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대치 뚫은 중재의 달인…박의장, 압박속 물밑 설득
국회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1년 2개월간 대립했던 여야가 23일 국회 원구성 정상화에 합의한 데는 중재의 달인으로 불리는 박병석 의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전반기 여당·후반기 야당 법사위원장'을 골자로 한 중재안이 돌파구가 됐다.

지난 21일 제시된 이 중재안은 그동안 이른바 '상원' 역할을 해온 법사위의 기능을 조정하는 동시에 여당이 맡은 법사위를 내년 새 정부 출범 후 야당에 넘김으로써 여야 간 요구를 균형적으로 맞춘 것이다.

이 중재안은 박 의장이 직접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의장 측 관계자는 중재안에 대해 "합의대로 법 개정까지 마치면 법사위의 기능은 체계 자구 심사로 다소 더 엄격하게 제한되겠지만, 정치적인 기능까지 크게 축소되지는 않는다"며 "여야 양측의 부담이 크지 않고 법사위의 고유 기능을 훼손하지 않는 묘수"라고 말했다.

극한대치 뚫은 중재의 달인…박의장, 압박속 물밑 설득
이번 중재안이 관철되는 데는 박 의장의 '뚝심'도 작용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 의장은 본격 협상 전인 이달 초부터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를 여러 차례 따로 만나 합의를 설득했다.

이 과정에서 박 의장은 여당에는 "4·7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야당에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닌 만큼 과도한 강경한 자세는 국민의 경고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를 각각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노력에도 이미 1년 넘게 강 대 강 대치를 벌여온 여야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박 의장은 이날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현행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박 의장은 또 여야 각 당에서 중재안에 반대하는 의원들을 직접 찾아가 설득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