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쇼팽 앨범 기념 7개 도시 전국 투어…18일까지 공연
쇼팽으로 돌아와 가을밤 적신 조성진, 야나체크·라벨도 선물
최근 쇼팽을 완성한다는 의미의 새 앨범을 내고 5년 만에 다시 쇼팽으로 돌아온 피아니스트 조성진(27)이 10개월 만인 국내 무대에서 피아노 선율로 비가 내리는 가을밤을 적셨다.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리사이틀에서 조성진은 앨범 수록곡이기도 한 쇼팽의 '스케르초' 4곡 전곡을 약 40분간 자신만의 해석을 담아 선보였다.

쇼팽 스페셜리스트로 각인되는 걸 원치 않아 2016년 11월 첫 쇼팽 앨범을 낸 뒤엔 드뷔시, 모차르트, 슈베르트, 베르크, 리스트 등 의식적으로 다른 작곡가들을 선택했다는 그다.

그러나 이날은 왜 조성진이란 이름과 쇼팽이 떼려야 뗄 수 없는지를 재확인한 무대였다.

특히 스케르초 2번은 조성진이 평소 특별한 추억이 있다고 밝힌 곡이다.

스승인 신수정 교수와 지휘자 정명훈 앞에서 연주하면서 이들과 인연을 맺게 됐고,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 당시 세미 파이널에서 연주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1부 프로그램으로 연주한 야나체크의 '피아노 소나타'와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향후 조성진의 행보를 기대하게 했다.

야나체크의 소나타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걸작을 소개하는 것을 즐기는 조성진이 직접 고른 작품으로, 피아니시시모(ppp)부터 포르테시시모(fff)까지 악상의 범위가 매우 넓다.

음악가들 사이에선 유명한 곡이다.

지난해 시마노프스키 '마스크', 베르크 '피아노 소나타'를 선택한 조성진은 야나체크를 시작으로 바로크 곡이지만 자주 연주되지 않는 헨델의 작품 등을 연주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는 그가 "음악적으로 거의 완벽한데 테크닉적으론 어려워 젊었을 때 많이 연주하고 싶다.

나이가 들면 못할 것 같다"고 고백한 곡이다.

조성진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스카르보'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쇼팽으로 돌아와 가을밤 적신 조성진, 야나체크·라벨도 선물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커튼콜 이후 다시 피아노 앞에 앉은 조성진은 10초간 숨 고르기를 한 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와 쇼팽의 '혁명'을 앙코르곡으로 선물했다.

다소 느리고 잔잔한 분위기를 띤 라벨의 곡과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쇼팽의 곡이 대비를 이뤘다.

그가 피아노 앞에서 일어서자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조성진이 마지막으로 무대를 떠나면서는 관객들을 향해 서너 번 손을 흔들자 객석에선 옅은 환호도 터져 나왔다.

공연장엔 1천700여 명의 관객들로 가득 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전체 2천505석 가운데 70%가량만 채워졌다.

티켓은 오픈하자마자 매진됐다.

공연장 1층 입구 로비엔 공연 시작 1시간 반 전부터 관객들이 몰려 조성진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포토존 앞에서 미리 사진을 찍거나 조성진의 친필 사인 앨범을 사기 위해 100여 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

지난 4일 전주를 시작으로 7개 지역 전국 투어를 진행 중인 조성진은 대구(5일)와 서울 등 세 차례 공연을 마쳤다.

인천(8일)과 여수(11일), 수원(12일), 부산(16일)을 거쳐 서울(18일)에서 한 번 더 앙코르 무대를 갖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