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입법’ 비판을 받아온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동안 경제계와 노동계 양측의 목소리를 반영해 법 규정의 미비점을 손질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지만, 노동 전문가들 사이에선 “여전히 모호함 투성이”라는 지적이 터져나온다. 보완 입법 없이 내년 1월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경영활동 위축은 물론 산업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잇단 손질에도 여전히 ‘모호’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안을 심의·의결했다. 내년 1월 27일 법 시행을 앞두고 사실상 의견 수렴을 끝낸 확정안이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규정해 달라는 의견이 많았던 ‘경영책임자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최대한 구체화했다”며 “또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적정한 예산 편성’과 ‘충실하게 업무 수행’ 등의 문구도 수정했다”고 밝혔다.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중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지원 방안’에 대해 기존 안에서는 ‘업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는 문구만 있어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이번 최종안에는 △업무에 필요한 권한과 예산을 주고 △업무수행 평가기준을 마련하고 △반기 1회 이상 평가·관리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의무가 더해졌다.안전보건 분야에 대한 예산 편성 및 투입 관련 조항도 손봤다. 이전 입법예고안에서는 ‘적정한’ 예산을 ‘용도에 따라’ 집행한다고 규정해 경제계로부터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를 반영해 최종안은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안전·보건에 관한 인력, 시설 및 장비 구매 △확인된 유해·위험 요인의 개선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라는 내용으로 수정했다.사업장에서 3명 이상 발생 시 사업주가 처벌받게 되는 ‘직업성 질병’ 기준도 일부 손질했다. 논란이 됐던 열사병의 경우 기존 ‘덥고 뜨거운 장소에서 발생한 열사병’을 ‘고열작업 장소에서 체온 상승을 동반한 열사병’으로 변경했다. 덥고 뜨겁다는 추상적 표현을 없애고, 체온 상승이 없는 열사병은 제외하겠다는 취지다. 급성 중독의 요건이었던 ‘일시적으로 다량의 (노출)’이란 표현도 없앴다. 우연하고 경미한 질병을 배제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냉방병으로 알려진 레지오넬라증 등 경미하다고 지적받은 일부 질병은 여전히 남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최소 1년 유예기간 더 줘야”시행령 손질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바라보는 경제계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시행령 곳곳에 그대로 남아 있는 모호한 법 규정이 고스란히 기업과 경영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중대재해 발생 시 책임을 지는 경영책임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고 직업성 질병의 중증도 기준도 전혀 명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입장문을 통해 “전문가도 파악하기 어려운 사업주의 의무를 중소기업이 스스로 알아서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세부 가이드 라인을 보급하고 처벌보다 계도 중심으로 최소 1년 이상의 준비 시간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규정을 구체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살을 붙였다”며 “사용자에게 의무만 추가로 더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법무법인 세종 중대재해대응센터장 김동욱 변호사는 “예산 편성의 기준을 제시하는 등 불확실했던 안전보건확보의무 내용을 일부 구체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안전보건 ‘관련 법령’이나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등 일부 규정의 의미와 범위가 모호한 점에서 여전히 해석상 문제점이 많다”고 말했다.이번 시행령안에 대한 설명 자료는 국무조정실에서 먼저 배포했지만, 내용을 알기 어렵다는 지적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별도 후속 자료를 제공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주무부처가 아니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고용부가 애초 다음달 발간할 예정이었던 실무 가이드북은 현재 고용부와 경찰 간 중대재해법 수사권 갈등에 밀려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내딜 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이 윤곽을 드러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과 정진수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 등 12명이 복지위 국감 일반 증인으로 채택됐고, 방송인 사유리가 참고인으로 참석을 예고했다.복지위는 27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 국감 관련 일반 증인 12명과 참고인 31명에 대한 출석요구안을 의결했다. '비혼 출산'을 한 일본 출신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도 복지위 국감에 참고인으로 채택됐다. 사유리는 복지위 국감에서 한국과 일본의 비혼 출산 문화의 차이점을 설명할 예정이다. 남양유업 홍원식 회장은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29)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한 건으로 증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앤토니 마티네즈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는 식중독 피해 사례로, 정진수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은 게임 중독 예방과 관련해 각각 증인으로 채택됐고, 이효율 풀무원 총괄CEO, 진종기 삼양식품 대표이사는 식품 '비건 인증' 제도와 관련해 출석할 예정이다.이밖에 김경훈 구글코리아 사장은 복지위와 과방위 2곳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복지위에서는 유튜브 아동학대 방지 대책에 대해, 과방위는 '인앱결제'에 대해 각각 질문할 예정이다. 또 참고인으로는 김두경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피해자모임 회장을 비롯해 △김대업 대한약사회 회장 △박건우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박남철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용천 정신과학회 이사장 등 31명이 채택됐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정치권의 관심이 대선에 쏠리면서 다음달 1일 시작되는 국회의 올해 국정감사가 ‘맹탕 국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이 행정부 감시·견제보다 상대 당 대선주자 견제에 집중하면서다. 국감을 이끌어야 할 여야 정치인 상당수가 대선주자 캠프 활동에 더 신경 쓰면서 행정부 감시라는 국회 본연의 의무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27일 국회에 따르면 각 상임위원회는 다음달 1~21일 행정부 전반에 대한 국감을 하는데 자료 요청 숫자가 예년보다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대관업무를 하는 한 공공기관 직원은 “국회가 우리 기관에 요구한 자료요청 건수가 작년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며 “다른 기관 역시 전반적으로 줄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감기관들 사이에선) 상대적으로 ‘편한 국감’이 될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고 전했다.그나마 줄어든 자료 요청도 상당 부분 이재명 경기지사 관련 ‘대장동 의혹’이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연루가 의심되는 ‘고발 사주 의혹’과 관계된 것으로 전해졌다. 행정부 감사가 아니라 ‘대선 후보 감사’로 흐를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이번 국감은 이 지사의 대장동 게이트 국감’이라고 규정하고 여기에 집중하고 있다”며 “다른 정책적인 내용으로 질의 자료를 만들어선 별 관심을 못 받을 거 같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이 지사와 관련된 행정안전위원회 등 몇몇 상임위를 제외하곤 작년에 비해 좀 풀어진 분위기”라며 “(여야 모두) 자기 당 후보를 지키고 상대 당 후보를 공격하는 데 집중하는 국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통상 국감 전 각 상임위 의원과 보좌관들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에 감사 자료를 요청한다. 행정부의 정책 실패를 파헤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의원이나 의원실 보좌진 상당수가 대선주자 캠프에 ‘올인’하다시피 하고 있는 점도 ‘맹탕 국감’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실제 여야 의원 대부분은 이미 특정 후보 캠프에 소속돼 있다. 대선주자 캠프에서 일하는 한 보좌관은 “캠프 내에서 후보를 위한 홍보활동을 하거나 정책을 만들다 보니 다른 일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