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우려해 전격 압수수색…승부수 띄워
추가 입건 가능성도…대검에 자료협조 요청할 듯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10일 대선 정국의 변수로 떠오른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강제수사에 나섰다.

그동안 사건들은 상당 수준 조사가 진행된 상황에서 입건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수사가 검찰개혁을 내걸고 출범한 공수처의 사실상 '데뷔전'으로 볼 수 있다.

'고발 사주' 강제수사 나선 공수처…사실상 데뷔전
◇ 강제수사로 '승부수'…존재 이유 입증 기회
10일 공수처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고발을 사주한 당사자로 지목된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9일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손 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3시간에 걸쳐 마무리했고, 국민의힘 김웅 의원실 압수수색은 절차상의 문제로 아직 대치 중이다.

이번 수사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 지난 6일 윤석열 전 총장과 손 검사 등 4명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윤 전 총장 재직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들과 기자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공수처는 현재까지 윤 전 총장의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수사방해 의혹 등 주요 사건을 입건했으나, 이번 사건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앞선 사건들은 이미 다른 수사기관에서 조사가 상당 수준 진행된 상황에서 수사에 착수했다면, 고발 사주 의혹은 사실상 '백지' 상태에서 수사에 돌입한 형국이다.

검찰개혁을 목적으로 출범한 공수처가 검찰-정치권의 유착 관계에 대해 검찰보다 먼저 강제수사에 나서 승부를 건 셈이다.

공수처가 강제수사를 통해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한다면 존재 이유를 증명할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과잉수사'란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 증거인멸 우려?…발 빠른 수사 배경은
이날 강제수사는 고발일로부터 나흘, 고발인 조사일로부터는 이틀 만에 전광석화처럼 집행됐는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공수처가 이처럼 발 빠르게 수사에 착수한 배경에는 증거인멸 우려와 정치권의 수사 촉구, 대검의 진상조사 진행 상황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손 검사는 연루 의혹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피고발인인 윤 전 총장은 '정치 공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따라서 손 검사 등이 증거를 숨기거나 말 맞추기를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속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검은 이미 고발 사주 의혹 제보자의 휴대전화도 확보한 상황이고, 수사 전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한발 앞서 강제수사에 돌입하는 게 수사 혼선을 막을 방법이라고 공수처는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고발 사주' 강제수사 나선 공수처…사실상 데뷔전
◇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도 수사 가능성
일단 손 검사는 공수처 수사 대상 범죄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입건됐다.

하지만 공수처가 수사 과정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을 비롯한 혐의를 추가 입건할 가능성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고위공직자 범죄와 직접 관련성 있는 범죄도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손 검사와 김 의원의 휴대전화나 PC 등 기록에서 윤 전 총장 등 피고발인의 혐의가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사건번호를 매겨 입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제보자 휴대전화와 수사정보정책관실 PC 등은 대검이 확보해 둔 상황이어서 대검 측에 협조를 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도 "공수처가 요청하면 최대한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큰 문제가 없다면 자료를 넘겨받을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