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빈집서 홀로 자다가 솜이불이 석유난로에 닿아 화재
법원 "사정 안타깝지만…소중한 생명 사라져" 금고 3년 선고
달동네 다문화가족 4명 화재 참변…실수로 불낸 60대 실형
올해 1월 말 강원 원주시 철거가 예정된 재개발지역에서 실수로 불을 내 다문화가정 일가족 3명이 숨지게 하고, 1명을 다치게 한 6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피고인이 기초연금수급자로서 빈집에서 추위를 피하고자 석유난로를 켰다가 실수로 불을 낸 사정 등을 고려하더라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이지수 판사는 중실화와 중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A(66)씨에게 금고 3년을 선고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월 31일 오전 3시 5분께 원주시 명륜동 주택 밀집 지역에서 석유난로 취급 부주의로 인해 불을 내 이웃 주택에 있던 필리핀 국적의 B(73·여)씨와 손주 C(9)양, D(7)군 등 3명이 숨지게 하고, 딸 E(32·필리핀)씨를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석유난로를 침대에서 불과 30㎝ 떨어진 방바닥에 두고 잠을 자다가 뒤척였고, 이로 인해 솜이불이 난로의 불과 접촉하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화재로 4명이 숨지거나 다친 것을 비롯해 집 2채가 전소되고, 2채는 절반가량을 태운 뒤 1시간 20여분 만에 꺼졌다.

달동네 다문화가족 4명 화재 참변…실수로 불낸 60대 실형
A씨 역시 화상을 입어 치료를 받았고, 이후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불이 난 곳은 원동 남산 재개발지역으로 고지대에 주택 20여 채가 빽빽하게 모여 있는 '달동네'였다.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탓에 119대원이 소방차 호스를 짊어진 채 굽이진 골목을 100m가량 올라 불을 꺼야 했다.

10여 년 전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넘어와 가정을 꾸린 E씨는 명륜동에 4∼5년 전 이사 왔으며, 다니던 공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어려워지자 일자리를 잃은 사연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조사 결과 A씨는 기초연금수급자로서 일정한 수입 없이 일용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했고, 약 10년 전부터 친척 명의로 된 빈집에서 홀로 지내던 중 실수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판사는 "피고인의 가정형편, 경제적 사정 등 개인사를 살펴보면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중대한 과실로 인해 이웃들은 주택 전소 또는 일부 소훼 피해를 보았고, 무엇보다 일가족 3명의 소중한 생명이 사라졌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살아남은 E씨는 눈앞에서 자녀 2명과 어머니를 잃게 돼 남은 평생 정신적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며 "비록 피고인이 과실범이고,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처지 등을 고려하더라도 죄책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달동네 다문화가족 4명 화재 참변…실수로 불낸 60대 실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