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의 지도·하룻낮의 행복

송광호 기자 ▲ 편지 공화국 = 앤서니 크래프턴 지음. 강주헌 옮김.
미국 프린스턴대 역사학 교수인 저자는 근대 유럽에 영토도, 지도에도 찾아볼 수 없는 편지 공화국이 존재했다고 말한다.

학문의 경계를 초월해 서로의 사상과 철학을 나누고 공유했던 지식인들의 공동체다.

편지 공화국 지식인들은 편지를 교신하며 학문적 우정을 나누고, 때로는 상대방의 주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며 서로 성장해 나갔다.

이들은 새 공용어로 라틴어를 연구했고, 지적이고 문화적이며 종교적인 경계를 넘어 새로운 학문을 개척했다.

또한 지식의 열정적인 추구를 방해하는 분쟁의 해결에도 앞장섰다.

진실과 평화를 추구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적 기관을 상상하며 이를 신중히 설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치열한 토론과 숙의를 거쳐 근대 유럽은 지식 체계를 갖추어 나갔고, 이는 서구 사상의 학문적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역사에서 사라진 이 지식 공동체의 모습을 통해 서구 지성의 역사를 생생하게 되살리는 한편, 르네상스 시대부터 현재까지 책과 독서의 역사를 조명한다.

21세기북스. 648쪽. 3만8천원.
[신간] 편지 공화국
▲ 천재의 지도 = 에릭 와이너 지음. 노승영 옮김.
베스트셀러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의 저자 에릭 와이너가 천재들이 등장한 도시를 조명한 책이다.

저자는 고대 아테네, 송나라 항저우, 르네상스 피렌체 등 천재들이 갑자기 등장한 도시를 찾아다니며 '도약의 비결'을 탐사한다.

그는 천재의 내면을 그리기보다는 그들이 등장할 수 있었던 당대의 창의적인 문화를 설명한다.

예컨대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등장할 수 있었던 건 아테네 시민 모두가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해 격렬하게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었던 문화적 배경 덕택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창조성이 유전적 자질이나 선물이 아니라 획득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유리한 환경을 신중하게 조성해야 한다.

창조성을 개인적 방종이 아니라 공공선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8년 발간된 '천재의 발상지를 찾아서'의 전면 개정판.
문학동네. 516쪽. 1만8천500원.
[신간] 편지 공화국
▲ 하룻낮의 행복 =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오늘을 즐겨라'라는 의미로 알려진 라틴어 '카르페 디엠'(Carpe Diem)에 대한 저자의 성찰을 담은 책.
콩쿠르상 수상 작가인 저자는 카르페 디엠에 대한 정확한 의미를 찾기 위해 꽃을 따는 행위에서 시작해 일본의 전통 꽃꽂이 이케바나, 단어의 기원, 각종 신화와 예술작품, 주기도문을 넘나들며 사유의 여정을 이어간다.

사유의 종착지는 '하루의 빛'(Diem)을 뜯도록 하라'다.

저자는 "낮의 매 순간을 조금씩 풀을 뜯듯이 천천히 잘게 빻아 씹어라"라는 뜻으로 카르페 디엠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하룻낮의 행복'이다.

저자에 따르면 '하룻낮'은 잠에서 깨어난 주행성(晝行性) 동물들의 시선에 명확한 지각이 가능할 때의 시간이며, 잎을 활짝 펼쳐 햇빛을 흡수하는 식물들에 영양이 공급되는 동안의 시간이다.

문학과지성사. 188쪽. 1만4천원.
[신간] 편지 공화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