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단계부터 스크린X·4DX 상영 준비…18일 개봉

극장의 특별 상영 포맷이 인기를 얻으며 영화가 보는 콘텐츠에서 체험하는 콘텐츠로 변모하고 있는 가운데 공포영화도 여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화면확장·바람효과로 체험형 공포에 도전…영화 '귀문'
올여름 무더위를 겨냥해 개봉하는 '귀문'은 일반 2D 상영과 함께 영상의 확장과 의자의 흔들림 등으로 영화의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스크린X(ScreenX)와 4DX 상영을 통해 공포감의 극대화를 노린다.

'귀문'은 1990년 집단 살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폐쇄된 귀사리 수련원에 무당의 피가 흐르는 심령술사 도진(김강우)과 호러 영상 공모전을 준비하는 호기심 많은 대학생 3명(김소혜·이정형·홍진기)이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도진은 어머니의 죽음을 불러온 폐수련원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귀신이 드나드는 문인 귀문을 연다.

호기롭게 폐수련원에 들어선 대학생 3명은 자신들도 모르게 귀문을 통과하게 된다.

화면확장·바람효과로 체험형 공포에 도전…영화 '귀문'
경기도 포천에 있는 폐건물에서 촬영한 영화는 오랫동안 방치된 공간의 서늘한 분위기를 그대로 스크린으로 옮겨온다.

곰팡이가 핀 벽지, 깨진 거울 등이 스산함을 연출하며 긴장감을 이어간다.

대부분의 장면은 밝은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연출됐는데, 원혼들의 등장을 전후해서는 완전한 암전이 반복돼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공포감을 높인다.

영화를 연출한 심덕근 감독은 최근 시사회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관객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스케어'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했다.

이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준비해온 스크린X와 4DX 상영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귀문'은 제작사 고스트픽처스와 CJ CGV의 자회사 CJ 4D플렉스가 협업해 한국 영화 처음으로 스크린X, 4DX 포맷에 맞게 사전 설계, 촬영, 후반작업 등을 진행한 작품이다.

결말에도 상영 포맷에 따라 다른 여지를 남겨뒀다.

화면확장·바람효과로 체험형 공포에 도전…영화 '귀문'
정면 스크린의 양쪽 벽에 확장된 영상이 함께 상영되는 스크린X는 깊이감이 느껴지는 복도 장면에서 장점을 발휘했다.

복도 한쪽 끝에서 어두운 반대편 복도 끝을 응시하는 장면은 양옆의 화면이 복도의 벽면 역할을 하며 공간감을 뚜렷하게 살려냈다.

관객이 주인공의 등 뒤에 같이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줄 만했다.

반면 탁 트인 야외나 넓은 공간에서는 오히려 답답한 느낌을 줬다.

메인 화면이 상대적으로 좁은데다, 해상도가 떨어지는 양옆 화면은 각이 져 있어 매끄럽게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양옆 화면에는 2D 상영관에서는 볼 수 없는 원혼의 모습이 등장하지만, 정확하게 눈길이 가 닿지는 않는다.

스크린X의 영상 확장과 함께 의자의 흔들림, 바람 등의 모션효과가 영화 흐름에 따라 나오는 4DX는 공포영화의 점프스케어의 묘미를 제대로 살려냈다.

영화 속 공포에 질린 대학생 혜영(김소혜)이 누가 귓가에 바람을 불었다며 소리를 지르기 직전에 의자 뒤편에서 강하고 짧게 불어오는 바람은 잔뜩 긴장한 상태에 있다 소스라치게 놀라기에 충분했다.

화면확장·바람효과로 체험형 공포에 도전…영화 '귀문'
액션 영화에서 4DX의 주요 효과로 활용돼 온 의자의 흔들림과 쿵쿵 울리는 효과는 상영시간 내내 작동했지만, 총격전이나 폭발 등과 같은 휘몰아치는 움직임이 상대적으로 적은 공포영화의 특성상 효과가 크지는 않았다.

피가 튀기는 장면에서 천천히 흩날리듯 분사된 물과 폐건물의 퀴퀴한 냄새와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후각 효과는 오히려 몰입감을 깨기도 했다.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스크린X와 4DX 상영은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긍정적인 시도다.

다만 폐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악몽이라는 다소 고전적인 전개는 공포영화 팬들에게 새롭거나 충격적인 공포를 선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오는 1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화면확장·바람효과로 체험형 공포에 도전…영화 '귀문'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