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여행주가 일제히 강세다. 해외여행이 본격화하기 시작하면서 내년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영향이다. 지난 5월 말 코로나19 백신 기대로 올랐다가 다시 떨어졌을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여행업체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로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트렌드가 급변한 만큼 업체별 차별화 전략과 사업구조를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해외여행 재개에 강세

5일 롯데관광개발은 5.87% 오른 2만1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모두투어(2.75%), 노랑풍선(2.61%), 하나투어(2.41%) 등 여행 관련주가 일제히 올랐다. 코스피지수 3000선이 깨지는 하락장에서도 선전했다.
'증시 하강 기류' 뚫고 여행주 일제히 강세
최근 들어 해외여행이 점차 재개되면서 내년도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롯데관광은 “최근 판매한 미국 사이판 여행 상품이 2000명 예약 신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사이판 지역을 담당하는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사이판의 트래블 버블(여행 협정) 상품은 모두 매진이다.

유럽도 열리고 있다. 참좋은여행은 2020년 1월 이후 중단했던 유럽 패키지 여행을 오는 8일부터 시작한다고 밝혔다. 유럽 일부 국가는 한국인 여행 시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있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휴가시즌이 아니고 아직 출발 전후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해외여행 수요가 본격화했다는 점에 업계도 고무된 상황”이라며 “내년 사업계획을 내놔야 하는 여행업체들이 분주해졌다”고 설명했다.

주요 여행사 내년 턴어라운드 기대

여행주는 지난 5월 중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강세를 나타낸 바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실적이 받쳐주는 주가 흐름은 아니었다. 잠깐의 기대로 올랐던 주가가 금세 빠져버렸던 이유다.

이번엔 분위기가 다르다. 주요 여행주는 올해까지 적자였지만 내년도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예상보다 빠른 해외여행 수요 확인으로 실적 개선폭이 더 커질 수도 있다.

관전 포인트는 각 여행사가 내놓는 전략 변화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개인들의 여행 스타일은 급변해왔다. 패키지 상품 선호는 갈수록 낮아졌다. 코로나19로 이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 1·2위 사업자들의 시장지배력이 이어질 것이란 보장이 없다는 얘기다.

이를 바탕으로 주가도 달리 움직였다. 지난 1개월(9월 6일~10월 5일) 사이 가장 많이 오른 여행주는 노랑풍선(26.43%)이다. 그 뒤를 모두투어(12.65%), 롯데관광개발(11.31%), 하나투어(10.92%)가 이었다. 렌터카 매출 비중이 큰 레드캡투어(-3.21%)는 상승세에 올라타지 못했다.

노랑풍선은 직판 판매 비중이 80% 가까이 되는 유일한 업체다. 대리점에 수수료를 떼어줄 일이 거의 없다. 온라인여행사(OTA) 플랫폼을 구축해 코로나19 시대에 대비했다. 여행 수요 변화에 따라 주가가 크게 변동하는 편이다.

여행 대장주로 꼽히는 하나투어는 이달부터 직원들이 정상출근을 시작했다.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가 1216억원 적자지만 내년도에는 565억원으로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코로나19에 맞는 새로운 여행 상품을 개발해 내놓을 예정이다.

모두투어도 올해 270억원대 적자가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250억원대로 흑자전환할 전망이다. 모두투어는 방역 도우미 동행, 소그룹 여행 등의 변화를 판매 상품에 적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무구조는 강점이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가용자금은 약 1200억원으로 내년까지 재무리스크는 낮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롯데관광개발과 레드캡투어는 수익 구조가 다양화됐다. 롯데관광개발은 제주도에서 복합 카지노 리조트인 ‘제주드림타워’를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 가운데서도 기대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레드캡투어는 올 상반기 기준 렌터카 매출 비중이 95.8%다. 2018년 말(83%) 대비 급증하면서 사실상 렌터카 업체가 됐다. 레드캡투어 관계자는 “기업들의 출장 수요가 높아지면서 관련 계약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여행 부문 매출도 점차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