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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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조직이 되어 버린 인사

이제는 수시 채용의 시대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11월과 5월은 채용 시즌이다.
취업하기가 쉽지 않아 왠만한 대기업과 공기업은 100:1의 경쟁을 뚫어야만 합격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10명의 합격자를 뽑기 위해 1,000명의 지원서를 살펴야 한다. 인사담당자는 직무별 지원서를 구분하고 현업 부서에 서류 합격자를 선정해 달라고 요청한다. 자기 팀의 필요에 의해 뽑는 과정이지만, 바쁜 업무를 이유로 마감을 넘겨 서류 합격자를 통보한다.
인사담당자는 마감이 넘으면 마음이 급하다. 찾아가 읍소를 하고 완료해 면접자 통보를 한다.
산 넘어 산이라 했나? 면접관 선정은 더욱 더 어렵다. 모두 거절하기에 급급하다.
시간만 낭비하고 혜택은 없는데, 나중에 합격자가 회사에 피해를 주거나 엉뚱한 행동을 하면 면접관을 탓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통사정을 하여 면접관을 선정해 채용절차를 마무리한다. 회사의 미래 경영자를 뽑는 중요한 업무가 시작부터 원만하지 않다. 인사부서의 위상이 낮아졌다고 한탄하지만, 인사부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지원부서라는 틀 속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CEO가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특별 본부장 회의를 소집했다.
전략실이 사무국으로 모든 본부장과 본부장 외에는 전략실장과 재무실장이 참석했다.
현재 사업구조를 3년 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회의였다.
회의를 위해 본부장들에게는 3년 후 바람직한 모습, 현재와 사업구조의 변화, 이를 위한 단계별 전략과 핵심과제를 선정해 발표하라고 했다. 이 중요한 회의에 인사실장이 제외되었다.
아무도 인사실장이 제외된 것을 몰랐고, 이에 대해 주장하는 임원도 없었다.
왜 CEO와 본부장들은 인사실장을 부르지 않았을까?
CEO가 가장 신뢰하는 임원은 거창한 중장기방향과 전략을 제시하는 임원이 아니다.
자신이 궁금하거나 뭔가 말하고 싶을 때 바로 불러 의견을 묻고 조언을 받을 수 있는 임원이다. CEO의 계획되지 않은 고민이나 호기심을 그 즉시 충족시켜 주기란 쉽지 않다.
CEO 못지 않은 사업을 둘러싼 시장과 경쟁자 동향, 전략, 재무, 조직과 인원, 제품과 서비스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면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없다. 보완을 해야 하는데 보좌 역할밖에 할 수 없다.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하는가?

인사부서는 사업을 중심으로 조직, 사람, 제도, 문화의 경쟁력을 높이고 CEO의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해야 한다. 보완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조직과 사람에 대한 지식으로는 부족하다.
사업을 알아야 하고, 회사의 현재와 미래 전략과 재무 상황에 밝아야 한다.
취급하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의 단계별 수준과 경쟁사와 비교, 고객의 니즈에 관심을 갖고 대응방안에 대해 담당 조직과 같은 안목과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CEO가 조직장을 선임하려고 할 때, 인사부서장은 어떤 내용으로 추천해야 하는가?
사람의 역량과 성과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역할과 책임, 나아가야 할 방향과 전략, 구성원의 속성 등을 고려하여 그 조직을 가장 잘 이끌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적임자를 추천해야 한다. 수시로 CEO를 찾아가 사업에 관해, 전략과 조직, 구성원의 역량, 경쟁사의 동향, 고객의 소리 등 전반에 걸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 CEO 뿐 아니라 본부장들과의 소통도 원활해야 한다. 전체의 관점에서 각 본부가 취하고자 하는 방향과 방안을 듣고 조율해야 한다. 선제적으로 변화를 인식하여 본부장들이 사전에 준비하여 대안을 만들고 성과를 내게 해야 한다.

인사담당자의 자존감을 올리는 방법

직장인의 일에 대한 자존감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하여 성과를 창출할 때 높아진다.
누가 시켜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아이디어로 앞선 일을 추진하고, 상사가 인정해 주며 지원할 때 힘이 솟는다. 자신의 일이 회사에 영향을 줘서 성과가 창출할 때 힘이 솟는다.
자신이 정한 그라운드 룰이 제품이나 서비스의 규범이 되고, 자신이 했던 프로세스가 표준이 되면 일이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정체된다는 생각이 들면 힘이 든다.
성장하고 주변에서 배울 사람이 많으면 모든 것이 즐겁다. 자존감은 해야 할 그 무엇이 분명하다. 해낼 수 있다는 열정이 있다. 진정한 실력이 있거나, 실력이 향상된다는 생각이 있을 때 자존심이 생긴다.
인사담당자가 자존심을 올리는 방법은 일에 대한 자부심과 실력이다.
먼저, 일에 대한 의미를 명확하게 알고 자부심을 갖는 일이다.
인사 담당자는 회사의 마지막 보루이며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인사라는 직무는 조직/ 사람/제도/ 문화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라는 일의 의미를 알고, 이 일을 하고 있음에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인사담당자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지식과 소통 능력이다.
사업의 본지, 회사의 전략, 재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회사에 대한 총체적 지식과 인사 전문성이 갖춰져야 한다. 자격증이나 조직과 인력에 대한 지식, 제도에 대한 이해, 진단과 컨설팅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소통 역량이 중요하다. 어느 직무를 수행하는 담당자에게도 소통역량은 중요하지만, 인사담당자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소통 역량은 자신에 대한 확신은 물론이고 타인에 대한 공감과 설득 요인의 원동력이다.
진정한 실력이 있는 직원은 당당할 수 있다.
자존감 역시 긍정의 마인드를 갖고 어떠한 어려움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실행력에서 향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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