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홍상 일진하이솔루스 대표가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안홍상 일진하이솔루스 대표가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수소연료저장 솔루션 업체 일진하이솔루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본격화하면서 흥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수소전기차 시대에 수소연료탱크를 앞세워 승승장구 하고 있어서다. 최근 2년간 매출 성장률이 연평균 118.9%에 달했다.

일진하이솔루스가 시장의 주목을 받는 또다른 이유는 상장 후 오버행(대규모 매각대기 물량 출회)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IPO(기업공개) 흥행 요인으로 꼽힌다. 구주주들이 상장 후 보유하게 될 지분에 대해 100% 보호예수를 걸은 점도 투자자들이 매력으로 꼽는 이유다.

안홍상 대표는 21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수소연료탱크 기술력과 상장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안 대표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타입4' 수소연료탱크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수소 운송 시장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타입4 수소탱크 선보여…수소차 부품산업 선도

수소연료탱크는 그동안 타입1부터 타입4까지 발전해왔다. 가장 큰 차이는 수소를 담는 통(라이너)과 이를 감싸는 소재다. 타입1은 라이너를 강철이나 알루미늄 등 금속제로 제작한다. 반면 타입4는 플라스틱과 같은 비금속제로 라이너를 만들고, 탄소섬유로 감는 방식이다.

이 중 가장 발전된 형태의 수소 저장탱크로 꼽히는 타입4다. 타입4는 전 세계에서 일진하이솔루스와 도요타자동차 단 2개사만 생산할 수 있다. 금속제인 타입1에 비해 안전성과 효율성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진하이솔루스가 생산하는 타입4는 현재 현대자동차에 독점 납품되고 있다. 현대차가 생산하는 수소자동차 넥쏘에는 1개당 2.1㎏의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연료탱크가 3개 들어간다. 한번 충전 후 주행거리는 600㎞가량이다. 현대차의 수소버스에 공급하는 연료탱크에는 5㎏의 수소를 담을 수 있다. 이런 연료탱크 5개가 하나의 모듈로 구성된다.

안 대표는 "수소연료탱크는 수소차 가격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가격이 비싼 수소차의 핵심 부품"이라며 "타입4의 경우 탄소섬유 복합재와 비금속 재질 소재를 사용해 타입1에 비해 용기 무게가 3분의 1 이하로 줄었고, 사용압력은 최대 700기압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소연료탱크는 고도의 안전 검증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6만개 이상의 수소연료탱크를 납품했지만 고객 클레임이 한 건도 없었다"며 "700기압을 꽉 채우고 불속에서 한 시간을 방치해도 터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신뢰성을 자랑한다"고 덧붙였다.

매출처 편중 우려?…"트레일러·선박 등 확장성 주목해야"

일각에선 실적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음에도 현대자동차에 대한 매출이 지나치게 편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일진하이솔루스는 향후 수소 분야의 확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수소차에 싣고 다니는 차량 장착용 수소탱크를 주로 만들다 이번에 트레일러로 이동시킬 수 있는 타입4 수소튜브트레일러를 신규 출시했다. 트레일러 내부에 보관한 수소는 충전소 압축 패키지 과정을 거쳐 수소차 연료로 공급한다. 트레일러가 운송차량으로 수소 충전소에 도착하면, 트레일러만 설치하고 차량은 다시 돌아가는 방식이다.
일진하이솔루스가 국내 최초로 출시한 타입4 수소튜브트레일러. /사진=일진하이솔루스
일진하이솔루스가 국내 최초로 출시한 타입4 수소튜브트레일러. /사진=일진하이솔루스
이번에 출시한 타입4 트레일러는 기존 제품보다 압축력을 높여 수소 운송량을 대폭 늘린 게 특징이다. 기존 금속제 탱크를 장착한 타입1 트레일러는 저장 압력이 200바(bar)에 불과해 1기당 수소 공급량은 300㎏ 수준이다. 그러나 타입4는 저장 압력을 450바로 높여 트레일러 1기당 수소 공급량이 500㎏에 달한다. 이를 통해 충전소당 트레일러 투입 댓수와 운송 비용을 최대 절반까지 절감할 수 있다.

게다가 삼성중공업과 수소 선박 공동개발에 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일진하이솔루스는 삼성중공업에서 건조되는 수소 연료전지 선박에 고압 수소연료 저장시스템을 공급할 전망이다.

수소 선박은 수소차 대비 많은 양의 수소가 필요하다. 회사 측은 수소 컨테이너선 한 척에 수소차 약 1만5000대 분의 수소연료탱크가 탑재된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는 "수소산업에서 우리의 강점으로 사업 확장성을 꼽는다"면서 "수소를 쓰는 장비나 기기들이 늘어나면서 튜브트레일러, 선박 등 수소시장 규모도 점차 커지고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가 발표한 수소차 향후 계획안을 살펴보면 2025년까지 수소차 연 13만대 생산을 목표하는 등 수소차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추후 수소 선박 등을 수주할 가능성도 커졌는데, 이 경우 수소차에 들어가는 장비의 몇배에 달하는 제품을 납품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장 후 오버행 가능성 낮아…구주주 100% 보호예수 참여

일진하이솔루스는 상장 후 오버행 가능성이 낮다. 구주주들이 상장 후 보유하게 될 지분에 대해 100% 보호예수를 걸으면서 공모주주들이 배정받은 주식만 유통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상장예정주식수 3631만3190주 가운데 24%에 해당하는 871만5192주만 상장 직후 유통이 가능하다. 24%는 전량 공모주식이다. 구주주들이 보유하게 될 나머지 76%에 대해 모두 보호예수를 건 결과다. 그동안 '따상'을 기록했던 초대형 IPO들의 경우 상장 직후 유통물량 비중이 30% 미만으로 낮았던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대주주인 일진다이아몬드는 보유주식 2162만7500주(상장 후 지분율 59.6%)에 대해 1년간 팔지 않기로 했다. 본래 최대주주는 관련법에 따라 의무적으로 6개월 보호예수를 해야 하지만 일진다이아몬드는 6개월을 추가로 설정했다.

2대 주주인이 도레이첨단소재(상장 후 지분율 10.4%)도 1년간 보호예수를 설정했다.

통상 공모주 투자심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유통물량이 꼽힌다. 오버행으로 공급(매각)이 일시적으로 수요(매수)보다 확대될 경우 주가 상승이 제한되거나 오히려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홍상 일진하이솔루스 대표가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안홍상 일진하이솔루스 대표가 회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류은혁 기자
일진하이솔루스의 총 공모 주식수는 1089만3990주이며, 1주당 공모 희망가액은 3만300~3만7300원, 공모 예정금액은 최대 4063억원이다.

다음달 3일부터 4일까지 공모가 산정을 위해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하며, 이를 바탕으로 같은달 11일과 12일 이틀간 일반 공모주 청약을 진행한다. 상장 예정 시기는 8월 말이며,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다.

이번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대부분을 설비 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다. 공장증설을 비롯해 연구소, 제조 설비 등에 1630억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며, 나머지 547억원가량을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안홍상 대표는 "공모자금 확보를 통해 전라북도 완주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며 "선행기술부터 제품 원천기술, 인증기술까지 연구개발하는 이른바 '엔드 투 엔드 연구소'를 설립이 목표"라고 말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