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감성 감독 장편 데뷔작…"황정민 끊임없이 아이디어 던져"

배우 황정민이 영화 속에서 납치된 톱스타 황정민을 연기하는 '인질'은 현실과 허구 사이에서 관객들의 몰입감을 조율하며 줄타기를 한다.

'인질' 감독 "영화 초반 확 끌려 들어가는 몰입감 신경 썼죠"
필감성 감독은 12일 화상 인터뷰에서 배우가 실제 자신을 연기하는 영화의 설정이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방해 요소가 될 수도 있어 고민이 깊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 초반에는) 희극처럼 진행되다가 인질범이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돼? 이거 진짜야"라고 할 때부터 관객들을 확 끌어들이고 싶었다"며 "그 순간 영화의 냉혹한 부분이 부각되면서 관객들이 '이거 장난이 아니구나'하고 느끼고, 몰입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영화는 황정민을 대표하는 '밥상' 수상 소감으로 시작되는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 등을 활용해 주인공 황정민이 실제 관객들이 아는 황정민이라는 점을 짧고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도입부를 어떻게 시작할지 고민이 많았다는 필 감독은 다소 과감하게 연출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예고편이 공개되기 전에는 영화가 코미디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저희 영화는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예요.

리얼리티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한순간이라도 몰입감 떨어지면 안 되니 그 지점 놓치지 않으려고 했죠. 인질과 인질범의 서사 같은 호흡이 늘어지는 부분은 덜어내 리듬감을 살리고요.

"
촬영과 미술에도 현실감을 부여하는 디테일한 요소들에 공을 들였다.

납치라는 긴장된 상황을 담아내기 위해 카메라를 정지시키지 않고 계속 움직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 납치 사건에 뻔히 등장하는 그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납치범들의 아지트에 오렌지, 초록색의 색감을 입혔고 전했다.

폭력적인 장면은 간접적으로 보여주려 노력했지만, 인질이 느끼는 공포감에 집중하다 보니 처음에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자극적인 장면을 삭제한 뒤 15세 이상 관람 등급을 받아 오는 18일 개봉한다.

'인질' 감독 "영화 초반 확 끌려 들어가는 몰입감 신경 썼죠"
해외에서 배우가 실제 납치된 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는 원작 중국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2015)가 있지만, 결이 다르다고 필 감독은 설명했다.

그는 "'세이빙 미스터 우'는 미스터 우가 인질을 구하는 영화고, '인질'은 철저하게 (인질인) 황정민이 살아서 탈출하는 사투를 그린 영화"라며 "그동안 시원시원하게 사건을 해결하거나 감동을 주는 휴머니즘 영화에 출연해온 황정민이 피해자 역으로 나오는 지점도 새로울 것 같았다"고 말했다.

'황정민의, 황정민에 의한, 황정민을 위한' 영화지만 1천 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신예들로 채운 다양한 색깔의 납치범, 수사망을 좁혀오는 경찰 등을 적절히 활용한다.

여기에 황정민의 유행어 '헤이 브라더~', '드루와~ 드루와~'를 중간중간 곁들이며 긴장감을 이완시켜 피로도를 낮춘다.

필 감독은 "인질범들이 있는 아지트는 정적이면서 무거운 공기가 흐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대신에 경찰의 움직임은 긴박하게 끌고 가 밸런스를 맞추려고 했다"며 "인질범은 신인 배우들이 연기했는데 으레 인질범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에서 탈피했으면 했다.

'어떻게 저런 조합이 나왔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울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부터 황정민을 캐스팅 1순위로 생각했다는 필 감독은 촬영장에서 그의 연기를 넋 놓고 쳐다봤다고 전했다.

황정민은 연기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이디어를 던지며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바지에 소변을 보는 장면도 그의 아이디어라고 했다.

단편 연출작 'Room 211'(2002), '어떤 약속'(2011) 이후 이번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필 감독은 그런 황정민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인질' 감독 "영화 초반 확 끌려 들어가는 몰입감 신경 썼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