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엘 강 "골프에 최우선 두지 않은 게 오래 버틴 비결"
부산 ‘명예시민’인 재미동포 대니엘 강(29·사진)에게 지난주 부산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생일 잔치’나 다름없었다. 그는 2019년에 이어 올해도 생일(10월 20일)이 있는 주간에 ‘제2의 고향’에서 열린 이 대회에 출전했다. 성적도 잘 나왔다. 첫 출전에선 준우승, 올해는 공동 10위였다.

지난해 코로나19로 대회가 취소돼 2년 만에 고국을 찾아온 그는 대회가 끝난 뒤에도 한국에 남아 짧은 휴가를 즐기고 있다. 29일 화상 통화로 만난 그는 “너무나 손꼽아 기다려왔는데 팬이 없어 심심하고 아쉬웠지만 ‘오뎅떡’(부산 물떡)은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웃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그는 한국말을 할 때 구수한 부산 사투리를 구사한다. 두 살 때 부산 출신인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와서 부산 신개금초에 입학해 한 학기를 다녔고, 걸쭉한 부산 사투리는 그때 입에 붙었다. 2019년에는 부산 명예시민으로 위촉됐다. 부산 팬도 대니엘 강이 한국을 찾을 때마다 뜨겁게 응원한다. 그는 “부산 팬이 가진 ‘바이브’가 그립다”고 했다.

2012년 LPGA투어에 데뷔한 그는 연차가 쌓일수록 실력이 농익는 모양이다. 투어 첫 승은 데뷔 5년 만인 2017년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거뒀고, 이후 빠르게 4승을 더 쌓았다. 올해도 우승만 없을 뿐 성공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다. 19개 대회에 출전해 9개 대회에서 ‘톱10’에 들었다. ‘톱10 피니시율’이 세계 1위 고진영(26)에 이어 2위다.

떨어졌던 세계 랭킹도 최근 다시 10위로 끌어올렸다. 10위권 선수 중 박인비(33)만 그보다 나이가 많다. 대니엘 강은 “내가 그렇게 나이가 많은 편인줄 몰랐다”며 “회복하는 게 확실히 더뎌지긴 했다. 몸이 빨리 안 풀린다”고 했다.

시간이 거꾸로 가는 배경에는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다.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 하루도 빼먹지 않고 조깅과 줄넘기 1000개, 스트레칭 등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대니엘 강은 “골프가 좋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골프를 인생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한 적은 없다. 항상 가족이 먼저였고, 그래서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한국과 미국의 많은 골프 꿈나무가 그를 동경하고 롤모델로 삼는다. 실력은 물론 자유분방하고 톡톡 튀는 성격 덕분이다. 대니엘 강은 “열정이 없어질 때 골프를 그만둘 것”이라며 “프로골퍼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도 열정이 매몰되지 않게 골프와 삶 사이의 적당한 균형을 찾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