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회장에 금메달 걸어주는 안산 >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산이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안산은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승리해 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이 됐다.  /연합뉴스
< 정의선 회장에 금메달 걸어주는 안산 > 30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산이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의 목에 금메달을 걸어주고 있다. 안산은 혼성 단체전, 여자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에서도 승리해 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이 됐다. /연합뉴스
5년간의 준비가 단 한 발로 결정되는 양궁 슛오프. 선수들의 심장은 터지기 직전까지 뛴다. 정상적인 심박수는 분당 60~100회. 슛오프에 진출한 선수들의 심박수는 대개 150회 이상으로 치솟는다.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준결승 슛오프에서 활을 쥔 안산(20)의 심박수는 분당 110회 안팎을 유지했다. 이어진 결승전에서도 마찬가지. 침착함을 잃지 않은 안산은 과녁 한가운데 ‘금빛 화살’을 꽂았다. 분당 167회가 찍힐 정도로 쿵쾅대는 가슴을 부여잡고 쏜 옐레나 오시포바(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화살은 과녁 붉은 지역으로 벗어났다. 오시포바는 패배를 인정하는 듯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안산은 그제야 “심장이 터질 것 같고 기쁘다”고 했다.

여자 양궁의 안산이 한국 하계올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안산은 30일 일본 도쿄의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개인전 결승에서 오시포바를 6-5(28-28 30-29 27-28 27-30 28-27 <10-8>)로 누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로써 안산은 지금까지 하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올림픽 단일 대회 3관왕을 차지했다. 동계올림픽에선 쇼트트랙 남자 안현수, 여자 진선유가 2006 토리노 대회에서 3관왕에 오른 적이 있지만 하계올림픽에선 안산이 처음이다. 하계에선 김수녕부터 올해 김제덕(17)까지 11명의 2관왕이 탄생했고, 이번 대회 안산이 가장 먼저 3관왕 고지를 밟았다.

올림픽 양궁에서 3관왕에 오른 것도 안산이 최초다. 안산은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혼성 단체전에서 김제덕과 함께 우승했고, 이어진 여자 단체전에서도 시상대 정상에 섰다. 한국이 지금까지 이 대회에서 획득한 금메달 5개 중 3개가 안산의 손을 거쳤다.

안산은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시상대에 오른 뒤에야 포커페이스를 풀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안산은 “첫 목표는 단체전 금메달이었지만 영광스럽게 3개를 가지고 갈 수 있어서 감사하다”며 “이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안산은 살얼음판 승부를 이어갔다. 16강에서 한국 출신인 일본 귀화 선수 하야카와 렌(34)을 만난 안산은 6-4 진땀승을 거뒀다.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선 디피카 쿠마리(인도)를 6-0으로 꺾고 낙승을 거뒀지만 4강에서 첫 위기가 찾아왔다. 매켄지 브라운(미국)을 만난 그는 1세트를 내준 뒤 2, 3세트를 가져왔으나 4세트에서 ‘퍼펙트 텐’을 세 발 쏜 브라운에게 동점을 허용했다. 5세트에선 브라운의 화살 두 발이 10점 라인에서 머리카락 한 올 차이로 빗나가면서 승부는 슛오프로 향했다. 한 발만 10점 라인에 걸쳤어도 안산의 패배였다.

안산은 다시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10점을 꽂았다. 이때도 심박수는 최대 분당 105회였다. 흔들린 브라운은 9점에 그치면서 금메달에 도전할 기회가 안산에게 돌아갔다. 관중석에 앉아 있던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번쩍 일어나 하이파이브를 나눌 정도로 극적인 승부였다.

승부는 결승전까지 극적이었다. 이번에도 슛오프로 승부가 갈렸다. 8강에서 강채영을 물리치고 올라온 오시포바는 예상대로 안산을 끝까지 괴롭혔다. 안산은 1세트를 28-28로 비긴 뒤 2세트에서 내리 세 발을 ‘퍼펙트 텐’에 쏴 3-1로 앞서갔다. 하지만 오시포바가 3, 4세트에서 각각 28, 29점을 쏘며 내리 두 세트를 가져가 경기를 뒤집었다.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안산이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그는 첫 발 9점에 이어 남은 두 발을 10점 과녁에 쏘고 5세트를 가져왔다. 이어진 슛오프 첫 발에서 안산은 10점을 꽂았다. 오시포바의 화살은 8점 과녁으로 향하면서 안산의 우승이 확정됐다. 안산은 “화살이 날아가는 순간 10점이라는 생각이 들 때를 굉장히 좋아한다”며 “그 화살(슛오프)이 날아가는 순간 10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안산이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양궁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 걸린 금메달 5개 중 4개를 휩쓸었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이은 2개 대회 연속 전 종목 석권의 대업까지는 남자 개인전 금메달만을 남겨두게 됐다. 남자 개인전에서 한국은 16강에 오른 김우진만 남은 상태다. 남자 개인전은 1972년 뮌헨 대회부터 2008년 베이징 대회까지 한국 선수가 1개의 금메달도 따내지 못했을 정도로 각축이 심하다. 하지만 한국 양궁계는 경험·실력에서 세계 최정상급으로 평가받는 김우진의 금메달 획득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