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니·김구 서명문·진관사 태극기 지정 예고…태극기로는 첫 사례
한국광복군·김좌진 장군 관련 자료는 문화재 등록하기로
'독립 열망의 상징'…역사성 있는 태극기 3점, 보물 된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사물이자 구한말과 일제강점기에 독립 열망의 상징으로 사용된 태극기 유물 가운데 역사성과 대표성을 갖춘 자료 3점이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광복절을 사흘 앞둔 12일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등록문화재인 '데니 태극기', '김구 서명문 태극기', '서울 진관사 태극기'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밝혔다.

태극기가 보물로 지정 예고되기는 처음이다.

보물은 통상 제작·형성된 지 100년이 넘은 유물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근현대 유산이 매우 적은 편이다.

'독립 열망의 상징'…역사성 있는 태극기 3점, 보물 된다
국가등록문화재인 태극기는 약 20점이 존재하는데, 그중 보물 후보가 된 태극기 3점은 비교적 제작 시기가 이르고 제작 배경에 관한 사실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역사·학술 가치를 인정받았다.

1890년 이전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데니 태극기는 현존 태극기 중에 가장 오래됐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제작 시기를 정확히 알 수 있고, 김구와 안창호에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일장기에 덧씌워 만든 진관사 태극기는 강한 항일정신이 담긴 문화재다.

태극기는 1882년에 만들어졌다고 알려졌으나, 기원은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고종은 이듬해 3월 6일 전국에 태극기 사용을 선포했는데, 당시에는 상세한 규격 등을 정하지 않아 다양한 형태의 태극기가 제작됐다.

'독립 열망의 상징'…역사성 있는 태극기 3점, 보물 된다
데니 태극기는 미국인 오웬 니커슨 데니(1838∼1900) 소장품이었다.

데니는 중국 상하이 주재 미국영사를 지낸 뒤 1886년 조선 정부의 외교·내무 담당 고문으로 부임했고, 1891년 1월 조선을 떠났다.

이 태극기는 고종이 1890년쯤 데니에게 하사했다고 전하며, 데니의 후손이 1981년 우리나라에 기증했다.

소장처인 국립중앙박물관은 광복절이나 삼일절 즈음에 한시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데니 태극기는 가로 262㎝·세로 182.5㎝로, 현재 남은 옛 태극기 중에 가장 크다.

서양 국기 제작 방법을 참조해 태극과 사괘(四卦)는 바탕천을 오려내고 두 줄로 정교하게 박음질해 문양이 또렷하게 보이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최근 조사에서는 깃대에 머리카락 혹은 동물 털 뭉치를 채워 넣어 지지력을 높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에는 위아래 고리를 활용해 깃발을 게양했는데, 그때 태극기가 잘 버티도록 고안한 장치였다.

'독립 열망의 상징'…역사성 있는 태극기 3점, 보물 된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대한민국임시정부 국무위원회 김구 주석이 1941년 3월 16일 글을 적어 벨기에 신부 매우사(梅雨絲, 본명 샤를 미우스)에게 준 유물이다.

김구는 태극기에 "원수 일본을 타도하고 조국의 독립을 완성하자"고 쓰고, 마지막에 김구(金九)라고 새긴 작은 도장을 찍었다.

매우사 신부는 미국으로 건너가 도산 안창호의 부인에게 태극기를 전했고, 후손들이 보관해 오다 '안창호 유품' 중 일부로 1985년 독립기념관에 기증됐다.

크기는 가로 62㎝·세로 44.3㎝이며, 비단에 청색과 홍색 천으로 태극을 붙이고 검은색 천으로 사괘를 덧대어 만들었다.

'독립 열망의 상징'…역사성 있는 태극기 3점, 보물 된다
은평구 북한산 기슭의 비구니 사찰인 진관사에 있는 태극기는 2009년 5월 사찰 부속 건물인 칠성각 보수 공사 중에 불단 안쪽 벽체에서 나왔다.

발견 당시 '경고문', '조선독립신문', '자유신종보' 등 독립신문류 5종 19점이 태극기 안에서 확인됐다.

신문 발행 시점이 1919년 6월 6일부터 12월 25일 사이여서 태극기도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 무렵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된다.

진관사 태극기는 일장기 위에 태극과 사괘를 먹으로 덧칠해 만들었다.

또 상단에 불에 타 손상된 흔적이 있고, 여러 곳에 구멍이 뚫려서 3·1운동이나 이후 벌어진 독립운동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됐다.

이 태극기는 1919년 전후에 만들어진 희귀한 실물 태극기이고, 일장기 위에 태극기를 그린 유일하고 가장 오래된 사례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보물로 지정 예고한 태극기 3점은 혹독한 시련 속에서 독립 열망과 정체성을 지켜내려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문화재"라며 "국기 제작이 시도되고 변하는 과정을 알 수 있는 자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현대 문화유산의 적극적 재평가를 통해 지난해 국가등록문화재 중에 '말모이 원고'와 '조선말 큰사전 원고'를 보물로 승격한 데 이어 태극기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며 "윤동주 친필 원고와 이봉창 의사 선서문의 보물 지정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독립 열망의 상징'…역사성 있는 태극기 3점, 보물 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한국광복군과 김좌진 장군 관련 자료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하고, '서윤복 제51회 보스턴 마라톤 대회 우승메달'과 '공군사관학교 제1기 졸업생 첫 출격 서명문 태극기'는 문화재로 등록했다.

문화재로 등록 예고된 유물은 '한국광복군 총사령부 성립 전례식 서명문 및 축하문', '한국광복군 기관지 광복(光復)', '한국광복군 훈련교재 정훈대강', '김좌진 장군 사회장 약력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