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용병들이 흘린 삼성전자 태블릿PC서 암호명 등 파악"
"민간구역에 지뢰설치 등 전범 저질러…러시아군과 연계"
'지뢰·부비트랩'…"러시아 용병, 리비아 내전 개입 증거 확보"
러시아 비밀 용병단이 리비아 내전에 개입했고 러시아군과 연계돼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BBC방송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방송이 말한 용병단은 러시아 민간군사업체 바그네르(Wagner)다.

바그네르는 2014년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친(親)러시아 분리주의자를 지원하며 처음 정체가 드러났다.

이후 시리아와 모잠비크, 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의 분쟁에서 바그네르 소속 용병이 활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그네르 용병들이 리비아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동부 군벌 칼리파 하프타르가 이끄는 리비아국민군(LNA)이 유엔의 지지를 받는 리비아통합정부(GNA)를 공격하기 시작한 재작년 4월이다.

용병들은 LNA를 지원했다.

LNA와 GNA는 작년 10월 휴전했다.

이날 BBC가 확보했다는 증거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봄 바그네르 용병들이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 남부지역에서 철수하며 놓고 간 삼성전자 태블릿PC다.

태블릿PC엔 러시아어 전장 지도와 드론의 이동 경로, 용병들의 암호명 등이 저장돼 있다고 BBC는 설명했다.

BBC는 용병들이 민간구역에 지뢰와 부비트랩을 설치한 증거도 태블릿PC에 있었다고 전했다.

표지 없이 지뢰를 설치하는 것은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태블릿PC 외 다른 증거는 BBC가 리비아 정보기관에서 입수한 문건이다.

작성일이 작년 1월 19일인 이 10쪽짜리 문건은 바그네르 용병 주둔지에서 확보된 것으로 추정된다.

문건에는 최신예 레이더 시스템과 칼라시니코프 자동소총(AK) 수백 정, 탱크 4대 등 '군사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물품' 목록이 담겼다고 한다.

한 전문가는 BBC에 목록상 무기 일부는 러시아군만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전문가는 바그네르 설립자로 알려진 드미트리 웃킨이 개입됐음을 보여주는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웃킨은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출신이며, 2013년 전역한 뒤 용병으로 일하다가 이듬해 바그네르를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그네르는 웃킨의 암호명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웃킨의 개입을 주장한 전문가는 무기 목록이 담긴 문건과 다른 문건들을 종합해 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운 사업가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관여도 추정된다고도 말했다.

웃킨과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프리고진 측은 바그네르와 관련성을 부인했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바그네르에서 활동했던 용병 2명과 접촉해 용병들이 포로를 살해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 용병은 "(식량을 나눠야 할) 입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라고 포로를 살해한 사실을 태연히 인정했다고 한다.

러시아 외무부는 리비아에서 바그네르가 활동했다는 주장에 대해 "대부분 조작된 자료에 기반했고 러시아의 대(對)리비아 정책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려는 목적을 지녔다"라고 주장했다고 BBC는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