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리우스, 송도에 3억 달러 바이오 공장 짓는다
삼바·SK바사·셀트리온 따라 글로벌 원부자재 업체 속속 상륙
독일 백신 원부자재·장비업체인 사토리우스는 인천 송도에 향후 3년간 3억 달러(약 3500억 원)를 투입해 생산시설을 짓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11월 2일 산업통상 자원부, 보건복지부, 인천광역시와 맺었다.

사토리우스는 송도공장에서 일회용 세포배양백(bag), 세포배양 배지(세포의 먹이), 불순물 제거 필터 등 바이오의약품과 백신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부자재 등을 만든 뒤 전 세계에 수출할 계획이다. 지난 9월 글로벌 바이오 기업 사이티바(옛 GE헬스케어 생명과학부문)도 2024년까지 한국에 5250만 달러(약 620억 원)를 투입해 세포 배양백 생산공장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이들 기업이 한국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낙점한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 기업이 만드는 원부자재를 갖다 쓸 ‘핵심 고객’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셀트리온이 한국에 있어서다. 코로나19 백신만 해도 그렇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휴온스 글로벌과 한국코러스는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을 만들고 있거나 만들 계획이다. GC녹십자는 얀센 백신 위탁생산을 논의하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진원생명과학, 제넥신, 유바이오로직스 등 국내 기업이 백신 개발에 성공하면 국내 생산 물량은 더욱 늘어난다.

이뿐만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세계 바이오의약품 생산 분야의 최강자로 꼽힌다. 사토리우스, 사이티바는 삼성이나 셀트리온 공장 옆에 둥지를 틀어야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물류비도 아낄 수 있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제조는 관련 업체가 한데 모여 ‘클러스터’를 이뤄야 시너지가 생긴다”며 “삼성과 셀트리온을 중심으로 구축된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에 더 많은 해외 기업이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같은 날 열린 제2차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에서는 2024년까지 예정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투자계획이 공개됐다. 총 투자금액(6조2900억 원)의 3분의 2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맡는다. 2월 착공한 송도 4공장에 1조7400억 원을, 내년 첫 삽을 뜨는 5~6공장에 2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 셀트리온은 공장·연구센터 건설에 1조5000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연구소 건립에 2700억 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공장 신축에 2260억 원을 쏟아 붓는다.

이에 정부는 각종 규제 완화와 수출마케팅 지원 확대, 글로벌 특허 전략 제공 등으로 화답하기로 했다. 또 기술력은 있지만 돈이 부족한 14개 백신·원부자재 기업에 연말까지 18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일어난 바이오산업 관련 소식 업데이트
러 ‘스푸트니크 백신’ 컨소시엄서 바이넥스가 빠진 이유는
중국産 설비 사용 요구에 “새로 사느니 포기” 남은 기업이 부족한 물량 생산

러시아 국부펀드(RDIF)와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을 논의 중인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에서 바이넥스와 안동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가 제외됐다. 바이넥스가 컨소시엄에서 돌연 제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업체와 CMO 업체 간 합의가 중간에 깨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바이넥스는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해 전 세계에 회사 이름을 알릴 기회도 놓치는 상황이 됐다.

10월 31일 한국코러스에 따르면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컨소시엄에서 이들 두 곳이 빠지고 다른 기업의 추가 참여 없이 컨소시엄의 기존 기업들이 빈자리를 메울 예정이다. 컨소시엄에 참여 중인 기업은 한국코러스와 지엘라파, 이수앱지스, 종근당바이오, 보령바이오파마, 큐라티스, 제테마 등이다. RDIF는 이 컨소시엄에 스푸트니크 백신 5억 도스 생산을 맡겼다. 이를 위해 한국코러스와 이수앱지스, 제테마는 RDIF와 백신 원액 생산에 필요한 기술이전 계약까지 체결했다.

바이넥스가 뒤늦게 컨소시엄에서 빠진 것은 백신 원액 생산에 쓰이는 바이오 리액터(배양기)를 둘러싼 RDIF와의 이견 때문으로 알려졌다. RDIF는 러시아 내 생산에 사용하는 중국산 배양기와 같은 제품을 컨소시엄도 도입하라고 요구했지만 바이넥스가 이를 거부했다는 설명이다. 바이넥스와 달리 한국코러스와 이수앱지스, 제테마는 RDIF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넥스는 보유 설비를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한 데 반해 RDIF는 전 세계에서 균질한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동일한 설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바이넥스가 입장을 바꾸지 않자 RDIF는 급기야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한국코러스에 ‘바이넥스 제외’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동 동물세포실 증지원센터는 설립 취지가 스푸트니크 생산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컨소시엄에서 제외됐다.

바이넥스는 스푸트니크 백신 생산이 무산됐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이혁종 바이넥스 대표는 “특정 고객사(RDIF)에 사업을 올인할 수는 없다”며 “제넥신과 셀리드 등 국내 4개 업체가 개발하는 코로나19 백신을 위탁생산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스푸트니크 백신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의약품청(EMA) 등에서 품목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 등을 고려해 바이넥스가 실리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빈자리는 남아 있는 회사들이 메운다. 한국코러스, 제테마, 이수앱지스가 원액 생산을 맡고, 나머지 기업이 완제품을 생산한다. 업체별 생산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국코러스의 초도 물량 출하가 완료되면 이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컨소시엄 기업 간 본계약을 마칠 계획이다.
한국코러스는 최근 러시아 보건당국으로부터 러시아 코로나19 백신인 ‘스푸트니크V’ 및 ‘스푸트니크 라이트’ 생산을 위한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받았다. 총 450만 도스 분량의 스푸트니크 라이트 완제품 1차 선적 준비를 마쳤다. 한국코러스는 개발사인 러시아 가말레야 연구소의 승인이 나오는 대로 11월 중 출하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휴온스바이오파마 ‘휴톡스’, 유럽 수출 계약에 이어 도미니카공화국 허가

휴온스글로벌은 자회사 휴온스바이오파마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휴톡스’(국내명 리즈톡스)가 도미니카공화국에서 품목허가를 취득했다고 지난 10월 28일 밝혔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파길(FAGIL)을 통해 현지 시장에 진출한다. 파길은 현지 유통뿐 아니라 영업과 마케팅 전반까지 책임질 예정이다.

이 회사는 앞서 같은 달 25일 독일 헤마토팜과 유럽 29개국에 972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는 헤마토팜을 통해 2024년까지 유럽 허가 관련 절차를 마무리한 뒤, 2025년 유럽 29개 국에 휴톡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유럽 보툴리눔톡신 시장은 연 1조 원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다. 계약 기간은 현지 진출 시점부터 10년이며, 계약 규모는 단계별 성과에 따른 기술료(마일스톤)를 포함해 972억 원이다. 휴톡스는 카자흐스탄, 이라크, 볼리비아, 아제르바이잔에서 품목허가를 받았고, 중국, 미국, 브라질 등지에서는 임상 및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편집=김예나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