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실업자도 늘어…청주시 "순찰반 편성해 생수 등 지원"
'하얀 소금기 남은 모자가 땀범벅'…폭염 속 폐지 줍는 노인들
"아무리 더워도 어쩌겠어. 먹고 살려면 폐지라도 부지런히 주워야지"
수은주가 35도까지 오른 28일 이모(78) 할머니는 청주시 상당구 영운동에서 유모차를 끌고 골목 곳곳을 돌며 종이 박스를 줍고 있다.

폐지를 줍는 내내 얼굴에서는 땀이 계속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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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기 얼룩이 하얗게 묻은 모자는 땀으로 축축이 젖어 있었다.

최근 폭염경보가 17일째 이어지고 있지만, 이 할머니는 매일 동네를 돌며 폐지를 수집하고 있다.

폐지를 2∼3일 동안 모아두면 이 할머니의 남편이 농업용 삼륜 전동차로 폐지를 실어 고물상에 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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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들 부부가 손에 쥐는 돈은 약 4천원에 불과하다.

이 할머니의 남편은 "날씨가 너무 더워 폐지 줍는 일을 당분간 하지 말자고 했는데 아내가 생활비를 걱정해 말을 듣지 않는다"며 "내가 몸이 좋지 않아 폐지를 같이 줍지 못해 그저 미안할 뿐"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얀 소금기 남은 모자가 땀범벅'…폭염 속 폐지 줍는 노인들
폐지를 주우며 힘겨운 여름을 보내는 취약계층은 이들 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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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는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취약계층이 12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실업자가 돼 폐지 줍기에 나선 시민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김모(54)씨도 얼마 전 직장을 잃고 청주 서원구 수곡동 일대에서 폐지를 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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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사정이 어려워진 실내인테리어 회사를 두 달 전에 그만둔 뒤 일용직 일자리도 찾기 쉽지 않다"며 "푹푹 찌는 듯한 더위가 이어지지만 생활비 마련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거리로 나왔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취약계층을 위해 현장 순찰반을 편성해 거리 노숙인들에게 생수를 지원하고 폭염대비 행동 요령을 홍보하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복지재단과 협조해 폐지 줍는 어르신들에게 토시를 지원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폭염으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사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