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현대미술관 특별전 21일 동시 개막…135점 공개
'이건희컬렉션' 대규모 전시 막오른다…"명품 중의 명품"(종합)
'세기의 기증'으로 화제를 모은 '이건희 컬렉션'의 핵심 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1일 나란히 개막한다.

그동안 기증 작품이 일부 공개된 적은 있지만, '이건희 컬렉션' 대표작들로만 구성한 대규모 전시는 처음이다.

문화재와 미술 작품 등 총 135점이 출품된다.

◇ 인왕제색도·고려불화 등 시대별 대표 문화재 77점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실 2층 서화실에서 '위대한 문화유산을 함께 누리다 - 고 이건희 회장 기증 명품전'을 열어 기증품 9천797건 2만1천693점 중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재 45건 77점을 엄선해 공개한다.

그중 국보가 12건, 보물이 16건이다.

전시는 우리나라 전 시기와 분야를 아우르는 '이건희 컬렉션'의 성격과 참모습을 한자리에서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전시장 입구에는 기획 취지에 대해 "이건희 회장 기증품은 당대 최고의 기술과 디자인을 보여주는 명품으로, 명품을 만든 선인의 노력과 명품을 지켜온 기증자의 철학을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한 글이 게시됐다.

내부에는 충남 예산에서 출토했다고 전하는 선사시대 유물인 국보 '청동방울 일괄', 청동기시대 붉은 간토기 항아리부터 조선 후기에 제작된 도자기와 책장, 민화까지 다양한 문화재가 진열됐다.

특히 관심을 끄는 유물은 겸재 정선이 만년에 비가 갠 인왕산 풍경을 자신감 넘치는 필치로 묘사한 걸작 '인왕제색도'이다.

화폭에 호랑이가 엎드린 듯한 범바위와 수성동 계곡, 치마바위, 한양도성을 담았다.

또 다른 조선시대 회화인 김홍도의 '추성부도'와 강세황이 그린 '계산허정도', '계산기려도'도 관람객과 만난다.

국내에 약 20점만 존재한다고 알려진 희귀한 문화재인 고려불화 중에는 '천수관음보살도'와 '수월관음도'가 전시에 나왔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불화의 세부 모습을 살피도록 터치스크린을 통해 엑스레이 촬영 사진을 공개한다.

천수관음보살의 손 모양, 손바닥과 광배(光背·빛을 형상화한 장식물)에 있는 눈, 손에 쥔 다양한 물건과 채색 방식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삼국시대 금동불인 국보 '금동보살삼존입상'을 비롯한 여러 불상과 한글 창제의 결실을 엿볼 수 있는 조선 초기 서적 '석보상절 권11', '월인석보 권11·12', '월인석보 권17·18'도 전시된다.

아울러 삼국시대 토기, 고려시대 금속공예품,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초기 사경(寫經·손으로 베낀 경전),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도 만나볼 수 있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개막에 앞서 20일 열린 언론설명회에서 "기증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나지 않았지만, 중요한 문화재를 골라 알차게 전시를 준비했다"며 "코로나19가 빨리 진정돼서 더 많은 사람이 전시를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9월 26일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예약자에 한해 30분 단위로 20명씩 입장을 허용한다.

관람권 예약은 국립중앙박물관 누리집에서 할 수 있다.

'이건희컬렉션' 대규모 전시 막오른다…"명품 중의 명품"(종합)
◇ 김환기·이중섭 등 한국 대표작가 미술작품 58점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관 1전시실에서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을 연다.

이건희 회장 유족이 미술관에 기증한 한국 근현대 미술 작가 238명의 작품 1천369점, 외국 근대작가 8명의 작품 119점 등 총 1천488점 중 국내 작가 34명의 작품 58점을 선보인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제작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등 20세기 초중반 한국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모았다.

기증 발표 당시부터 화제가 됐던 희귀 걸작들이 대거 포함됐다.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는 1950년대 제작된 가로 568㎝ 대작으로,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운 김환기 작품 중에서도 가장 큰 그림이다.

김환기 작품으로는 1973년작 푸른빛 전면점화 '산울림 19-II-73#307'도 출품됐다.

이중섭의 대표작도 볼 수 있다.

강렬한 붉은 색을 배경으로 주름 가득한 황소 머리를 그린 '황소'와 고개를 푹 숙이고 매우 힘겹게 걸음을 옮기는 흰 소의 전신을 담은 '흰 소'가 공개됐다.

붉은 황소 머리를 그린 이중섭 작품으로 현존하는 것은 총 4점뿐이다.

현존하는 이중섭의 '흰 소'도 5점으로 알려졌다.

박수근 작품으로는 '절구질하는 여인', '유동', '농악' 등이 나왔다.

일반적인 박수근 작품과 비교하면 상당히 큰 대작에 속한다.

백남순의 '낙원', 이상범의 '무릉도원', 김종태 '사내아이', 이성자 '천 년의 고가', 김흥수의 '한국의 여인들', 김기창 '군마도' 등도 눈길을 끈다.

이밖에 장욱진, 유영국, 이응노, 천경자, 변관식 등 대가들의 걸작이 전시장을 채웠다.

대부분 회화지만 권진규와 김종영의 조각 작품도 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건희 컬렉션 중에서도 엄선한 명품 중의 명품"이라며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귀중한 작품들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라고 말했다.

전시가 열리는 1전시실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대표 소장품을 추려 상설전을 열었던 곳이다.

그러나 '이건희 컬렉션' 기증 전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에는 김환기의 전면점화와 이중섭의 '황소' 등이 없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제야 한국미술의 진수라고 할 만한 대표작을 내놓게 된 셈이다.

전시는 내년 3월 13일까지이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서는 시간당 30명씩 관람한다.

배우 유해진이 전시 해설 오디오가이드를 녹음했다.

'이건희컬렉션' 대규모 전시 막오른다…"명품 중의 명품"(종합)


/연합뉴스