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차다는데 원래 그렇다는 말만"…외롭고 불안한 재택치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확진자 급증하며 병상 고갈…"무단외출해도 모를 것 같아"
의료진 "악화 시 즉각 이송하고 고위험군 모니터링 강화해야"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5천 명대를 기록하는 등 병상 부족 사태가 본격화하자 곳곳에서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처음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감염 의심 사례가 나오자 이제는 백신 접종만으로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 "숨차다는데 원래 그렇다고 해"…외롭고 불안한 재택치료
병상이나 생활치료센터 자리 부족으로 입원 또는 입소를 거절당했다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재택치료 중이라는 직장인 윤모(23) 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진료 없이 약만 받고 혼자 버티는 거라 불안했다"며 "처음에는 기침이 심하지 않았지만 갈수록 새벽에 자주 기침이나 깼다.
모니터링 전화가 오면 그렇게 말했고, 기침약을 추가로 처방해줬지만 그게 끝이었다"고 했다.
윤씨는 증상이 악화하면 병원에 보내준다는 안내를 받았느냐고 묻자 "개인적으로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설명을 들은 건 없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외로움을 감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재택치료를 마친 김모(27) 씨는 "의료진 전화는 열흘에 2번 왔고 그나마 숨이 차다고 말했는데도 '원래 그런 것'이라며 타이레놀만 줬다"며 "솔직히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가도 모를 것 같더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한 맘카페 회원 'sk90****'는 "27주 산모인데 확진됐다.
보건소에 병상도 생활치료센터도 신청했지만 자리가 안 난다고 해서 나흘째 집에서만 대기 중이다.
온 가족을 힘들게 해 미안하다"고 썼다.
의정부 지역 커뮤니티에는 "구급대에서 일하는 남편이 요새 출동 나갔다 하면 두 시간은 기본이다.
이 병원 저 병원 (병상 알아보느라) 전화하고 대기하느라 걸리는 시간"이라며 "오늘도 네 시간 기다리다 환자는 집으로 다시 보내고 복귀했다.
병상이 얼마 안 남은 게 아니라 없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확진자 발생 시 동거인·가족의 20일 격리조치 방침에도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현실적으로 국민의 몇 퍼센트가 주방 2개 이상 호화 주택에 살겠느냐", "재택치료 원칙이란 말이 결국 손 놓는다는 이야기"라고 불안을 호소했다.
인천 연수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조모(43) 씨는 "이웃집에 확진자가 머문다고 생각하면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단 외출 등 방역수칙 위반 사례를 정부가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의료진 "증세 악화 시 즉각 이송 시스템 갖춰야"
혼란하기는 일선 의료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코로나19 환자의 급격한 건강 악화 시 병원 이송이 지연될 경우를 가장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치료 확대가 현재 의료 환경과 확진자 급증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이라면서도 "재택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모니터링을 받지만, 엑스레이를 못 찍거나 방치되는 사례들이 걱정된다.
고령자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자세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범 건양대 호흡기내과 교수도 "청진 등 진찰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약을 처방하거나 치료 상담을 해줄 때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병세가 악화할 경우 곧바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상 가동률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이날 83.9%로 중증 환자 병상이 35개 남았다.
업무 강도가 늘면서 그만두는 의사들도 나와 의료인력 충원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의료원 관계자는 "최근 안성병원에서 의사 5명, 포천 3명, 의정부 3명, 수원 2명이 그만둬 충원 중인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재택치료 또한 관리 인력이 필요한데 해당 인력 역시 태부족인 상황이다.
성남시에서는 지난달 29일 확진된 76명 가운데 44명(58%)이 재택치료로 배정됐다.
2주 전만 해도 재택치료 비율이 25%가량이었는데 배로 늘어났고, 현재 무증상·경증 248명이 재택치료 중이다.
최경수 성남시감염병관리센터장은 "4개 협력병원이 감당할 수 있는 재택치료 인원이 700명가량이라 아직 여유가 있지만 재택치료자가 500명을 넘어가면 협력병원을 추가 지정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 종사자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재택치료팀 간호사인데 혼자 환자 170명을 맡고 있다.
대응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없어 일하기 너무 힘들다"고 썼다.
(이우성 이재림 최재훈 김치연 김상연 홍유담 윤우성)
/연합뉴스
의료진 "악화 시 즉각 이송하고 고위험군 모니터링 강화해야"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으로 5천 명대를 기록하는 등 병상 부족 사태가 본격화하자 곳곳에서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처음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 감염 의심 사례가 나오자 이제는 백신 접종만으로 코로나19를 피할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 "숨차다는데 원래 그렇다고 해"…외롭고 불안한 재택치료
병상이나 생활치료센터 자리 부족으로 입원 또는 입소를 거절당했다는 사례들도 늘고 있다.
지난달 20일부터 재택치료 중이라는 직장인 윤모(23) 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실질적으로 진료 없이 약만 받고 혼자 버티는 거라 불안했다"며 "처음에는 기침이 심하지 않았지만 갈수록 새벽에 자주 기침이나 깼다.
모니터링 전화가 오면 그렇게 말했고, 기침약을 추가로 처방해줬지만 그게 끝이었다"고 했다.
윤씨는 증상이 악화하면 병원에 보내준다는 안내를 받았느냐고 묻자 "개인적으로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설명을 들은 건 없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외로움을 감수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재택치료를 마친 김모(27) 씨는 "의료진 전화는 열흘에 2번 왔고 그나마 숨이 차다고 말했는데도 '원래 그런 것'이라며 타이레놀만 줬다"며 "솔직히 휴대전화를 집에 두고 나가도 모를 것 같더라"고 말했다.
네이버의 한 맘카페 회원 'sk90****'는 "27주 산모인데 확진됐다.
보건소에 병상도 생활치료센터도 신청했지만 자리가 안 난다고 해서 나흘째 집에서만 대기 중이다.
온 가족을 힘들게 해 미안하다"고 썼다.
의정부 지역 커뮤니티에는 "구급대에서 일하는 남편이 요새 출동 나갔다 하면 두 시간은 기본이다.
이 병원 저 병원 (병상 알아보느라) 전화하고 대기하느라 걸리는 시간"이라며 "오늘도 네 시간 기다리다 환자는 집으로 다시 보내고 복귀했다.
병상이 얼마 안 남은 게 아니라 없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확진자 발생 시 동거인·가족의 20일 격리조치 방침에도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현실적으로 국민의 몇 퍼센트가 주방 2개 이상 호화 주택에 살겠느냐", "재택치료 원칙이란 말이 결국 손 놓는다는 이야기"라고 불안을 호소했다.
인천 연수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조모(43) 씨는 "이웃집에 확진자가 머문다고 생각하면 불안이 생길 수밖에 없다.
무단 외출 등 방역수칙 위반 사례를 정부가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의료진 "증세 악화 시 즉각 이송 시스템 갖춰야"
혼란하기는 일선 의료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코로나19 환자의 급격한 건강 악화 시 병원 이송이 지연될 경우를 가장 우려하는 분위기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치료 확대가 현재 의료 환경과 확진자 급증 상황에서 최선의 방법"이라면서도 "재택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모니터링을 받지만, 엑스레이를 못 찍거나 방치되는 사례들이 걱정된다.
고령자 등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자세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범 건양대 호흡기내과 교수도 "청진 등 진찰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약을 처방하거나 치료 상담을 해줄 때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병세가 악화할 경우 곧바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병상 가동률은 점점 악화하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이날 83.9%로 중증 환자 병상이 35개 남았다.
업무 강도가 늘면서 그만두는 의사들도 나와 의료인력 충원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도 의료원 관계자는 "최근 안성병원에서 의사 5명, 포천 3명, 의정부 3명, 수원 2명이 그만둬 충원 중인데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재택치료 또한 관리 인력이 필요한데 해당 인력 역시 태부족인 상황이다.
성남시에서는 지난달 29일 확진된 76명 가운데 44명(58%)이 재택치료로 배정됐다.
2주 전만 해도 재택치료 비율이 25%가량이었는데 배로 늘어났고, 현재 무증상·경증 248명이 재택치료 중이다.
최경수 성남시감염병관리센터장은 "4개 협력병원이 감당할 수 있는 재택치료 인원이 700명가량이라 아직 여유가 있지만 재택치료자가 500명을 넘어가면 협력병원을 추가 지정하는 등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 종사자 커뮤니티의 한 회원은 "재택치료팀 간호사인데 혼자 환자 170명을 맡고 있다.
대응 가이드라인도 제대로 없어 일하기 너무 힘들다"고 썼다.
(이우성 이재림 최재훈 김치연 김상연 홍유담 윤우성)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