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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공공기관 절전' 강제하는 후진적 행태 언제까지 반복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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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가 내달 13일까지 돌아가면서 에어컨을 끌 것을 지시하는 공문을 전국 13개 정부청사에 내려보냈다. ‘전력 부족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산하 공공기관들에 전력사용 피크 시간대인 오후 2~5시에 순차적인 에어컨 가동 중단을 요구했다. 서울·인천은 오후 2시30분~3시, 경기는 4시~4시30분 등 중단 시간도 지정해줬다.

    마치 딴 나라나 옛날 뉴스를 듣는 듯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한국판 뉴딜’과 ‘혁신 성장’을 강조하고 ‘당당한 G8’이라고 자화자찬하던 정부 모습과 너무 괴리가 커서다. 에어컨 가동정지 요청은 111년 만의 폭염이라던 2018년에도 없던 일로, 2013년 이후 8년 만의 이례적 조치다. 2011년 블랙아웃(대정전) 이후 에너지 수급에 공을 들여 2014년부터는 전력공급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전력위기는 절차도, 여론수렴도 무시하고 밀어붙인 탈(脫)원전이 초래한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예비전력이 10% 안팎으로 추락하자 정부로서도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그래도 너무 갑작스런 전개에 불안감이 더 증폭된다. 탈원전에 따른 전력수급 위기는 수년 전부터 누차 거론돼왔고, 그때마다 정부는 “근거 없는 지적”이라고 반박했다. 여당이 “전력수급에 아무 문제가 없다”며 “언론이 탈원전 정책과 엮어 정부를 공격한다”고 비난한 것도 불과 며칠 전 일이다. 전력수급이 더 악화될 경우 막대한 산업 피해가 불가피하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비 중인 원전의 조기투입 방안을 엊그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에 따라 정비 등의 이유로 정지된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가 이달 중 순차적으로 재가동된다. 전력위기가 오자 때마침 원전 정비가 완료되는 기막힌 타이밍이 착잡할 뿐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결정이 나기도 전에 허겁지겁 원전 재가동을 서두르는 모습은 에너지 정책이 얼마나 즉흥적인지 새삼 일깨운다.

    원전 가동으로 급한 불은 끄겠지만 여전히 아슬아슬하다. 어느 한 발전소에서 고장이라도 나면 블랙아웃 사태가 재연될 수도 있다. 앞으로 한 달간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기록적 폭염이 한반도를 덮칠 것이란 예보도 나와있다. 가짜뉴스라며 언론을 공격하고, 엉뚱한 에너지정책과 거짓말로 눈속임하는 행태를 계속한다면 전력위기는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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