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리드타임이다. 특히 기존 기업이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거나 시작하는 바이오벤처에게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메이라는 짧은 업력에도 불구하고 전략적인 인수를 통해 빠르게 AAV 신약 개발 역량을 확보했다. 단기적으로는 AAV 개발의 잠재력이 가장 높은 희귀유전질환 중 안과질환에 집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신경계를 포함한 다른 질환 영역의 신약을 개발할 계획이다.
보통 유전자·세포치료제(GCT) 분야는 아카데미에서 스핀오프해 탄생한 기업이 많다. 이런 기업들은 자체 개발 플랫폼과 특허에 강점을 둬 다수의 플랫폼 라이선스 딜을 체결하는 강점이 있다.
메이라는 인수로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에 개발 중인 연구개발(R&D) 파이프라인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 임상 진행 중인 파이프라인은 희귀안과질환 4개, 파킨슨병 1개, 구강건조증 1개다. 이 중 리드 파이프라인은 X염색체 연관 망막염색소증(XLRP)을 적응증으로 임상 3상 진행 예정인 AAV-RPGR이다.
유전자 전달체 대표주자 ‘AAV’
AAV는 유전자 치료제의 전달체로 가장 주목받는 바이러스 벡터다. 유전자 치료제는 말 그대로 환자에게 유전자를 전달해 치료 효능을 나타내는 방식이다. 유전자 자체를 그대로 넣어주면 체내에서 쉽게 분해돼 타깃하는 조직에 전달되기 어렵다. 따라서 특정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전달체가 필요하다. 이때 전달체는 면역원성이 낮으며 유전자 발현의 효율성과 지속성이 높아야 한다. AAV는 이런 점에서 장점을 지닌 전달체로 각광받고 있다.
AAV 치료제 디자인의 중요한 요소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치료 유전자를 감싸고 있는 껍질을 결정하는 혈청형(Serotype) 혹은 캡시드(Capsid) 엔지니어링, 유전자를 발현하는 벡터의 디자인 및 서열 최적화, 타깃 유전자로 나뉜다.
AAV의 단백질 껍질인 캡시드는 혈청형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사람에게서 주로 발견되는 자연상태의 혈청형 타입은 AAV1~9번이다. 타입별로 조직 특이성이 달라 치료 적응증별로 선택되며, 가장 많이 사용되는 타입은 범용성이 높은 AAV2다. 벡터는 치료 유전자뿐만 아니라 발현 효율과 관련된 프로모터까지 포함된다.
AAV 유전자는 크기가 작아 발현 가능한 유전자의 서열이 한계가 있다. 최근 캡시드 서열과 프로모터 역시 엔지니어링을 통해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효율적이며 조직 친화적인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AAV 생산에도 중요한 팩터로 작용하여 생산 수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메이라는 3가지 포인트 중 벡터에 대한 디자인과 최적화 기술을 핵심 역량으로 보유하고 있다. 타깃하는 세포특이적으로 적절한 프로모터를 디자인할 수 있고 캡시드도 스크리닝 플랫폼을 이용해 최적화가 가능하다.
얀센 손잡고 임상 순항
메이라는 글로벌 빅파마 존슨앤드존슨(J&J)과 굳건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며 임상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9년 1월 메이라는 J&J의 자회사 얀센과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희귀유전성 안과질환 파이프라인 3종에 대한 파트너십이었으며 임상 개발 비용은 얀센이 전액 부담한다. 계약금으로 1억 달러를 수령했고 향후 개발 상황에 따른 마일스톤 3억4000만 달러와 상업화 이후 로열티로 매출의 20%를 수령한다. J&J의 지분 투자도 유치했으며, 올해 3분기 말 기준으로 J&J의 메이라 지분율은 6.52%로 세 번째로 크다.
AAV 치료제는 주로 단일 유전자 돌연변이로 나타나는 질환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다. 또한 국소 투여가 가능한 타깃은 보다 안전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메이라와 얀센은 이런 점을 고려해 희귀유전성 안과질환 중 치료제가 없는 XLRP와 색맹을 적응증으로 개발 중이다. 특히 XLRP 치료제는 작년 긍정적인 임상 1·2상 결과를 발표했고 곧 3상 투여가 개시될 예정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만큼 빠르면 2022년 승인도 가능할 전망이다.
유전자 발현 조절 기술과 cGMP 시설 보유
유전자 발현 조절 기술을 보유했다는 점은 얀센이 메이라를 파트너로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메이라는 리보스위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리보스위치 기술은 특정 RNA 서열에 종결코돈 서열이 있어 유도자(inducer)의 역할을 하는 저분자화합물이없으면 단백질이 번역되지 못하게 한다. 유도자가 있으면 압타머를 형성하여 엑손 부분만 전사가 되어 단백질 발현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효능을 조절하는 게 가능해져 AAV 투여 후 저분자화합물을 투여하면서 효능 발현 주기를 조절할 수 있다.
또한 자체 cGMP급 생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GCT 분야에서 위탁개발생산(CDMO)에 대한 허들이 높으며 AAV 치료제 역시 생산수율에 따라 가격 등이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메이라는 임상 단계부터 허가 단계까지 품질 관리에 대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외주가 아닌 인하우스를 택했다. 런던과 아일랜드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규모는 상업화 생산이 가능한 글로벌 CGT CDMO 기업급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상업화 이후에는 상업화 품목 생산을 통한 추가 성장동력도 확보 가능하기 때문에 리드 파이프라인의 성공 시점이 주목되는 기업이다. 글 장세훈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2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