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지온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허가를 조건으로 걸고 200억원을 조달했다. 시장에선 FDA 신약허가 심사를 받고 있는 메지온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메지온의 자신감 "FDA 불허 땐 이자 더 준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메지온은 지난 12일 타이거자산운용이 운용하는 사모펀드에 하이브리드 전환사채(CB)를 발행해 200억원을 조달했다. CB의 표면·만기이자는 모두 0%다. 만기는 30년인데, 사채권자에게 사전에 통지하면 30년씩 만기를 계속 연장할 수 있다. 이자도 없고 만기도 계속 연장될 수 있는 불리한 조건의 CB인데도 200억원을 모은 것이다. 심지어 전환가액 리픽싱 조건도 붙어 있지 않아 주가가 하락하면 CB 투자자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메지온은 이번에 조달한 200억원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상업화 준비를 위한 마케팅 비용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다만 발행 조건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메지온은 신약이 FDA로부터 승인받지 못할 경우 2년 뒤부터 이자를 올려 주기로 약속했다. 공시에 따르면 메지온이 2022년 3월 31일까지 신약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2년 뒤인 2023년 11월 16일까지 CB의 만기보장수익률이 연복리 5%로 적용된다. 2년 이후로는 이 수익률이 7%로, 2년 반 이후가 되면 10%로 오른다. 투자자로선 신약이 FDA로부터 허가를 받으면 주가가 상승할 테니 CB를 주식으로 변경해 차익을 실현하면 되고, 만약 실패하더라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도록 짜여진 구조다.

메지온이 개발 중인 쥴비고(성분명 유데나필)는 단심실증(폰탄) 수술 후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는 치료제다. 2019년 말 임상 3상을 마치고 FDA의 신약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증권가에선 메지온이 신약허가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타이거자산운용은 메지온에 오랫동안 투자해온 운용사인데 FDA 승인을 앞두고 200억원을 베팅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메지온이 자금을 조달한 뒤 마케팅 자금으로 쓰겠다고 했으니 신약허가에 대한 자신감이 큰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