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중국, 미국이 양국관계 방향 이끄는 것 원하지 않아"
미중 아프간 협력의 걸림돌은…신장인권문제·中요구사항
미국과 중국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협력하는 데 신장(新疆)위구르 인권 문제와 중국이 미국에 전달한 개선요구사항 목록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SCMP는 이날 두 건의 기사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이 테러리스트들의 소굴로 전락하고 탈레반이 극단주의로 치닫는 것을 미중 모두 저지하고자 하지만 양국이 협력하는 데는 이러한 걸림돌이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미중 아프간 협력의 걸림돌은…신장인권문제·中요구사항
◇ 중국, 테러단체 목록서 ETIM 삭제한 미국 비판
주융뱌오(朱永彪) 란저우대 정치·국제관계학원 중앙아시아연구소 교수는 탈레반이 국제사회에 흡수되도록 미중이 협력할 수 있다면서 "그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중국과 미국은 현지 상황에 근거해 아프가니스탄을 지원해야하며 서방의 기준에 따라 맹목적으로 탈레반에 가혹한 제재를 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탈레반이 진정으로 변할 의지가 있는지를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주 교수는 또한 탈레반이 테러집단과 관계를 끊도록 미국과 중국이 돕기 위해서는 미국이 위구르족 분리주의단체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에 대한 입장을 바꿔야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ETIM에 대해 "지난 10여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는 믿을만한 증거가 없다"면서 테러단체 목록에서 삭제했다.

미국이 신장 인권탄압 의혹에 대한 대응으로 중국의 눈엣가시인 위구르족 분리주의 단체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중국은 반발했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국제 대테러 전쟁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우는데 협조할 수 있다면서 미국이 ETIM에 대한 입장을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9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당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은 아프간의 주권 독립을 존중한다는 전제 아래 실제 행동으로 아프간의 테러 세력 제거를 도와야지 이중 잣대를 적용하거나 선택적 조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구딩궈 화동사범대 연구원은 "중국은 계속해서 ETIM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반대할 것이지만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인도주의적·경제적 지원을 위해 미국과 협력할 수 있다"고 봤다.

인도 자와할랄네루대 중국학과 스리칸트 콘다팔리 교수는 "아프가니스탄이 또다시 국제 테러리즘의 낙원이 된다면 미중이 대화 채널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며 "양국은 9·11 테러 이후처럼 정보 공유를 비롯해 현지 정부가 이슬람국가(IS)·이슬람국가 호라산(IS-K)에 대응하도록 돕는 데 협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중 아프간 협력의 걸림돌은…신장인권문제·中요구사항
◇ "왕이, 중국의 핵심사항 미국에 상기…미국의 선의 요구"
SCMP는 지난 7월 중국 측이 톈진(天津)을 찾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에 건넨 두개의 개선요구사항 목록이 아프가니스탄 관련 양국의 협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왕이 부장은 지난 29일 블링컨 장관과 통화에서 "중국 측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태도에 근거해 미국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은 중국이 건넨 두가지 목록과 중국이 단호히 옹호하는 세가지 핵심사항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셰펑(謝鋒)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셔먼 부장관에게 중국공산당원과 가족·중국 유학생에 대한 비자 제한 철폐, 중국 관리와 지도자, 기관에 대한 제재 해제, 중국 매체를 '외국 대리인'·'외국 사절단'으로 등록하는 결정 취소,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의 미국 송환 요구 중단 등이 담긴 요구사항 목록을 전달했다.

또 왕이 부장은 미중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선 중국 특색 사회주의 전복 시도, 중국 발전 방해, 신장·티베트·홍콩·대만 등 중국 주권 침해를 해서는 안 된다는 세 가지 마지노선을 명확히 제시했다.

중국사회과학원의 류웨이둥(劉衛東) 미중 관계 연구원은 "중국이 해당 목록을 계속 강조하는 것은 톈진 회담에서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이 양국 관계의 방향을 이끄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왕이 부장은 (블링컨 장관에게) 중국에는 특정한 핵심사항이 있으며, 양측이 다른 문제를 놓고 대화를 하기 전에 미국이 어느 정도 선의를 보일 필요가 있음을 상기시키려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웨이쭝여우 푸단대 교수는 미중 모두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리즘 부활을 억제하고 탈레반이 내부 화합을 도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미국이 계속해서 자국의 이익을 해친다고 중국이 생각하면 아프가니스탄 관련 협력이 지장을 받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이 한쪽에서는 중국의 이익을 해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중국에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중 아프간 협력의 걸림돌은…신장인권문제·中요구사항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