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슈퍼볼' 아트바젤 2024 … 지금은 승자독식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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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바젤]
미술시장 침체기 속 열린 아트바젤 바젤 2024
불안으로 시작해 환호하며 끝낸 블루칩 갤러리
신흥 갤러리와 신진작가는 여전히 관망
100억 이상 작품 VIP 첫날 줄줄이 완판
최고가 작품은 조앤 미첼, 275억원 거래
"팔릴 만한 건 다 잘 팔린다" 시장 회복 자신
베네치아 비엔날레 후광 효과 더 커져
원주민,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 등도 관심 증폭
미술시장 침체기 속 열린 아트바젤 바젤 2024
불안으로 시작해 환호하며 끝낸 블루칩 갤러리
신흥 갤러리와 신진작가는 여전히 관망
100억 이상 작품 VIP 첫날 줄줄이 완판
최고가 작품은 조앤 미첼, 275억원 거래
"팔릴 만한 건 다 잘 팔린다" 시장 회복 자신
베네치아 비엔날레 후광 효과 더 커져
원주민, 아시아, 아프리카 작가 등도 관심 증폭
"불안으로 시작해 안도하며 끝났다. 조정인지 회복인 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
세계 최고,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아트바젤'이 지난 11일(현지시간) VIP프리뷰를 시작으로 16일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갤러리 딜러들이 이구동성 외친 말이다. 1970년 시작돼 바젤에서 열리는 원조 아트페어인만큼 '아트바젤 바젤'은 미술시장의 기준이자 지표로 통한다. 40개국 285개 갤러리가 참여한 올해 아트바젤은 개막 직전까지 폭풍 전야였다. 40개국 285개 갤러리는 "미술시장의 수퍼볼인 아트바젤마저 안 되면, 10년은 답이 없다"는 분위기였다. 지난 달 뉴욕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등 3대 경매사에서 열린 현대미술 판매량은 이전 시즌 대비 22% 감소했고, 크리스티의 해킹 사태와 소더비의 인원 감축 등 부정적인 뉴스가 연달아 쏟아진 탓이다.
문을 열자마자 두려움은 안도로 바뀌었다. VIP 입장 대기줄은 1시간 이상 걸릴 만큼 늘어섰고, 개막 2시간 안에 100억원 이상 대작들이 줄줄이 판매됐다. 행사장과 일대는 일반 공개가 시작된 13일부턴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노아 호로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미술시장 매출액이 전년 대비 4% 감소한 650억달러에 그쳤지만, 수집가들은 더 진지한 태도로 아트페어를 찾아 직접 경험하고 사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뉴욕 기반으로 런던, 파리, 홍콩, 로스앤젤레스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즈워너는 첫날 미국 추상화가 조앤 미첼의 'Sunflowers(1990~91)'을 2000만달러(약 275억원)에 판매하며 최고가 판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2016년작 추상화를 600만달러에, 쿠사마 야요이의 거대한 조각 'Aspiring to Pumpkin's Love, the Love in My Heart (2023)'를 500만달러에 판매했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경매시장과 달리 아트페어에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작품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며 "이번 박람회가 강력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스위스 취리히 기반의 하우저 앤 워스는 이번 박람회 출품작 중 가장 비싼 작품인 애실 고르키가 1946~47년 그린 희귀한 드로잉 작품 '무제'를 1600만달러에 판매했다. 제니 홀저의 붉은 화강암 벤치는 아시아의 한 박물관에,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리석 조각인 'Woman with Packages(1987~93)'는 350만달러에 팔았다. 페이스갤러리는 아그네스 마틴의 '무제 #20(1974)'를 1200만달러에, 장 뒤 뷔페의 1970년 하얀 벤치 조각품 'Blanc-Salon'의 세 가지 버전을 각각 86만달러에 판매했다. 화이트큐브는 줄리 메레투의 추상화 '무제2(1999)'를 675만달러에 판매했다.
반면 소규모 갤러리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수집가들의 관심이 '아는 작품, 아는 갤러리'에만 쏠린 탓에 "사람은 많은데 팔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왔다. 베를린의 한 딜러는 "새로운 컬렉터뿐만 아니라 큰손 컬렉터들도 불확실한 시대에 모험을 택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신진 작가와 신흥 갤러리보다 아트바젤의 검증된 갤러리에서 2~3만달러를 쓰는 편이 더 낫다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바젤(스위스)=김보라 기자
세계 최고,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아트바젤'이 지난 11일(현지시간) VIP프리뷰를 시작으로 16일까지 이어지는 가운데 갤러리 딜러들이 이구동성 외친 말이다. 1970년 시작돼 바젤에서 열리는 원조 아트페어인만큼 '아트바젤 바젤'은 미술시장의 기준이자 지표로 통한다. 40개국 285개 갤러리가 참여한 올해 아트바젤은 개막 직전까지 폭풍 전야였다. 40개국 285개 갤러리는 "미술시장의 수퍼볼인 아트바젤마저 안 되면, 10년은 답이 없다"는 분위기였다. 지난 달 뉴욕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 등 3대 경매사에서 열린 현대미술 판매량은 이전 시즌 대비 22% 감소했고, 크리스티의 해킹 사태와 소더비의 인원 감축 등 부정적인 뉴스가 연달아 쏟아진 탓이다.
문을 열자마자 두려움은 안도로 바뀌었다. VIP 입장 대기줄은 1시간 이상 걸릴 만큼 늘어섰고, 개막 2시간 안에 100억원 이상 대작들이 줄줄이 판매됐다. 행사장과 일대는 일반 공개가 시작된 13일부턴 발디딜 틈 없이 붐볐다. 노아 호로비츠 아트바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미술시장 매출액이 전년 대비 4% 감소한 650억달러에 그쳤지만, 수집가들은 더 진지한 태도로 아트페어를 찾아 직접 경험하고 사려는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밝혔다.
대마불사·승자독식… 100억+ 줄줄이 완판
대마불사와 승자독식. 21세기 자본 시장을 움직여온 두 개의 키워드가 이번 아트바젤을 요약하는 말이다. 하우저 앤 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 머핀, 화이트큐브, 가고시안 등 세계적인 '블루칩 갤러리'들은 안도를 넘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반신반의하며 출품한 '8자리 딜(1000만달러 이상의 그림)'들이 줄줄이 팔리면서다. 반면 소규모와 신생 갤러리들은 관망하는 데 그쳤다.뉴욕 기반으로 런던, 파리, 홍콩, 로스앤젤레스에서 갤러리를 운영하는 데이비드 즈워너는 첫날 미국 추상화가 조앤 미첼의 'Sunflowers(1990~91)'을 2000만달러(약 275억원)에 판매하며 최고가 판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외에도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2016년작 추상화를 600만달러에, 쿠사마 야요이의 거대한 조각 'Aspiring to Pumpkin's Love, the Love in My Heart (2023)'를 500만달러에 판매했다. 데이비드 즈워너는 "경매시장과 달리 아트페어에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고 작품을 보고,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며 "이번 박람회가 강력한 전환점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스위스 취리히 기반의 하우저 앤 워스는 이번 박람회 출품작 중 가장 비싼 작품인 애실 고르키가 1946~47년 그린 희귀한 드로잉 작품 '무제'를 1600만달러에 판매했다. 제니 홀저의 붉은 화강암 벤치는 아시아의 한 박물관에,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리석 조각인 'Woman with Packages(1987~93)'는 350만달러에 팔았다. 페이스갤러리는 아그네스 마틴의 '무제 #20(1974)'를 1200만달러에, 장 뒤 뷔페의 1970년 하얀 벤치 조각품 'Blanc-Salon'의 세 가지 버전을 각각 86만달러에 판매했다. 화이트큐브는 줄리 메레투의 추상화 '무제2(1999)'를 675만달러에 판매했다.
속도 조절하며 신중해진 수집가들
이들 블루칩 갤러리들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출품작을 골랐다.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든 만큼, 최고의 수집가들을 위한 최고의 작품들만 엄선했다는 얘기다. 하우저 앤 워스가 이번 바젤 기간에 맞춰 바젤 도심에 새로운 갤러리를 열고 박물관 수준의 '빌헬름 함메르쇼이-침묵' 전시를 연 게 그 증거다. 전시작 중 일부가 페어 기간에 팔리며 첫날에만 총 6억달러(약 8243억원)의 매출을 올린 하우저 앤 워스 공동 창업자 이완 어스는 "전 세계 컬렉터들이 바젤에서 '최고 중 최고'를 고르기 위해 몰려왔다"며 "미술시장의 회복력을 확신하게 됐다"고 했다. 100만달러 안팎의 작품들도 페어 기간 내내 세일즈 리포트에 이름을 올렸다. 달라진 건 구매자들의 태도다. 시장이 호황일 땐 페어의 정보를 받아 작품은 보지 않고 사전거래가 이뤄지는 이른바 'PDF 거래'가 성행했다면, 이번엔 '직접 보고 산다'는 수집가가 많았다. VIP 첫날 대부분의 대작들이 판매됐던 2~3년 전 분위기와 달리 일반 공개 이후 10억~100억원 사이의 작품들이 많았다.반면 소규모 갤러리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수집가들의 관심이 '아는 작품, 아는 갤러리'에만 쏠린 탓에 "사람은 많은데 팔리지 않는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나왔다. 베를린의 한 딜러는 "새로운 컬렉터뿐만 아니라 큰손 컬렉터들도 불확실한 시대에 모험을 택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며 "신진 작가와 신흥 갤러리보다 아트바젤의 검증된 갤러리에서 2~3만달러를 쓰는 편이 더 낫다는 게 대세"라고 말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후광효과
이번 아트바젤은 지난 4월 개막한 제 60회 베네치아 비엔날레 기간 중에 열려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2년 주기로 열리는 세계 최고의 미술 올림픽 베네치아 비엔날레 때마다 수집가들 사이에선 "베네치아에서 보고 바젤가서 사라"는 말이 돌고 돈다. 과거 일부 예술가들은 비엔날레에 출품한 직후 판매 시장으로 바로 연결되는 것에 극도로 불편함을 나타내기도 했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원주민, 퀴어, 남반구 출신 예술가 등 '외국인은 어디에나'를 주제로 열린 만큼 본전시, 국가관, 병행 전시 참여 작가들의 작품들이 크게 주목 받았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에 처음 참여한 한국인 작가 김윤신의 회화 작품 두 점은 국제갤러리에서 4만5000~7만2000달러에, 리만 머핀을 통해 세 점이 모두 판매됐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고미데 갤러리는 비엔날레 참여작가인 과라니 원주민 예술가 줄리아 이시드레즈의 도자기 작품을 1만5000~2만달러 사이에 팔았다. 1년 전 대비 10배 높은 가격이다. 세네갈 국가관 작가였던 알리오우네 디아그네의 그림은 갤러리 템플론에서 3만2000~8만5000달러에 판매됐다. 베네치아 비엔날레 아르세날레를 장식했던 칠레의 세바 칼푸케오의 퍼포먼스 작품 '물은 영토다(2020)'는 아트바젤의 전시 언리미티드에서 화제의 작품으로 돌아왔고, 수단 출신의 노르웨이 퀴어 작가 아흐메드 우마르는 아트바젤에서 1999년부터 신진 작가에게 수여하는 발로아즈상의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고미데 갤러리의 티아고 고미데 대표는 "한 지역에서만 인정받던 예술가가 비엔날레 이후 그 가치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지 직접 체험하고 있다"고 했다.바젤(스위스)=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