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계속해서 늘어 처음으로 1800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실정의 여파로 집값과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데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투자 등을 위해 빚을 늘린 결과다.

가계부채 어느새 1800조 넘어…국내총생산에 육박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1년 2분기 가계신용(잠정치)’을 보면 지난 6월 말 가계신용은 1805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신용은 금융회사의 가계 대출에 신용카드 할부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통상 가계부채 지표로 활용된다.

6월 말 가계부채는 지난 3월 말에 비해 41조2000억원(2.3%) 늘었다. 1분기 늘어난 36조7000억원보다 증가폭이 더 커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68조6000억원(증가율 10.3%) 늘었다. 지난해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1836조8811억원과 비교하면 98.3%에 이른다. 인구가 5182만여 명이란 점을 고려하면 국민 한 사람당 3490만원의 빚을 짊어진 셈이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948조300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7조3000억원(1.9%) 늘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757조원으로 21조3000억원(2.9%) 늘었다. 전분기(14조3000억원)보다 큰 폭 불어난 것은 물론 역대 2분기 증가폭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다. 신용대출 증가폭이 두드러진 것은 공모주 청약자금이 대폭 불어난 결과다. 지난 4월 28~29일 이뤄진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공모주 일반청약에는 사상 최대인 80조9000억원이 몰렸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택 전세거래 자금 조달 수요가 이어진 데다 공모주 청약 자금 수요도 겹쳤다”며 “코로나19로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가계가 생활자금 조달을 늘린 것도 가계 빚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세대별로 보면 특히 2030세대가 최근 빚을 많이 늘렸다. 올 1분기 말 2030세대의 금융회사 대출금 잔액은 446조5000억원으로 작년 1분기 말보다 55조3897억원(14.1%) 불었다. 2030의 부채 증가율은 올 1~2분기 가계부채 증가율(9.5~10.3%)을 크게 웃돈다. 최근 1년 새 대출 금리가 큰 폭 오르면서 가계의 신용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신규취급액) 평균 금리는 2020년 3분기 사상 최저인 연 2.59%에서 올 2분기 연 2.91%로 0.32%포인트 올랐다.

치솟는 가계 빚은 경제성장률을 갉아 먹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한은은 6월 발표한 ‘2021년 6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가계부채가 적정 수준을 웃돌면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져 가계 씀씀이를 옥죌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