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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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조짐에 국내 패션업계도 초긴장 상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에 주요 생산공장을 두고 있어서다. 현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올해 가을·겨울 의류 출시가 최대 한 달가량 늦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의류 생산 시설을 운영하는 이랜드그룹은 22일 “베트남 정부가 도시 이동을 전면 봉쇄했다”며 “공장이 도심 외곽에 있다 보니 합숙이 가능한 직원을 2주 단위로 교대 근무하도록 하면서 의류를 생산하고 있지만 납기를 모두 맞추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아웃도어 의류 업체 K2도 사정은 비슷하다. 회사 관계자는 “베트남이 주요 생산지”라며 “제품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상품 생산이 예정보다 2주가량 밀리고 있다”고 전했다. 가을 신상을 한참 팔아야 할 시기지만 신제품 출시가 지연돼 각 매장에선 작년 상품을 판매 중이다.

베트남의 코로나19 상황은 잇단 봉쇄령에도 불구하고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하루 확진자 수가 지난 21일 기준 1만3417명까지 치솟았다. 남부 최대 도시이자 베트남 경제 중심지인 호찌민은 완전 봉쇄됐다. 호찌민항을 통한 수출입 물류에도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하노이에 있는 의류 공장은 전부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패션업체들은 베트남 외에 다른 동남아 국가로 주문을 돌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지만, 다른 곳의 사정도 여의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가을·겨울 의류 판매가 연매출의 70~8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는 게 업체들의 얘기다. 형지그룹 관계자는 “매일 회의에서 동남아 의류 생산 일정을 확인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겨울 옷은 납기가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의류 생산 차질을 기정사실화하고 생산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아웃도어 업체 블랙야크 관계자는 “일부 제품은 지연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생산 지역을 다양화해 국내 입고 지연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