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공연 사라진 지금 시기에 적합한 전시"
팬데믹 속 오감으로 느끼는 음악…체험전 '비욘더로드'
"요즘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바로바로 들을 수 있잖아요.

전 늘 손가락 터치만으로 음악의 모든 걸 느껴야만 한다는 사실이 아쉬웠습니다.

"
영국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2019년 첫선을 보인 체험형 전시 '비욘더로드'(BEYOND THE ROAD)가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을 찾는다.

오는 23일 영등포구 더현대서울에서 개막해 11월 28일까지 계속된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티븐 도비는 21일 전시장에서 "음악 속으로 관객이 직접 들어가 참여하는 게 특별하다고 생각했다"며 "아티스트를 둘러싼 모든 예술적 요소를 시간을 들여 느끼고 깊게 경험하도록 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인 콜린 나이팅게일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대면 공연이 사라진 상황을 언급하며 "음악을 어떤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비욘더로드'가 이런 시기에 적합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욘더로드'는 영국 뮤지션 제임스 라벨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그의 밴드 엉클의 앨범 '더 로드' 파트 1·2를 온몸의 감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한 전시다.

관객이 수동적으로 작품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이른바 '이머시브팬데믹 속'(immersive) 장르다.

관객들은 회화, 조각, 비디오, 조명, 디퓨저 등 오감을 자극하는 작품이 설치된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감상하고 해석할 수 있다.

영화감독 알폰소 쿠아론, 대니 보일을 비롯해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이 영상, 조명, 사운드 등에 참여했다.

어두침침한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붉은 조명이 비추는 아치형 문과 마주하게 된다.

전자음으로 가득한 멜로디가 사방에서 들리며 긴장감을 높인다.

이 문을 나가면 이 세상과는 다른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는 예고 같기도 하다.

총 33개로 이뤄진 전시 공간은 미로처럼 펼쳐져 있다.

각 방은 저마다 다른 조명과 조각, 그림 등으로 꾸며졌다.

대형 스크린에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를 편집한 영상을 띄운 공간도 있다.

그라피티로 빼곡한 버스 정류장과 터널을 지나면, 축축한 숲속을 헤매는 영상 속 여자와 눈을 마주치게 된다.

어딘가에서 나오는 수증기 역시 피부로 느껴진다.

이 전시의 핵심인 음악의 색채 또한 다양하다.

라벨이 앨범에서 엄선한 '레퀴엠', '소나타', '온 마이 니스', '데이즈 앤드 나이츠' 등 11곡을 이용해 사운드를 디자인했다.

총 100개의 스피커를 이용해 관객이 앨범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느끼도록 했다.

팬데믹 속 오감으로 느끼는 음악…체험전 '비욘더로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