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대권 주자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여야 어느쪽에 확 기울지 않는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전 부총리는 23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기존 정당이 기득권을 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정당의 승자독식 구조, 공생적 경쟁 관계를 깨지 않는 한 새로운 정치세력 교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자신이 KBS 라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과 함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환골탈태를 이쪽이든 저쪽이든 한다면 힘을 합칠 수 있다"고 답한 것이 여권에서의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는 데 대해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그는 "이쪽 당, 저쪽 당을 뜻한 말이 아니었다"며 "이분법적 사고가 오늘날의 정치 문제를 만들었다.
저는 뚜벅뚜벅 제 길을 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권 도전 의지를 피력해온 김 전 부총리는 최근 민주당과 거리를 두면서 보수 야당이나 제3지대에서의 출마 관측을 키워온 바 있다.
그러면서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겨냥, "정권과 대립각을 세워 정치하려는 시도는 썩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하는 등 문재인 정부 공직자 출신으로서 야권에 투신한 다른 주자와는 연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김 전 부총리를 잘 아는 여권 인사들은 그가 사석에서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라는 정체성을 종종 강조했다며 야권행을 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송영길 대표도 지난 5일 김 전 부총리에 대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그 반사효과로 대선을 나갈 분 같지 않다"며 접촉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 전 부총리가 최근 청와대 출신 인사도 접촉하며 여러 고민을 이어가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 신뢰를 쌓은 정책 라인과 여전히 활발하게 소통하며 여권 내에서 보폭을 넓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민주당이 이미 경선을 진행 중이어서 김 전 부총리가 여권의 대권 레이스에 참여할 방법이 극히 제한적이란 점이다.
제3지대서 머문다면 여당에서 선출된 대선후보와 단일화를 진행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7 재보선 참패로 확인된 높은 '정권심판' 정서를 넘어서려면 민주당이 대선가도에서 가능한 모든 세력을 총결집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다는 점에서다.
김두관 후보는 지난 20일 "흙수저의 연민과 어두운 과거를 희망찬 미래와 뜨거운 열정으로 바꾸는 통쾌한 반란, 김동연과 김두관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이른바 '흙수저 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김 전 부총리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제3지대 중 어디를 선택하든 관건은 장외 행보로 얼마나 존재감을 보여주느냐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단일화 절차가 모색되려면 일단 경선이 끝나는 10월 초 이후로 넘어가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는 있다"며 "그때까지 김 전 부총리가 장외에서 무시할 수 없을 만큼의 지지율과 세력을 모아야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 "김동연 씨가 정치 현장에 뛰어들어 대선에 출마하려면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국민의 대열에 설 것인지, 현 정권의 연장에 부역하는 노릇할 것인지부터 밝혀야 한다"며 "애매한 언사로 기회만 엿보다가는 끝내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한편 김 전 부총리 측 관계자는 내달 초 대권 도전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관측과 관련, "아직 구체적인 출마선언 계획이 없다"며 "8월 초 김 부총리가 주도하는 경장포럼이 출범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