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암호화폐가 선사한 조기은퇴, 나도 될까
경제적 자유는 모두가 꿈꾸는 바다. 젊은 날에 노후를 책임질 만큼 큰돈을 벌고 조기 은퇴를 감행했다는 이들에 관한 뉴스는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을 끈다. 하지만 나와는 관계가 먼 일처럼 느껴진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직장에서 파김치가 되도록 일하고, 새벽별을 보며 가게 문을 열어도 통장에는 그저 돈이 스쳐만 갈 뿐 모이는 것은 없다.

《서른살, 비트코인으로 퇴사합니다》는 암호화폐 투자로 경제적 자유를 이룬 뒤 퇴사한 저자가 경험담과 함께 암호화폐의 세계를 소개한 책이다. 1993년생인 저자는 2019년에 2000만원을 들고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불과 2년 만에 투자금 대비 250배인 50억원의 수익을 내고 ‘파이어족’ 대열에 합류했다.

책이 소개하는 암호화폐의 세계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기, 광기, 사기, 다단계라는 일반의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멀다. 저금리 시대에 상상하기 힘든 고율의 배당을 가능케 하는 거래소 간 코인 스와프 시스템은 모험형 투자자보다는 안전추구형 투자자를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부동산 투자는 ‘꼭지’지만 암호화폐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라고 단언한다. 그 이유로 △해외 송금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이 늘고 있으며 △물류와 유통 분야 전자상거래 기업의 블록체인 활용이 증가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정부 서비스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또 블랙록, 뱅가드, 페이스북, 카카오, 코인시타델 등 수많은 기업이 암호화폐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만큼 암호화폐는 사실상 ‘로 리스크·하이 리턴’ 상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구체적인 투자 기준으로는 비트코인 등의 장기 사이클을 바탕으로 언제 사고 언제 팔지를 결정하고 유망 코인을 발굴하는 등 분산 투자할 것을 권한다. 특히 철저한 원칙에 입각한 매수·매도를 할 것을 강조하는 모습은 일반적인 주식 투자와 크게 다를 게 없는 느낌이다.

저자가 ‘행운의 영역’에 다다른 것에 만족하지 않고, 투자에 관한 기준과 원칙을 되짚어 보는 모습은 ‘한 방’을 노리는 데만 정신 팔린 일반 투자자에게 전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