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에 승리한 홍남기'…재난지원금 논란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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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계 의원들 전국민 지급 주장
이낙연·정세균은 선별지급 힘 실어
여권 내 이견에 홍 부총리 어부지리
이낙연·정세균은 선별지급 힘 실어
여권 내 이견에 홍 부총리 어부지리
지난 24일 새벽 국회에서는 소득 상위 12%를 제외하고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 100% 지급을 주장하는 가운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정부가 선별지급 원칙을 고수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같은 결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5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물론 올해 초 1차 추경 과정과 비교해서도 다른 모양새가 나타난다. 이전까지 논쟁의 구도가 여당과 정부였다면 이번에는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홍 부총리 사이의 갈등이 전면에 부각되는 모양새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귀국하고 관련 논란에 처음 불이 붙은 지난 12일 기재위 전체회의가 단적인 예다. 여기서 "국회가 결정하면 정부는 따라야 한다"는 논지로 홍 부총리를 압박한 우원식 의원은 이재명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이다.
선별지급 원칙을 고수한 홍 부총리에 대해 해임 건의 가능성을 언급한 김용민 최고위원과 "재정독재"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한 진성준 의원도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이 지사 지지 의원모임인 '성공과 공정 포럼' 소속인 정일영 의원도 홍 부총리에게 "국회가 결정하면 정부는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요지의 질문을 던졌다.
이재명계 의원들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한 것은 이 지사의 핵심 대선 공약인 기본소득과 맞닿아 있다. 일회성 사업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전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과 비슷한 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전국민 재난지원금 이후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의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 지사 스스로도 전국민 지급을 계속 주장했다. 홍 부총리의 반발이 이어지던 지난 15일에는 "부총리는 자기 고집부리며 자기의 정치 신념 관철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정치 말고 행정을 하라"고 비판했다.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홍 부총리의 말에는 "잠자던 강아지가 박장대소할 말"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섞어 비판했으며 정부의 반발이 계속되면 여당이 "과감하게 날치기해줘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하기로) 당정 간에 합의한 것을 여당이 뒤집는 사태가 생겼다"며 "당정간 합의가 당에 의해 수용되지 않았다는 것은 또다른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과 관련해 "재정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재난을 당하지 않고 꼬박꼬박 월급을 받았다든지, 오히려 비대면 사업으로 수입이 늘었다든지 그런 분들에게 왜 빚을 내서 재난지원금을 드려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올해 1월만하더라도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강하게 주장했다. 당시에도 홍 부총리가 이에 반발하자 정 전 총리는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불만을 쏟아내 정부 내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 지사를 제외한 다른 여권 대선 주자들이 선별지급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홍 부총리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특히 김부겸 총리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재정과 피해 계층 지원을 감안할 때 선별지급이 맞는다"며 홍 부총리와 입장을 같이 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여당의 당론으로 채택된 가운데 유력 여권 정치인이기도 한 김 총리가 선별지원에 힘을 실은 것은 그만큼 당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달초 여당 내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목소리가 나왔을 때 기재부 내에서도 "결국 여당 뜻대로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코로나19 4차 유행에 따른 경제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홍 부총리 혼자서는 여당의 목소리를 막아내기 힘겨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여당 내 역학관계가 홍 부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종의 어부지리를 본 셈이다. 정부측이 주장한 선별지급과 재정 건전성 유지 등이 여당 의원들을 설득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뒤끝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노경목 기자
하지만 이같은 결정 과정을 들여다보면 지난해 5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은 물론 올해 초 1차 추경 과정과 비교해서도 다른 모양새가 나타난다. 이전까지 논쟁의 구도가 여당과 정부였다면 이번에는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홍 부총리 사이의 갈등이 전면에 부각되는 모양새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100% 지급 주장한 친이재명 의원들
재난지원금 100% 지급은 민주당의 당론이었다. 하지만 실제 관련 국회 논의에서 전국민 지급을 주장한 정치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실상 이재명 캠프가 중심이 됐다.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홍 부총리가 귀국하고 관련 논란에 처음 불이 붙은 지난 12일 기재위 전체회의가 단적인 예다. 여기서 "국회가 결정하면 정부는 따라야 한다"는 논지로 홍 부총리를 압박한 우원식 의원은 이재명 캠프의 선거대책위원장이다.
선별지급 원칙을 고수한 홍 부총리에 대해 해임 건의 가능성을 언급한 김용민 최고위원과 "재정독재"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한 진성준 의원도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이 지사 지지 의원모임인 '성공과 공정 포럼' 소속인 정일영 의원도 홍 부총리에게 "국회가 결정하면 정부는 따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요지의 질문을 던졌다.
이재명계 의원들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주장한 것은 이 지사의 핵심 대선 공약인 기본소득과 맞닿아 있다. 일회성 사업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전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한다는 점에서 재난지원금은 기본소득과 비슷한 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 전국민 재난지원금 이후 기본소득 도입에 대한 논의가 높아지기도 했다.
이 지사 스스로도 전국민 지급을 계속 주장했다. 홍 부총리의 반발이 이어지던 지난 15일에는 "부총리는 자기 고집부리며 자기의 정치 신념 관철하는 자리가 아니다"며 "정치 말고 행정을 하라"고 비판했다. 재정건전성을 걱정하는 홍 부총리의 말에는 "잠자던 강아지가 박장대소할 말"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섞어 비판했으며 정부의 반발이 계속되면 여당이 "과감하게 날치기해줘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선별지급 힘 실은 다른 여권 대선주자들
당정간 갈등이 발생했을때 여권 정치인들이 홍 부총리로 대표되는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당 내에서도 홍 총리의 입장을 지지하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비판하는 발언이 나왔다.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재난지원금을 선별지급하기로) 당정 간에 합의한 것을 여당이 뒤집는 사태가 생겼다"며 "당정간 합의가 당에 의해 수용되지 않았다는 것은 또다른 정치적 문제가 될 수 있으며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과 관련해 "재정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며 "재난을 당하지 않고 꼬박꼬박 월급을 받았다든지, 오히려 비대면 사업으로 수입이 늘었다든지 그런 분들에게 왜 빚을 내서 재난지원금을 드려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올해 1월만하더라도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을 강하게 주장했다. 당시에도 홍 부총리가 이에 반발하자 정 전 총리는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불만을 쏟아내 정부 내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 지사를 제외한 다른 여권 대선 주자들이 선별지급 원칙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홍 부총리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특히 김부겸 총리는 처음부터 일관되게 "재정과 피해 계층 지원을 감안할 때 선별지급이 맞는다"며 홍 부총리와 입장을 같이 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여당의 당론으로 채택된 가운데 유력 여권 정치인이기도 한 김 총리가 선별지원에 힘을 실은 것은 그만큼 당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컸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선별지급 원칙 지켜졌다지만
홍 부총리와 기재부 고위 간부들은 당정간 갈등을 부각시키는 기사를 싫어한다. "왜 자꾸 싸움 붙이려 드냐"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정책 쟁점을 갖고 벌어지는 당정간의 논란은 한국 사회가 어떤 부분에 더 가치를 실어야 하느냐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결과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당정간 이견이 조율되는 과정이다.이달초 여당 내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목소리가 나왔을 때 기재부 내에서도 "결국 여당 뜻대로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코로나19 4차 유행에 따른 경제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홍 부총리 혼자서는 여당의 목소리를 막아내기 힘겨워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둔 여당 내 역학관계가 홍 부총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일종의 어부지리를 본 셈이다. 정부측이 주장한 선별지급과 재정 건전성 유지 등이 여당 의원들을 설득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다.
뒤끝이 개운치 않은 이유다.
노경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