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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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지난 8월에 이어 이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올려도 물가와 민간부채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으로부터 제기됐다. 코로나19로 급격히 증가한 가계부채가 금융위기 및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점진적인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대출규제 등 보다 적극적인 거시건전성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KDI의 주장이다.
KDI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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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4일 발표한 '민간부채 국면별 금리인상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민간부채가 크게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올해 2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대비 민간부채 비율이 218.2%까지 불어나며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 13년 만에 200%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부문별로 보면 지난 2분기 가계부채는 전년 동기 대비 11.6%, 기업부채는 같은 기간 8.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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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민간부채 급증으로 인한 금융불안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정책대응이 필요하다면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1999년 2분기부터 지난 1분기까지의 실질GDP, 소비자물가, 기준금리, 민간부채 등을 분석한 결과 금리인상이 물가상승률과 부채증가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부채가 평년대비 크게 늘어난 고부채 국면에서 금리를 인상할 경우 저부채 국면에서 금리를 올릴 때보다 물가상승률 하락폭이 크게 나타나긴 했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정도였다고 KDI는 밝혔다.

천소라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주식, 부동산 등 자산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인상된 기준금리보다 높으면 민간부채는 계속 늘어나기 때문에 금리 인상만으로는 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KDI는 국내 경제가 현재와 같이 고부채 국면일 때 기준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릴 경우 오히려 경기 회복이 둔화되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에 금리 인상 속도를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부채가 평년 대비 높지 않은 저부채 국면일 때는 기준금리를 0.25% 올리면 3개 분기에 걸쳐 경제성장률이 최대 0.08%포인트 하락하는 결과가 나타났지만, 고부채 국면인 상황에선 똑같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려도 3개 분기에 걸쳐 경제성장률이 최대 0.15%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천소라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이 경제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저부채 국면일 때보다 고부채 국면일 때 2배 정도 크다는 의미"라며 "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불가피하더라도 금리 인상이 취약계층의 채무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가능성 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KDI는 민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금융불안 완화에 더욱 직접적인 효과를 내는 거시건전성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거시건전성정책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동원한 민간대출 규제를 말한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