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연속 PS 올랐지만…LG서 찾기 어려운 '가을 야구 경험'
프로야구 강팀의 조건 중 하나가 경험의 전수와 공유다.

민병헌(은퇴), 양의지(NC 다이노스), 최주환(SSG 랜더스),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등 왕조 시절의 주축 타자들이 차례로 팀을 떠났어도 두산 베어스는 사상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한다.

가을 야구 승부사의 유전자(DNA)가 내리 물림 한 덕분이다.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 자체도 중요하거니와 그 큰 무대에서 이기고, 패한 경험이 팀을 더욱더 강하게 만드는 자산이 되길 바라는 심정에서 각 팀은 가을 야구 출전에 사활을 건다.

성공의 경험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패배의 교훈은 선수들의 투지를 자극한다.

지난 6년간의 실적으로 체득한 두산의 집단 경험치는 가을만 되면 눈부시게 빛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3년 연속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LG 트윈스에서 찾기 어려운 점을 꼽자면 가을 야구 경험의 공유다.

두산의 5-1 승리로 끝난 4일 준플레이오프(준PO·3전 2승제) 1차전에서 LG는 잔루를 무려 10개나 남기고 자멸했다.

준PO 1차전 승리 팀이 100% 플레이오프(PO)에 올랐다는 역사적인 통계, 에이스 앤드루 수아레즈를 앞세운 선발 투수의 비교 우위 등을 고려할 때 LG는 반드시 잡아야 할 1차전을 도리어 내줬다.

1회 2사 1, 2루, 2회 1사 2루, 4회 1사 1, 2루, 6회 2사 1, 2루 등 주자를 득점권에 4번이나 두고도 한 번도 터지지 않았다.

자주 오지 않은 기회를 꼭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타자들의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LG 선수 중 가을을 즐길 만큼 여유 있는 선수는 없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정규리그 4위로 포스트시즌에 오른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웃었지만, 두 번 모두 준PO에서 짐을 쌌다.

거듭된 좌절의 아픔을 딛고 올해엔 한 단계 높은 준PO에서 한국시리즈를 향한 도전을 시작했으나 1차전에서 두산에 영패(0-4)해 주도권을 내준 지난해와 결과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타짜는 역시 다르다는 사실은 가을 야구 단골 두산 선수들이 제대로 보여줬다.

1-0으로 앞선 5회 2사 3루에서 박건우는 자신을 상대하러 올라온 LG 두 번째 투수 정우영을 1타점 우전 적시타를 날렸다.

LG의 계투책은 단숨에 허사가 됐다.

0-2로 끌려가던 LG가 7회 2사 만루 역전 찬스를 날리고 고작 1점만 만회하자 두산은 공수교대 후 8회초 2점을 도망가 승패를 갈랐다.

승부처를 직감하고 그 순간 전력을 쏟아붓는 '승부사 감각'은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두산 선수단이 모두 공유하는 승리의 DNA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