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왼쪽)과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 사진=신경훈 기자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왼쪽)과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 / 사진=신경훈 기자
지놈앤컴퍼니는 최근 314억 원을 투자해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위탁생산(CMO) 업체인 리스트랩을 인수했다. 리스트랩은 마이크로바이옴과 박테리아톡신 CMO 분야에서 업력이 43년 된 곳이다. 업계는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하는 지놈앤컴퍼니의 CMO 도전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종 애널리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이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경영관리부문 총괄대표(CEO)를 만나 이제 막 움트기 시작한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이하 허)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는 아직 글로벌 상용화 제품이 없습니다. 현재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어느 단계까지 발전을 했나요?

배지수 지놈앤컴퍼니 대표(이하 배)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발전 단계를 평가하기는 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체감상 유추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015년 창업하고서 1~2년 차 때 국제학회를 다닐 때만 해도 척박했습니다.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을 개발했다 쳐도 임상 시약을 어디서 생산해야 할지 막막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연구는 물밑에서 굉장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 들어가거나 한 사례는 많지 않던 단계였습니다.

지금은 당시 연구의 결과물들이 본격적으로 임상 단계에 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놈앤컴퍼니도 마찬가지고요. 최근에 학회를 다녀보면 불과 4~5년 사이에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항암제를 개발하는 회사가 많이 생겼어요. 소화기관(GI) 분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속도가 가장 빨라서 임상 3상까지 진행 중인 곳이 있습니다. 그 뒤를 이어 다양한 기관을 타깃하는 물질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항암은 임상 1상이나 2상이 진행되는 단계입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야에서 가장 앞선 곳은 어디로 볼 수 있나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염증성 장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는 ‘SER-109’에 대해 최근 임상 3상 환자 모집을 완료한 세레스테라퓨틱스로 봐야겠죠?

네, 세레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 임상 가이드라인을 설계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죠. 마이크로바이옴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인데, 특허가 가능한지, 임상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야말로 백지 상태였습니다. 세레스는 이런 면에서 선구자라고 할 수 있죠.

세레스의 마이크로바이옴 디피실 치료제가 FDA 허가를 받으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 확대에 탄력이 붙겠군요.

네, 저는 그렇게 봅니다. 세레스도 디피실 시장 자체가 커서라기보다 선두주자라는 점에서 시장 평가를 더 받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디피실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1조 원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물론 후속 파이프라인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는 하지만요. 세레스를 통해 소화기관 쪽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이 열리지만, 이건 시작이라고 봅니다.

지놈앤컴퍼니가 세레스처럼 소화기관 쪽을 타깃하지 않고 항암을 선택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해 치료제를 개발하겠다는 곳의 태반이 감염성 설사,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같은 소화기관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마 마이크로바이옴이 장내 세균이라 장을 건드리는 게 가장 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마저 이쪽 분야에 들어가면 ‘원 오브 뎀’이 될 것 같았습니다.

앞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신약이 항암제는 물론 다양한 적응증으로 개발되겠군요.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있을까요?

일단 항암제는 장이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관련있다는 것을 기본 지식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지놈앤컴퍼니가 개발하는 면역항암제도 이런 맥락입니다. 초기에는 주로 소화기관 관련 암종을 대상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사람의 소화기관은 크게 보면 하나의 튜브(관)로 연결돼 있습니다. 입에서 시작해 항문까지 관으로 연결됐다고 볼 수 있어요.

이 튜브에서 외부와 연결된 부분에는 모두 세균이 있습니다. 이후에는 면역력 향상을 위한 항암 보조제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봅니다. 비항암 분야에서는 장과 뇌가 연결돼 있다는 이론(Gut-Brain-Axis)를 기반으로 우리의 자폐증 치료제를 포함해 피부질환 일종인 항암 발진 치료제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창업 때부터 마이크로바이옴 CMO 로드맵

최근 지놈앤컴퍼니가 미국 마이크로바이옴 CMO인 리스트랩을 깜짝 인수했어요.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준비하는 차원의 전략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그렇게 볼 수 있지요. 과거 얘기를 좀 해볼게요. 사실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CMO를 언젠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회사가 4년 전 임상 시약 CMO 계약을 하려고 호주, 프랑스, 네덜란드 등을 방문했는데, 업체분들이 공항에서부터 우리를 에스코트했어요.(웃음) 계약만 해달라는 분위기였습니다. CMO 공급은 있는데 수요 자체가 없던 상황이죠.

요즘은 어떤가요?

2~3년 전 마이크로바이옴 CMO를 다녀보니 이제는 거꾸로 슬롯(slot)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계약하면 1년 반 뒤에 슬롯을 배치해줄 수 있다고 해요.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이 10년 정도 되다 보니 기초 연구가 임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던 겁니다. 한꺼번에 임상에 들어간 거지요.

마이크로바이옴 CMO 시장은 구체적으로 얼마 정도로 예상하시나요?

저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로 임상 3상은 2개가 진행 중입니다. 임상 2상은 15개, 1상은 19개입니다. 2024년 시점으로 예상을 해보면, 그러니까 지금 진행 중인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추가로 임상에 진입하는 치료제가 더해진다면 시장 규모가 최대 5억8000만 달러, 아무리 적어도 4억2000만 달러는 될 것으로 봤습니다. 상업화 제품 생산 CMO가 일부 포함돼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임상 물량이 이 정도 된다는 겁니다.

미국에 있는 리스트랩을 콕 집어 인수한 이유가 뭔가요?

리스트랩은 톡신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그래서 FDA가 부여하는 BSL
(Biological Safety Level)이 3단계입니다. 다른 곳들은 대부분 2단계죠. 규격 수준이 높아 관리가 철저히 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습니다. cGMP 규격이 있는 유일한 마이크로바이옴 CMO이기도 합니다. 대관 경험도 많습니다. 창업 이후 43년 동안 한 번도 외부 투자를 받지 않고, 자체적으로 번 돈을 재투자해오며 착실하게 성장해온 회사라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지놈앤컴퍼니가 리스트랩을 인수하면, 다른 마이크로바이옴 업체들이 CMO에 생산을 안 맡기지 않을까요? 고객 이탈이 생길 것 같은데요.

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스트랩은 이미 잘 돌아가고 있는 회사입니다. 기존 고객들을 관리하는 게 1차 목표입니다. 그걸 기초로 확장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고객 이탈에 대한 고민도 안 한 게 아닙니다. 그래서 리스트랩은 지놈앤컴퍼니와 독립된 운영체계를 갖추도록 할 계획입니다. 내부 통제 시스템도 강화할 예정입니다.

리스트랩 확장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는 임상 1·2상에 사용되는 시약을 생산할 수 있는 정도 규모입니다. 2024년까지 임상 3상과 완제의약품 상업생산까지 가능할 정도로 생산능력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2025년까지 CMO에서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바벤시오와 병용 투여 ‘GEN-001’, 독자 치료제 가능성 보여줄 것

마이크로바이옴 파이프라인을 소개해주세요. 대표 파이프라인은 면역항암제이지요?

네, ‘GEN-001’입니다. 고형암을 타깃으로 하는 경구형 마이크로바이옴 물질입니다. 구체적으로는 비소세포폐암, 두경부암, 요로상피암을 적응증으로 두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에서 독일 머크와 화이자의 면역관문억제제인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와 병용으로 임상 1·1b상이 진행 중이에요. 연내 1b상까지 진입할 예정입니다.

1b상까지 들어가면 이와는 별도로 한국에서 의뢰자 주도 임상(SIT) 2상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의뢰자는 지놈앤컴퍼니를 의미합니다. 최근 이를 위해 국내 대형병원 연구진과 미팅을 했고요. SIT는 위암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면역항암제도 있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중추신경질환 치료제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지놈앤컴퍼니도 작년 사이오토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며 자폐증 치료제 파이프라인 ‘SB-121’을 도입했지요. 마이크로바이옴으로 자폐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자폐증 치료제 개발 진행 상황과 전략을 소개해주세요.

네, ‘SB-121’은 8월 임상 1상 첫 환자 투약을 했습니다. 임상 1상은 내년 초에 마무리될 것으로 봅니다. 저는 창업 전에 소아정신과 클리닉을 운영한 경험이 있습니다.(배 대표는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출신이다.) 자폐증은 이렇다 할 치료제가 없어요. 정신분열병,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치료에 쓰는 약을 써요. 증상을 진정시키는 수준이에요.

‘SB-121’은 어떤가요? 기전을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자폐증은 옥시토신 분비가 관여를 합니다. 옥시토신 분비가 적으면 자폐증이 발현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SB-121’은 건강한 산모 모유에서 유래한 균주를 주성분으로 하는 물질을 활용합니다. 이 물질이 장에 정착해서 미주신경을 타고 VTA(Ventral Tegmental Area)까지 올라가 옥시토신 분비를 자극합니다.

파이프라인 기술이전 전략도 궁금합니다.

기본적으로 ‘GEN-001’은 머크·화이자와 함께 하고 있고, 임상 설계도 함께 했으니 그만큼 관심이 있다는 거겠죠. 데이터가 나오면 기술이전 기회가 생길 것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기술이전을 머크와 화이자한테만 한다는 조건은 없습니다. 공동연구는 함께 하지만 반드시 머크와 화이자에 기술이전을 한다는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더 좋은 기회를 만날 수 있다는 거겠죠.

실제로 현재 진행 중인 임상에 종속되지 않고 좀 더 확장할 계획도 있습니다. 현재 임상은 말기암을 대상으로 하는데, 조금 더 프런트 라인으로 가져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병용 말고 ‘GEN-001’ 단독 투여도 고민하고 있어요. ‘GEN-001’이 아벨루맙에만 종속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생각입니다.

한재영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0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