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와 1차전 분패 뒤 결승골 넣은 우드 악수 청하자 거부
'악수·포옹·하이파이브 등 피하라' 대회 공식 지침
[올림픽] 악수 거부한 이동경 비매너 논란…조직위 '신체접촉 금지' 지침(종합)
특별취재단 = '비매너'인가,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인가.

김학범호의 공격수 이동경(울산)이 팀 패배 뒤 상대 선수의 악수를 거절한 것을 두고 23일 '비매너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 남자 축구 대표팀은 전날 열린 뉴질랜드와 2020 도쿄올림픽 조별리그 B조 1차전에서 0-1로 졌다.

경기 뒤 결승골을 넣은 공격수 크리스 우드가 이동경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이동경은 왼손으로 우드의 손을 툭 치며 거부했고, 우드는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물러났다.

이를 두고 인터넷 공간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올림픽] 악수 거부한 이동경 비매너 논란…조직위 '신체접촉 금지' 지침(종합)
한쪽에서는 이동경이 상대의 좋은 의도를 무시하고 스포츠맨십과 거리가 먼 비매너 행동을 했다고 비판한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중계에서 이 행동을 두고 "매너가 좀 아쉽다"고 지적했다.

축구대표 출신으로 스포츠 전문 채널에서 해설위원으로 활동하는 김형일도 한 유튜브에 출연해 "분한 감정은 같은 선수 출신으로서 이해하지만, 눈앞에서 악수를 거절한 것은 아쉬웠던 행동"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쪽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불필요한 접촉을 피하려는 행동이 아니겠느냐며 이동경을 옹호한다.

대한축구협회는 이동경이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생각에 경기 결과에 실망한 마음이 겹쳐 이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림픽] 악수 거부한 이동경 비매너 논란…조직위 '신체접촉 금지' 지침(종합)
이번 대회에서 대표팀과 동행하고 있는 축구협회 이재철 홍보 수석매니저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경기 전후에 상대 선수와 불필요한 접촉을 삼가라고 철저히 교육했다.

이날 경기 전에도 '상대 선수들과 터치하지 말라'고 단단히 일러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경이 교육 받은 내용도 있고, 여기에 실망한 마음이 교차되면서 무례하게 비춰질 수 있는 행동을 한 것 같다"면서 "이동경도 좀 더 이성적으로 (악수를) 거절해야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불필요한 접촉을 하지 말라는 것은 대회 공식 지침이기도 하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참가 선수들에게 나눠주는 '플레이북'을 보면 "포옹, 하이파이브, 악수 등 신체적 접촉을 피하라"는 내용이 두 번이나 나온다.

악수하지 말라는 뜻의 그림도 들어가 있다.

확진자가 나온 팀은 메달 도전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번 대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선수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음성이 나올 때까지 숙소 방에서 격리하도록 규정한다.

경기에 못 나서는 것은 물론 훈련도 못 한다.

확진자가 나와도 출전 가능한 선수가 13명 이상이면 경기를 치를 수 있지만, 전열을 꾸리기는 매우 어려워진다.

김학범호에서 확진자가 나오는 것은 뉴질랜드전 1패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올림픽] 악수 거부한 이동경 비매너 논란…조직위 '신체접촉 금지' 지침(종합)
이동경이 방역 지침과 상관없이 단순히 악수를 거부한 것이라고 해도 이해할 만한 행동이라는 시각도 있다.

큰 꿈을 안고 도전한 대회에서 결정적 패배를 당한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에게 패배를 안긴 장본인의 악수를 거절했다고 도 넘은 비난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12개의 슈팅을 때렸지만, 유효슈팅은 2개에 불과했고,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반면, 뉴질랜드는 2개의 슈팅으로 결승골을 만들었다.

한국 선수들로서는 억울하게 느껴질 법한 경기 결과다.

이동경은 우드가 악수를 청했을 때, 분명 '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뉴질랜드는 B조 최약체로 분류되던 팀이었다.

이날 패배로 김학범호의 8강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은 크게 불투명해졌다.

축구팬 회사원 안모(43)씨는 "이동경의 행동을 두고 비난하는 사람들은, 만약 그가 악수를 했다면, 지고도 정신 못 차렸다면서 뭐라고 했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