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프리시드(pre-seed) 투자를 받으면 1억원 정도지만 미국에서는 10억원이 기본이에요.”인공지능(AI) 샌드박스 게임을 개발 중인 데이비드 방(31·한국명 방준호) 스페이스제로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창업을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실리콘밸리를 휩쓴 AI 열풍이 전례 없는 자본투자를 불러오면서 이 흐름에 올라타려는 한국 스타트업의 진출도 급격히 늘고 있다.방 CEO의 도전은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북미 최대 한인 스타트업 행사 ‘UKF(유나이티드 코리안 파운더스·한인창업자연합) 82 스타트업 서밋’에서 결실을 맺었다. 이곳에서 유니콘 기업 피스컬노트의 창업자 팀 황 CEO를 만나 엔젤 투자를 논의했다. 이기하 UKF 공동의장은 10일(현지시간) “이 자리에서 누군가는 평생을 함께할 첫 번째 투자자와 핵심 고객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수익 내려면 미국 진출해야이날 행사가 열린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 폭스시어터는 1100여 명의 창업자와 벤처투자자가 몰려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한국은 물론 네바다주, 텍사스주, 뉴욕시 등 미국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창업자들이 집결했다. 이들이 이곳을 찾은 것은 어디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생생한 창업 경험담을 듣기 위해서다. 알람 앱 ‘알라미’를 2019년 미국에 출시한 신재명 딜라이트룸 대표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유학파 한국인과 현지인이 영업할 때 효과 차이가 컸다”고 했다. 언어 장벽을 넘어도 극복하기 힘든 문화적 간극이 있다는 진단이다. 이미지·영상 AI 기업인 보이저엑스의 남세동 대표는 “한국에서 돈을 벌어 미국에서 인건비를 쓰는 구조는 절대 지속될
“근거 없는 자신감은 위험합니다.”딥테크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 인사들은 미국 진출을 꿈꾸는 한국 스타트업들에 냉정하고 현실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제품 수요가 많고 투자를 잘 받을 수 있는 환경이라는 소문만 듣고 미국으로 건너간다면 큰 실패를 맞닥뜨릴 수 있다는 얘기다.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시티에서 열린 ‘UKF 2026’. 현지에서 VC를 운영 중인 박영훈 디캠프 대표는 “철저한 시장 분석 없는 이상론적 접근만으로 미국에 온다면 성공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로스앤젤레스(LA) 기반 VC 스트롱벤처스의 방진호 이사는 “사업 모델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에 진출하는 것을 말리는 편”이라며 “한국에서의 성공 모델을 미국으로 가져가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안일하다”며 “밑바닥부터 사업 모델을 전환해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미국 창업을 경험한 스타트업 대표들은 높은 인건비와 한·미 간 문화 격차를 좁히는 것을 해외 진출의 난관으로 꼽았다.UKF 2026에서는 본행사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9일 미국 진출을 꿈꾸는 국내 스타트업 38곳의 ‘오디션’이 이뤄졌다. 미국 시장 경험이 풍부한 VC로부터 사업성과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평가받는 사전 피칭 프로그램이다. 네이버 D2SF, 한강파트너스, 알토스벤처스, 스트롱벤처스, 사제파트너스 등 5개 VC가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이 행사에선 고체냉매 기반 냉각장치를 개발하는 파스칼이 1위를 차지했다. 고체냉매는 액체 대신 고체 물질이 열을 흡수·방출하는 기술이다.파스칼 공동창업자
“자체 개발한 두 개 항체약물접합체(ADC)의 임상시험을 올해 합니다. 이중항체 ADC를 포함한 다수 후속 후보물질도 연내 공개할 계획입니다.”허남구 에임드바이오 대표는 “SK플라즈마와 공동 개발 중인 ADC 후보물질 등의 기술수출(LO)을 다국적 제약사들과 논의 중”이라며 “연내 새로운 성과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11일 밝혔다. ◇1년에 세 건 기술이전 ‘저력’에임드바이오는 남도현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2018년 교원창업했다. 허 대표는 2019년 연구소장으로 이 회사에 합류했으며 남 교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에임드바이오는 지난달 4일 상장 후 시가총액이 급증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공모가(주당 1만1000원) 기준 시총 7057억원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에임드바이오는 당일 공모가 대비 네 배로 치솟은 데 이어 이튿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단숨에 시총 3조원을 넘겼다. 현재 시총은 지난 9일 기준 4조33억원에 이른다.에임드바이오가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증시에 안착한 데는 지난해에만 세 건에 달한 기술이전 성과가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1월 미국 신약 개발사 바이오헤이븐에 기술수출한 것을 ‘신호탄’으로 같은 해 5월 SK플라즈마와 공동 개발 계약을 하고 11월에는 다국적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비공개 후보물질을 기술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허 대표는 “올해는 지난해 기술이전한 후보물질들이 다음 단계로 진입한다”고 설명했다.개발 속도는 바이오헤이븐에 기술이전한 방광암 치료제 후보물질 ADC(AMB302)가 가장 빠르다. 지난해 3월부터 미국에서 임상 투약을 시작한 만큼 바이오헤이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