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 "허점 많은 계획"…시행 가능성 불투명
"취지는 긍정적…향후 적절한 대안 마련 나서야" 의견도
"소각장 반대시 쓰레기 반입금지" 방침에 비판 잇따라
소각장 등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의 폐기물 반입을 금지하겠다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 계획을 놓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잇따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도권매립지의 포화 시기를 늦추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계획 자체가 미흡한 데다 사전 협의 등 필수적으로 밟아야 할 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다음 달부터 반입 금지" 발표한 매립지공사
매립지공사는 지난 25일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 등에 관한 사무처리규정'을 개정해 다음 달부터 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규정 개정안에는 소각·재활용과 분리·선별 등 폐기물 처리시설의 신·증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자체에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을 금지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매립지공사 사장이 폐기물 반입금지 조치를 하기 1주일 전에 해당 지자체에 관련 내용을 통보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쓰고 있는 수도권매립지 3-1매립장의 포화 시기가 다가오고 있으나 반입량을 줄이기 위한 지자체의 소각장 확충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자 해당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3-1매립장의 폐기물 반입 가능량은 총 1천819만t으로 지난달 말까지 44.21%에 해당하는 804만t 분량의 매립이 이미 진행된 상태다.

올해 1∼9월 수도권매립지 폐기물 반입량은 217만t 규모로 작년 같은 기간 219만t과 비교해 크게 줄지 않았다.

매립지공사 관계자는 "2026년부터는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의 직매립을 금지한다는 계획이지만 소각장 신·증설을 진행하는 곳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소각장 반대시 쓰레기 반입금지" 방침에 비판 잇따라
◇ 지자체들 "급조한 계획…협의도 안해" 비판
서울시·경기도·인천시 등 수도권 3개 시·도는 이달 29일 매립지공사 운영위원회에 관련 계획을 상정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의 의견을 공사에 전달하고 있다.

당초 매립지공사는 수도권 3개 시·도와 주민 대표 등이 참석하는 운영위원회에서 개정안를 통과시킨 뒤 이사회를 거쳐 다음 달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수도권 3개 시·도는 폐기물 처리시설을 반대하는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의 폐기물 반입을 금지한다는 개정안이 운영위원회에 상정할 수 있는 요건도 갖추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매립지공사가 충분한 고민 없이 급조한 것으로 보이는 개정안을 갑자기 처리하려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개정안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겠다는 매립지공사의 설립 목적과 맞는지도 의문"이라며 "시행 방법도 모호해 지자체들이 겪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단순하게 생각하고 마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관계자도 "개정안 내용 자체를 매립지공사의 권한을 넘어선 월권으로 보고 있다"며 "개정안에 있는 '반대하는 주민'이라는 핵심 문구도 범위·기간·정도 등을 어떻게 정하겠다는 계획인지가 없어 허점이 많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매립지공사가 관련 계획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와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아 절차적으로도 미흡했으며, 당장 다음 달부터 시행하겠다고 섣부르게 발표해 혼란만 초래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안건과 관련해 환경부, 3개 시·도와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내용상으로도 상당히 미흡해서 운영위원회 상정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소각장 반대시 쓰레기 반입금지" 방침에 비판 잇따라
◇ 개정안 시행 쉽지 않을 듯…"대안 고민 필요"
수도권 3개 시·도가 매립지공사의 계획에 모두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29일 매립지공사 운영위원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도권 3개 시·도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매립지공사가 반입 금지를 할 수 없다"며 "주민들이 소각장 설치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폐기물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가 적절한지에 대해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폐기물 처리시설과 관련한 '님비(NIMBY)' 현상을 막겠다는 개정안의 방향 자체는 긍정적인 만큼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적절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윤하연 인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초자치단체별로 소각장을 마련하지 않고 여러 곳을 묶어 광역화하는 점을 고려할 때 (소각장) 입지 대상 지역이 아닌 자치단체들은 페널티 대상에서 빠진다는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체적인 취지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해 소각장뿐만 아니라 음식물 자원화시설·재활용 선별장 등 공공 폐기물 처리시설이 없는 자치단체에 반입료를 높게 부과하는 등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