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남 회장 "40돌 한독상의, 흔들림 없는 관계 만들 것"
박현남 한독상공회의소 회장(도이치은행 대표·사진)은 ‘최초의 여성’ 기록을 두 개 갖고 있다. 한독상공회의소 첫 여성 한국 회장이자 국내 외국계 투자은행 중 첫 여성 대표다.

그런 만큼 박 회장은 “더욱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첫 여성 한국 회장이라는 것은 물론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만큼 흔들림 없는 한·독 기업들의 우호를 더욱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다. 취임 6개월을 맞은 박 회장을 지난주 서울 한남동 한독상공회의소에서 만났다. 박 회장은 28년간 금융업계에 몸담아온 정통 금융인이다. 1993년 BNP파리바에 입사해 도이치은행으로 이직한 뒤 외환, 단기이자율, 파생상품 등의 트레이딩을 담당해왔다. 2013년 대표로 취임했다. 2017년부터는 주한 외국은행단 부회장직도 맡았다.

그는 한독상의의 첫 여성 한국 회장이면서 역대 최연소 회장이기도 하다. 이런 ‘이름표’가 다소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박 회장은 “전임자인 김효준 전 BMW코리아그룹 회장,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 등 쟁쟁한 분들이 이 자리를 거친 만큼 더욱 잘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진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보라는 뜻으로 새기겠다”고 했다.

박 회장은 금융업계에서 소문난 ‘슈퍼 워킹맘’이다. 도이치은행 대표를 맡은 2013년 당시에도 육아와 업무를 병행했다. 그는 올해 아이가 성년이 돼 “한숨 돌렸다”고 웃으며 말했다. 또 “여성 금융인으로서 느끼는 책임감, 무게감은 여전히 무겁다”고 했다. 두껍기로 소문난 국내 금융업계의 ‘유리천장’을 고려하면 “더욱 많은 여성 금융인이 나와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워킹맘들은 하루 24시간이 아니라 30시간이 필요합니다. 육아를 일과에서 떼놓을 수 없으니까요. 슈퍼 워킹맘이란 ‘철인’이 많아지는 것보다는 육아를 모두가 책임지는 시대가 와야 여성들이 경력을 단절하지 않고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독상의는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았다. 산하 회원사는 500여 개로 주한 외국상공회의소 가운데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다음으로 회원사가 많다. 지난해엔 처음으로 양국 간 교역액이 300억달러를 돌파했고,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한국이 독일의 두 번째 수출 시장이 됐다. 그런 만큼 기업 간 협력은 물론 산학 협력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도 더욱 다채롭게 내놓겠다는 게 박 회장의 목표다.

박 회장은 “독일식 직업교육 프로그램인 ‘아우스빌둥’을 한독상의가 한국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벤츠, 아우디 등 유명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어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탄소중립, 노동인구 고령화 등의 과제로 고민하는 기업들을 위해서도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