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7월29일(06:01) 자본시장의 혜안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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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 ENM의 신용등급이 10년째 정체돼 있다. CJ오쇼핑 시절부터 달고 있던 AA- 신용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홈쇼핑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데다 미디어 부문의 영업 변동성 역시 커지고 있어 가시적인 사업 성과 없이는 중단기적으로 신용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채권시장에서 CJ ENM의 신용등급은 AA-다. CJ오쇼핑 시절인 2010년부터 몇 년 단위로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꾸준히 신용등급을 평가받고 있지만 단 한번도 AA-를 넘어본 적이 없다.

통상 대기업그룹 계열사들의 경우 신규로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신용등급이 오르는 경우가 많다. 신규 회사채 발행 주기가 2~3년이라고 치면, 그 사이에 산업 변화에 따라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기업의 외형이 커지고 재무 상태가 좋아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CJ ENM의 신용도가 비교적 우량한 편이지만 AA급의 최하단이라 상승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라면서도 "국내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위해 요구하는 이익창출능력이나 신규 사업의 성과를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해 신용도 개선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년째 신용도 제자리걸음인 CJ ENM [김은정의 기업워치]
실제 2014년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CJ ENM에 한 차례 신용등급 상향의 기회를 줬다. 해외 사업 확장을 통한 성장성이 인정된다면서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달았다. 추세를 그대로 이어가면 AA로 신용등급을 한 단계 상향 조정하겠단 의미였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긍정적 신용등급 전망만 부여됐을 뿐 별도의 신용등급 조정은 없었다. 케이블TV 가입자 수 포화로 인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된 데다 저마진 모바일 채널의 비중 증가로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었다. 결국 신용등급 상향 기회를 놓친 채 1년 만에 다시 안정적 신용등급 전망으로 내려오게 됐다. 그 이후로도 AA- 신용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J ENM은 2018년 6월까지 TV홈쇼핑과 케이블TV 사업을 했다. 그해 7월 미디어 콘텐츠 사업을 하던 옛 CJ E&M을 흡수 합병하면서 방송, 영화, 음악·공연 사업까지 하게 됐다. 2019년 말 옛 CJ헬로를 매각해 케이블TV 부문은 사업에서 제외됐다. 올 3월 말 기준 CJ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42.7%를 갖고 있다.

CJ ENM은 국내 최초로 방송을 시작한 TV홈쇼핑 사업에서 탄탄한 브랜드 인지도와 시장 입지를 갖췄다. 방송 사업도 꾸준한 인적·물적 투자를 통해 사업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으로 영화·공연 부문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 57.7% 줄었다. 전사 매출도 전년에 비해 10.5% 하락한 3조3912억원을 나타냈다.

CJ ENM은 방송세트 등 유형자산 투자와 미디어 콘텐츠 관련 무형자산 투자 등 경상적인 설비투자가 연간 약 7000억~8000억원 수준이다. 여기에 CJ라이브시티 사업 참여 등 비경상적인 투자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선 향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 확대 등 영업 기반을 확장하기 위해 투자 자금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최경희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합병 이후 연간 7~8% 안팎의 매출 대비 이자·세금 차감 전 이익(EBIT)을 보이고 있다"며 "사업 부문별로 보면 커머스 부문이 우수한 수준의 영업수익성을 내고 있고, 방송 부문은 대규모 무형자산 상각비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영업수익성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화, 음악, 공연 부문은 콘텐츠의 흥행 여부에 따라 수익성의 변동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시장 참여자들은 변동성이 큰 영업 환경을 감안했을 때 콘텐츠 투자 부담을 상쇄할 만한 사업 성과가 없다면 CJ ENM의 신용도 개선은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커머스 부문에서 CJ ENM은 우수한 시장 지위를 갖추고 있지만 경쟁 강도가 거세다. 홈쇼핑 시장의 성장은 둔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 부문의 수익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업계 내 경쟁 강도와 사업 경쟁력에 따라 수익 가변성이 커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신용평가도 CJ ENM의 미디어 부문 콘텐츠 투자와 CJ라이브시티 사업 관련 재무부담 확대 여부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CJ ENM이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선 매출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30%를 초과하고 연결 기준 실질적인 무차입 기조가 지속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 3월 말 기준 CJ ENM의 매출 대비 EBITDA는 20%대 중반, EBITDA 대비 순차입금은 0.6배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