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전선언을 위한 국제사회 설득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러시아를 방문 중인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한국에 들르지 않고 바로 미국으로 향해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다.

외교부는 15일 노 본부장이 16~19일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한·미, 한·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한다고 밝혔다. 3국 북핵수석대표 간 대면 협의는 지난달 1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후 한 달 만이다.

노 본부장에 앞서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12일 워싱턴DC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약식회담에서 정부의 종전선언 입장과 구상을 설명했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4강 외교’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노 본부장은 지난 14일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한·러 북핵수석대표 회담 후 취재진에 “러시아 정부는 한국의 종전선언 제안을 신뢰 구축 조치로 높이 평가한다”고 전했다.

노 본부장은 지난달 29일엔 화상으로 한·중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했고, 30일엔 인도네시아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했다. 오는 19일 개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진 한·일 협의까지 이뤄지면 종전선언 제안 한 달 만에 한반도 4강 모두와 협의하는 것이다.

문제는 핵심 당사국인 미국의 미지근한 반응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우리는 북한에 구체적인 제안을 했다”며 “현상 유지 상태에 있다는 인상을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시 정책’에 선을 그으면서도 한국 정부가 원하는 종전선언에는 침묵한 것이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