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주가폭락 사태 뒤의 '큰 그림'…중국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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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샤오핑 개혁개방→시진핑 공동부유…사회주의 시장경제 전환점
국가와 시장 균형 깨지고 '거친 개입' 일상화…'마윈 사태' 분수령 중국 정부의 거친 규제가 세계 자본시장에 준 충격이 크다.
1천200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로 평가되는 거대 사교육 시장을 초토화하는 초강경 조치가 중국의 여러 산업 영역에서 '규제 공포'를 불러일으켜 충격이 가장 심했던 지난 26∼27일 양일간 중국 본토 증시에서만 4조3천억 위안(약 761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공포에 질린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 주식을 투매하면서 미국·홍콩 증시 상장사까지 포함, 중국 기업들의 가치는 지난 23일 이후 3거래일 동안에만 1천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자본 시장에서 '대학살'이라는 평가까지 나온 이번 주가 폭락 사태는 중국 정부의 초강경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과도한 개인 투자가 쌓여 형성된 거품이 터져 생긴 지난 2015년 6월의 주가 폭락 사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것은 이번 폭락장에서 시장이 느낀 공포의 정도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는 점이다.
관(官)의 힘이 특히 강한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과거 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특정 산업과 종목의 주가가 출렁이는 일이 흔했다.
그래도 과거 중국은 대체로 신규 규제 등 중요 정책을 펼 때 자국 안팎의 시장에 끼칠 충격을 신중히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이번엔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이번 사교육 대책을 통해 필요하다면 시장에 아무리 큰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통상적 규제로 여겨지던 수준을 넘어 굴지 기업은 물론 거대 산업 하나를 순식간에 소멸시킬 수 있음을 안팎에 똑똑히 보여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나름대로 유지되온 중국 공산당과 시장 간의 균형이 무너지고 당국이 시장을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교육 업종을 넘어 기술·부동산·헬스케어 등 업종 전반으로 규제 공포가 급속히 퍼진 것은 이런 시장의 인식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의 이런 변화는 작년부터 이미 서서히 감지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보편적으로 작년 10월 불거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설화'(舌禍)가 분수령이 됐다고 본다.
마윈이 당국의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규제를 정면 비판한 직후 중국 당국은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던 앤트그룹 상장을 전격 무산시켰다.
당시 시장에서는 마윈의 발언이 위태위태했다고 보면서도 중국 당국이 시장 질서를 파괴한다는 오명을 무릅쓰고 세계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시키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중국은 체제에 과감하게 도전한 '신흥 자본가'와의 투쟁을 위해 개혁개방 후 40여년 간 지켜온 선을 과감히 넘었다.
최근 미국에 갓 상장한 '중국판 우버'를 상대로 한 인터넷 안보 심사에 이르기까지 이제 중국은 자국의 내부의 체제 안정과 국가 안보 등 명분을 위해서라면 국내외 시장의 우려와 반발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
이런 중국의 변화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국가와 시장에 관한 철학 변화와 따로 떼어 설명하기 어렵다.
내년 가을 열릴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통해 장기 집권이라는 '금기'에 대한 도전을 앞두고 성장우선주의인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先富論)에서 분배와 균형을 중시하는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어느 정도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는 '전면적 샤오캉(小康) 사회' 달성을 선언한 시 주석은 올해 들어 '공동 부유'를 핵심 집정 목표로 제시하면서 사회주의 원칙으로 '좌회전'하겠다는 신호등을 켰다.
중국 내부의 불평등이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민과 중산층 계층의 민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민들의 소비 지출이 너무 크다고 지적되어온 사교육, 부동산 등 영역에서 최근 '개혁'으로 불리는 각종 규제 조치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것은 '공동 부유' 기조와 관련이 깊다.
로이터 통신은 "일부 분석가들은 선대 지도자 덩샤오핑이 40년 전 성장을 최우선 순위에 놓은 이래 가장 중요한 철학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사모펀드 하비스트 캐피털 설립자인 앨런 송은 "중국 기업가와 투자자들은 무분별한 자본 확장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며 "효율성보다 공정성을 우선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가와 시장 균형 깨지고 '거친 개입' 일상화…'마윈 사태' 분수령 중국 정부의 거친 규제가 세계 자본시장에 준 충격이 크다.
1천200억 달러(약 138조 원) 규모로 평가되는 거대 사교육 시장을 초토화하는 초강경 조치가 중국의 여러 산업 영역에서 '규제 공포'를 불러일으켜 충격이 가장 심했던 지난 26∼27일 양일간 중국 본토 증시에서만 4조3천억 위안(약 761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공포에 질린 세계 투자자들이 중국 기업 주식을 투매하면서 미국·홍콩 증시 상장사까지 포함, 중국 기업들의 가치는 지난 23일 이후 3거래일 동안에만 1천억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세계 자본 시장에서 '대학살'이라는 평가까지 나온 이번 주가 폭락 사태는 중국 정부의 초강경 규제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과도한 개인 투자가 쌓여 형성된 거품이 터져 생긴 지난 2015년 6월의 주가 폭락 사태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것은 이번 폭락장에서 시장이 느낀 공포의 정도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컸다는 점이다.
관(官)의 힘이 특히 강한 사회주의 국가 중국에서 과거 당국의 규제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특정 산업과 종목의 주가가 출렁이는 일이 흔했다.
그래도 과거 중국은 대체로 신규 규제 등 중요 정책을 펼 때 자국 안팎의 시장에 끼칠 충격을 신중히 고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지만 이번엔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이번 사교육 대책을 통해 필요하다면 시장에 아무리 큰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통상적 규제로 여겨지던 수준을 넘어 굴지 기업은 물론 거대 산업 하나를 순식간에 소멸시킬 수 있음을 안팎에 똑똑히 보여줬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40년간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나름대로 유지되온 중국 공산당과 시장 간의 균형이 무너지고 당국이 시장을 일방적으로 압도하는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교육 업종을 넘어 기술·부동산·헬스케어 등 업종 전반으로 규제 공포가 급속히 퍼진 것은 이런 시장의 인식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사실 중국의 이런 변화는 작년부터 이미 서서히 감지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보편적으로 작년 10월 불거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의 '설화'(舌禍)가 분수령이 됐다고 본다.
마윈이 당국의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규제를 정면 비판한 직후 중국 당국은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던 앤트그룹 상장을 전격 무산시켰다.
당시 시장에서는 마윈의 발언이 위태위태했다고 보면서도 중국 당국이 시장 질서를 파괴한다는 오명을 무릅쓰고 세계 투자자들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앤트그룹의 상장을 중단시키는 무리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중국은 체제에 과감하게 도전한 '신흥 자본가'와의 투쟁을 위해 개혁개방 후 40여년 간 지켜온 선을 과감히 넘었다.
최근 미국에 갓 상장한 '중국판 우버'를 상대로 한 인터넷 안보 심사에 이르기까지 이제 중국은 자국의 내부의 체제 안정과 국가 안보 등 명분을 위해서라면 국내외 시장의 우려와 반발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다.
이런 중국의 변화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비롯한 중국 지도부의 국가와 시장에 관한 철학 변화와 따로 떼어 설명하기 어렵다.
내년 가을 열릴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20차 당대회)를 통해 장기 집권이라는 '금기'에 대한 도전을 앞두고 성장우선주의인 덩샤오핑(鄧小平)의 '선부론'(先富論)에서 분배와 균형을 중시하는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어느 정도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린다는 '전면적 샤오캉(小康) 사회' 달성을 선언한 시 주석은 올해 들어 '공동 부유'를 핵심 집정 목표로 제시하면서 사회주의 원칙으로 '좌회전'하겠다는 신호등을 켰다.
중국 내부의 불평등이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장기 집권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서민과 중산층 계층의 민심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중국 국민들의 소비 지출이 너무 크다고 지적되어온 사교육, 부동산 등 영역에서 최근 '개혁'으로 불리는 각종 규제 조치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것은 '공동 부유' 기조와 관련이 깊다.
로이터 통신은 "일부 분석가들은 선대 지도자 덩샤오핑이 40년 전 성장을 최우선 순위에 놓은 이래 가장 중요한 철학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사모펀드 하비스트 캐피털 설립자인 앨런 송은 "중국 기업가와 투자자들은 무분별한 자본 확장의 시대가 끝났다는 것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며 "효율성보다 공정성을 우선하는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