 중심으로 실물경제 피해가 본격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와 올해 각국이 코로나19의 팬더믹(세계적 대유행)과 델타 변이에 대처했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 경제 전반에 미칠 충격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 항공 예약 줄고 콘퍼런스 등 연기·취소
오미크론 변이는 각국의 여행·항공·이벤트 산업 등에 타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항공사들이 예약감소를 경고하고 있으며, 유럽의 기업 임원들은 출장 계획을 줄이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저비용 항공사 이지젯은 고객들이 여행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지젯은 당초 4분기 항공편 운항 편수를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의 70% 수준으로 계획했다가 최근 이를 65% 수준으로 다시 낮췄다.

요한 룬드그렌 이지젯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은 불확실성이 있는데 우리는 기존 백신의 효과에 대한 확실성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은 오미크론 변이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이 변이가 처음 발견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막았으며, 이스라엘과 일본은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한 상태다.

영국 등은 입국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출장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네슬레는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번 주 영국 런던으로 출장을 갈 계획이었지만, 영국이 코로나19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입국자를 격리한다는 조치를 내놓자 일정을 취소했다.

스위스 역시 현재 입국자의 10일간 격리를 요구하고 있다.

콘퍼런스나 연회, 크리스마스 마켓 등 각종 행사도 최근 며칠 사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되고 있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호텔과 식당, 주점 등도 매출 감소 영향을 받고 있다.

한편 오미크론 변이로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 소비자들의 지출 패턴이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매트 샤이 미국 전미소매연맹(NRF) CEO는 오미크론으로 외출이 필요한 여행이나 영화표보다는 집에서 이용하는 전자제품, 장난감, 의류의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CNBC가 보도했다.

다만 NRF는 오미크론 변이 출현에도 11∼12월 소매 판매가 8천434억∼8천590억 달러(약 997조∼1천15조원)로 전년 대비 8.5∼10% 증가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

오미크론 확산에 여행·외식 등 세계 실물경제 타격 가시화
◇ "오미크론 변이 위험성이 경제적 피해 좌우"
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경제적 피해 규모는 오미크론 변이 자체의 위험도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오미크론의 전파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치명률은 얼마나 높은지에 따라 각국 정부의 대처 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악의 상황은 각국 정부가 국경을 폐쇄하고 자택 대피령을 내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더믹 당시 이런 전면적인 봉쇄 조치로 소비와 생산활동이 위축돼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선진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활발하고 이런 제한 조치에 대한 국민 반발이 큰 데다가 새 변이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나와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각국 정부가 전면적인 봉쇄령을 내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작을 것으로 예견된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시어링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경제적 피해의 대부분은 코로나19에 대응하려고 부과한 제한조치들에서 비롯된다"며 "결국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 변이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이에 따라 오미크론 변이가 각국 보건 체계에 얼마나 큰 부담을 초래하는지가 핵심 문제"라고 지적했다.

공급 측면에서는 감염 우려로 대면 접촉 기피 현상이 심해질 경우 공장 가동률이 떨어질 수 있다.

이는 상품의 수급불균형을 야기해 인플레이션을 한층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도 오미크론 변이로 인해 사람들의 대면 근로 의욕이 꺾여 노동시장의 진전을 둔화시키고 공급망 혼란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여행과 외식 등 소비 수요가 위축될 수 있으며, 최근 고공행진을 한 에너지 가격도 수요 감소로 하락할 수 있어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억제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연준이 이달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한층 주목된다.

오미크론 변이가 야기할 경제 회복세 둔화 우려와 인플레이션 중 어느 것을 더 위중하게 판단하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연준은 일단 인플레이션의 위험성 쪽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보인다.

파월 의장은 그동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말해왔으나, 30일 미 의회에 출석해 "이제는 아마도 이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우리가 의미하는 바를 더 명확하게 설명하기에 좋은 때"라고 말하며 종전 입장을 철회했다.

또한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를 몇 달 일찍 끝내는 게 적절한지를 논의해야 할 것 같다"며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확산에 여행·외식 등 세계 실물경제 타격 가시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