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 칼럼] '개정 교육과정'서 드러난 경제교육 현실
교육부가 지난주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의 주요사항을 발표했다. 2024년 초등학교 1~2학년, 2025년 중·고교 1학년부터 순차적으로 적용될 국가 교육과정의 ‘큰 틀’이 제시된 것이다. 이번 교육과정이 학교 교육을 통해 길러내고자 하는 인간상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이다. 이를 위해 생태 전환, 민주시민 교육을 강조하고, 디지털을 언어·수리와 함께 기초소양으로 봐, AI(인공지능) 등 정보교육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도적인 인간상을 추구한다면서, 정작 살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선택적 상황에서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경제·금융 교육은 이번에도 뒷전으로 밀렸다.

개정 교육과정을 보면, 고등학교 일반선택 과목에서 ‘경제’가 빠졌다. 수능 범위에 속하는 일반선택 과목 수를 현재 9개에서 4개로 줄이면서 정치, 경제 등의 과목을 ‘진로선택 과목’으로 돌린 것이다. 수능에서 제외되면 이들 과목은 교육현장에서 완전히 외면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물론 확정된 것은 아니다. 새 교육과정이 반영되는 2028년 대입은 2024년이 돼야 정해진다. 이번 교육과정의 큰 방향은 2025년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 따라 학생들의 과목 선택 기회를 넓히고 학교현장의 자율성을 확대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취지의 교육과정이 도입돼도 대입과 연계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는 게 한국 현실이다. 학생들의 과목 선택폭이 넓어져도 입시가 지금과 비슷하다면 어차피 수능에 포함되는 과목들만 살아남을 것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현행 수능 체제가 그대로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 결정은 차기 정권 중반에나 이뤄진다.

이번 개편에서 드러난 보다 근본적 문제는 경제교육에 대한 무지하고 취약한 인식이다. 교육부는 애초 경제교육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경제는 초·중·고교 사회 과목에 일부 단원으로 들어가 있을 뿐이다. 창업과 투자 등 학생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입시와 거리가 있다보니 학교도 학부모도 무관심하다. 고등학생의 경우 2학년 때부터 경제 과목을 선택할 수 있지만 개설조차 안 돼 있는 학교가 대다수다. 이번 수능에서 사회탐구 선택 과목 중 경제를 선택한 학생은 전체 응시자의 1.39%에 그쳤다. 윤리 등 다른 사회과목보다 어렵다는 인식이 있고, 현장에서 ‘경제’를 가르칠 만한 교사도 별로 없기 때문이다. 경제를 가르쳐야 할 교사들 가운데 경제학을 전공한 경우는 10명 중 1명꼴이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학생들의 경제이해력은 크게 떨어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초·중·고 학생 1만5788명을 대상으로 경제이해력 조사를 한 결과, 평균 점수가 ‘낙제 수준’인 53점에 불과했다.

우리 일생의 무수한 선택이 ‘먹고사는’ 일과 연결돼 있다. 대학 진로를 정하는 일, 직업을 택하는 일, 집을 사기 위해 대출받는 일, 창업해서 투자받는 일, 노후를 대비하는 일 등 모두 경제와 관련돼 있다. 경제를 알아야 합리적 선택이 가능하다. 이번 교육과정이 강조하는 ‘민주 시민’이 되기 위해서도 세금이 제대로 쓰이는지, 정치인들의 주장이 ‘조삼모사(朝三暮四)’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경제 지력을 갖춰야 한다. 이런 중요성을 알기에 영국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들은 금융 교육을 의무화하거나, 표준 교육과정에 경제교육을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교육은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극심해진 사회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미국 여론조사회사 퓨리서치가 17개국 성인 1만88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한국인은 삶에서 ‘물질적 행복’을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질적 행복을 추구하면서 경제공부는 대강 눈치껏 해야 되는 게 현실이다. 경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익히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경제를 배워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