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규제 사라졌지만…업황 둔화로 옥석 가리기 될 듯
국내외 경제 전반의 둔화를 야기한 코로나19는 보험업종에는 예상 밖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성장성 측면에서는 저축보험 변액보험 자동차보험 수요가 증가했고, 수익성 측면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 확산에 따른 차량 운행량 및 의료 이용량 감소로 손해율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외형 성장의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앞서 언급한 코로나19의 긍정적 영향이 일시적으로 소멸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국내 보험산업의 구조적 성장 둔화 요인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구 구조 변화 및 저연령 인구 감소에 따른 개인 보험 상품의 수요 둔화 △국내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 지속에 따른 기업 대상 보험 시장 축소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나아가 핀테크 혁신이 지속되고 있는 대출, 금융투자 상품 등과 달리 보험 상품은 판매 채널의 혁신을 통한 추가 성장 여력의 확보 또한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는 대면 영업을 통한 ‘밀어내기식 마케팅’이 보편화된 보험 영업의 구조적 한계에 기인한다. 보험 상품은 가입자 개인이 원하는 보장 내용과 손해율이 모두 상이해 모바일 등 디지털 플랫폼에 최적화된 표준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산업 및 영업 방식의 구조적 한계 요인에 따라 외형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기업가치 상승을 위해 추구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지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손해율, 유지율 등 효율성 지표의 개선을 통한 수익성 제고다. 둘째는 보험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해 신사업 진출, 유망 기업 투자 등을 통한 신성장동력 확보 등이다. 이 중 효율성 지표는 사고심도, 보험금 청구 추이 등 외부 요소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짙다는 점을 감안할 때, 보험사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안은 신성장동력 확보가 좀 더 가까워 보인다.

희망적인 점은 지금까지 보험사들의 신성장동력 투자를 가로막아왔던 여러 규제적 불확실성이 최근 해소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는 2023년 도입이 확정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들 수 있다. 보험 부채의 시가평가를 핵심으로 한 IFRS17의 도입에 따라 그동안 보험사들은 신성장동력 투자에서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보험상품 시가평가로 부채가 확대되는 동시에 가용자본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되면서 현행 회계기준 자본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2023년 제도 도입에 따라 회사별 부채 및 자본의 규모가 명확화하면 자본 여력이 존재하는 우량 보험사는 잉여 자본 활용을 통한 신성장동력 투자가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보험사 사업영역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점차 완화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올해 6월 개정 보험업법 시행에 따라 보험사들은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상품 개발, 언더라이팅 효율성 강화 등에 활용하면서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시장 금리가 상승 기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점도 보험 업황 개선에 추가적인 기대 요인이다. 금리 상승은 생보사에 있어 신규 투자이원을 상승시켜 투자영업이익률을 개선시키고, 이자율차역마진을 축소시킨다. 게다가 연말 변액보증준비금 추가 적립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점에서 펀더멘털에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내년 보험업종 업황은 올해 대비 둔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기업가치 할인의 주요 요인이던 여러 제도적, 규제적 불확실성이 최근 해소 국면에 들어간 점을 감안한다면 투자자 입장에서 이에 따른 옥석 가리기가 보험주 투자에 가장 중요한 판단 지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