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 프레임' 대선악재 우려에 후퇴…'초강경' 송영길 머쓱
여야 합의 난망 속 대선국면서 '흐지부지' 전망도
민주, 여론과 靑 우려에 회군…처리시한 고리로 퇴로찾기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 수순을 밟아온 더불어민주당이 31일 국회 본회의 문턱에서 급정지했다.

'거대 여당의 독주' 프레임에 따른 여론의 역풍 우려가 커지자 결국 야당과 타협, 한발짝 물러서며 퇴로를 찾은 모양새가 연출됐다.

청와대마저 강행처리에 경고음을 낸 것도 '회군'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일방처리 부담 '대선 리스크'로 번질까…결국 브레이크
송 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 의견을 수렴해 보완할 것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의총에서 개혁입법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강경론이 득세했던 것에 비하면 180도 달라진 분위기였다.

전날 저녁 본회의 상정이 불발된 이후에도 "착잡하다.

언론이 아닌 국민 눈치를 봐야 한다"(정청래 의원), "보수 세력의 반대에 밀려 개혁이 좌초돼서는 안 된다"(이해식 의원) 등 안타깝다는 반응이 이어졌던 터다.

의원들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윤호중 원내대표가 강경파의 압박에도 타협안을 도출한 것은 여론 악화로 인해 일방처리의 부담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당 자체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다수가 언론중재법안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강행처리에는 부정적 반응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본격적인 대선 경선을 앞두고 강경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긴 하지만 거대 여당의 오만한 태도에 유권자들이 다시 등을 돌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 선관위원장으로서 대선후보 경선을 관리하고 있는 이상민 의원이 이날 "지난 4·7 재보선에서 봤듯, 힘 자랑하는 정파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별로 호의적이지 않다는 걱정하는 분들이 있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민주, 여론과 靑 우려에 회군…처리시한 고리로 퇴로찾기
정국 파행시 임기말 국정수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청와대의 우려도 브레이크를 밟는데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여야 합의를 접한 뒤 "여야가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추가 검토를 위해 숙성의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날 오후 여야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며 강대강 충돌 우려가 커지자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다시 국회를 찾아 윤 원내대표를 면담한 것도 문 대통령의 이런 의중이 실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 '선봉장' 송영길 머쓱…대선국면서 언론법 이슈 동력 의문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8월 처리가 물건너가면서 강경파는 물론이고 '언론개혁'을 앞장서 외친 송영길 대표가 가장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당권을 잡은 후 '조국 사태' 사과, 박정희 전 대통령 재평가, '대깨문' 비판 발언, 부동산 규제 완화 등 거침없는 외연확장 행보로 보수층 사이에서도 호평을 받다가 그동안 어렵게 벌어놓은 점수를 까먹었다는 것이다.

이번 행보를 두고 "송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불만이 많은 열성 지지층을 달래려는 것", "개성 대포 발언 등 잇단 말실수 과정에서 더 커진 언론개혁에 대한 남다른 소신"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것도 관철하지 못한 셈이 됐다.

한편으론 지도부가 언론중재법의 처리 시점을 '9월 27일'로 못박는 등 안전장치를 확보하면서 강경론자를 설득할 최소한의 명분은 지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병도 원내수석부대표는 "협의체가 (합의가) 안 되면 진짜 통과시키는 것이다.

국회의장이 무조건 상정해서 처리한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10월로 넘어가면 여야의 대선후보 선출 절차와 정기국회 국정감사가 맞물리는 만큼 9월말을 마지노선으로 잡은 셈이다.

한준호 원내대변인도 "법안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는 내에서 협의돼야 한다"고 언급, 법안 내용에 있어서 더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러나 여야간 원만한 합의가 요원해 보이는 상황에서 언론중재법 처리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게 제기된다.

특히 9월부터 본격화되는 대선 국면 와중에 언론중재법 이슈가 함몰되면서 자연스럽게 시선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참에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방송법, 1인 미디어와 유튜버에 대한 규제 내용을 포함한 정보통신망법,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는 형법 등을 '패키지'로 추진하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언론관계법의 경우 언론을 어떤 형식으로든 통제하고 싶은 권력의 속성과 여야 및 언론계의 첨예한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접점 모색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