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트나 화산재 5개월째 분출…주변 마을 수십곳 잿더미
처리 비용 대느라 지역 당국 빚더미…정부 68억원 긴급 지원
지붕에 쌓인 화산재 치우느라…이탈리아 마을 재정파탄 직면
"집에서 나오는 화산재를 치우느라 하루를 다 써요.

지붕에 쌓인 재를 치우려면 300∼400유로(약 40∼54만원)나 든다니까요.

"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에트나 화산 기슭에 사는 소도시 주민 피넬라 아스토리나는 "정말 짜증난다"며 이 같이 토로했다.

에트나 화산은 지난 2월 16일 분출을 재개해 현재까지도 화산재와 연기를 내뿜고 있다.

화산 인근 지아레시(市) 의회의 한 관계자는 "3월부터 2만5천t의 화산재가 마을에 떨어져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다닌다"면서 "이런 비상 상황에 대처한다고 몇몇 마을에서 빚을 크게 진 탓에 재정이 붕괴했다"고 걱정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에트나 화산 인근 지역 마을 수십곳이 화산재 처리 비용을 대느라 파산 위기에 직면했다.

기존까지 이탈리아 법에서는 화산재를 '특수 처리물'로 정한 탓에 1㎥당 폐기 비용이 20유로(약 2만7천원)에 달한다.

이는 화산이 1회 분출할 때마다 100만유로(약 14억원) 이상이 드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비용이 지역 당국과 주민들에게 전가됐다는 점이다.

시칠리아 최대 항구도시인 카타니아시(市) 국립 지구물리학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에트나 화산은 분출할 때마다 수만㎥에서 20만㎥까지 뒤덮는 화산재를 뿌린다"면서 "지역 도시에는 심각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지역 당국에서 재정 위기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정부는 피해를 겪는 마을에 500만 유로(약 68억원)를 지원하기로 19일 결정했다.

이는 화산 분출 이후 5개월만에 마련된 지원책이다.

이 기간 에트나 화산에서 배출된 화산재는 30만t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의회는 처리 비용 절감을 위해 지난주 화산재를 특수 처리물에서 제외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다.

지아레시 주민인 실비오 그라소는 "이 법이 처리비용을 크게 줄일 것"이라면서 "화산재를 비료나 시멘트 원료로 재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반겼다.

그러나 한 지역 당국 관계자는 "이는 화산재의 양이 적을 때만 가능한 방법"이라며 "재사용을 할 때 인체에 해로운지 확인이 안 된 상황이라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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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