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1천170곳 공동 회견…"예산 삭감 과정서 시민사회 도둑놈 취급"
시민단체들 "오세훈, 시민사회 명예훼손…비판 언론엔 재갈"
전국 1천170개 주민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바로세우기' 일환으로 예산을 삭감하면서 시민사회를 폄훼하고, 이를 비판한 언론엔 광고 중단을 통보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시민참여와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행동하는 전국 시민·지역사회단체'(이하 단체)는 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사회 활성화 폄훼, 협치를 부정하는 근거없는 예산 삭감, 언론에 재갈을 물리거나 특정 언론에 왜곡 취재를 유도해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 등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서울시 바로세우기' 입장문에서 시민사회 민간위탁 사업 구조를 '시민단체형 다단계'에 비유하며 "서울시 곳간은 ATM기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또 "지난 10년간 민간 보조금과 민간 위탁금으로 지원된 총금액이 무려 1조원 가까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단체는 오 시장의 이런 발언을 놓고 "전 지구적 거버넌스 흐름을 전면 부정하는 심각한 퇴행"이라며 "자신의 '1조원'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공개하지 못하면서 전체 시민사회가 문제라고 비판하는 것은 심각한 명예훼손"이라고 지적했다.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총장은 "(시민사회를) 조롱 대상으로 삼고 상대방이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정말 부당하다.

기본이 안돼있다"며 "시민사회를 그냥 '돈 빼먹는 도둑놈' 취급하는 것은 너무 심했다"고 비판했다.

양혁승 사단법인 '시민' 이사장(연세대 경영학부 교수)도 "오 시장의 시민사회 몰이해와 활동가들 폄훼가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당시 후보와 정책동의서를 주고받기도 했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윤순철 사무총장은 "시민사회 단체로서 모멸감을 느낀다"면서 "ATM기라면 출금 기록이 있을 것 아닌가.

기록을 다 내놓고 검증하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단체는 서울시가 오 시장의 '1조원' 주장 검증을 시도한 한겨레신문에 광고 중단을 통보했다며 이를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오 시장이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를 하기 위해 특정 언론사에 취재를 '사주'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지난달 28일 방송된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 지난 10년, 서울시에선 무슨 일이' 편에서 취재기자가 "서울시 측의 취재요청을 받아 취재하고 있다"고 인터뷰 대상자에게 밝혔다는 것이다.

단체는 "오 시장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는 입을 막고 우호적인 언론사에는 왜곡된 취재를 유도한 것"이라며 "서울시민들에게 취재 요청 의혹을 해명하고 지원 예산을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하며 "오 시장이 우리 요구를 거부한다면 올바른 민관협치 실현을 위해 법적인 책임을 묻는 절차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