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내 모든 세력 참여하는 민족대화 지지"…타지크서 군사훈련도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무장조직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일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타스·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자국 서부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를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탈레반을 합법 정부로 인정하는 일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장관 "탈레반 합법정부 인정 서두르지 않아"
이어 "탈레반이 다른 정치 세력을 포함한 정부를 꾸리겠다고 밝히고, 여성 교육과 관련된 작업과 함께 이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 정부에서 일한 관리들도 등용하는 등 국가통치와 관련된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밝힌 점 등 희망적인 신호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일방적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취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러시아로선 탈레반과 다른 아프간 정치 지도자들 간의 대화가 포괄적 과도정부 수립으로 마무리되길 기대한다면서 "아프간의 모든 정치·인종·종교 세력이 참여하는 거국적 민족 대화 개시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문제 담당 대통령 특사인 자미르 카불로프 러시아 외무부 제2아주국 국장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탈레반을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탈레반은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관과 중앙아시아 동맹국 대사관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약속은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카불로프 특사는 새로운 탈레반 정권이 문명화된 방식으로 행동한다는 확신이 설 때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원국들이 탈레반을 테러 단체 명단에서 제외하는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안보리가 먼저 탈레반을 테러 단체 명단에서 삭제한 뒤에야 러시아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탈레반을 테러 조직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카타르 도하에 있는 탈레반 정치 사무소와는 꾸준히 접촉하고 협상해왔다.

이와 관련, 카불 주재 러시아 대사 드미트리 쥐르노프는 이날 탈레반 고위 관리와 회담했다면서 대화가 긍정적이고 건설적이었다고 전했다.

쥐르노프 대사는 탈레반 대표들이 러시아에 대해 가장 우호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러시아 대사관의 안전 보장 약속을 거듭 확인했다고 소개했다.

한편 아프간과 이웃한 중앙아 타지키스탄에 주둔 중인 러시아 제201 군사기지 소속 부대원 약 1천 명은 아프간 사태 악화와 관련한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훈련을 시작했다고 러시아군 중앙군관구 공보실이 이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 2004년부터 제201 기지에 약 7천 명의 병력을 주둔시켰다.

중앙군관구에 편제된 제201 기지는 러시아가 해외에서 운용하는 최대 군사시설이다.

러시아 외무장관 "탈레반 합법정부 인정 서두르지 않아"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